등린이, 한라산 정상에 오르다!

2022. 8. 30. 06:30아름다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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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m,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서른 즈음에 오른 후에 무려 28년 만에 다시 오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등산을 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 다시 오르고 싶었던 한라산.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서 4일 전에 영암 월출산에 올라
다리와 허리근육을 단련했건만
거의 10시간 가까운 산행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한라산에 오르려면
미리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등산예약을 해야 합니다.
1일 제한인원은 성판악 코스 1천명,
관음사 코스 5백명입니다.

또한 등산을 위해서는 발목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꼭 착용하셔야 하구요. 
한라산 등산코스에서는 식수를 구할 수 없으므로
충분한 양(여름 2리터, 겨울 1.5리터)의 물을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음식을 파는 매점이 없으므로 
새벽에 출발할 경우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답니다.

저는 이번에 여동생 내외와 함께 산에 올랐는데요,
아침에는 간단한 도시락과 과일,
점심에는 군인들이 먹는 전투식량과 복숭아 반쪽을 먹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허기가 지거나 에너지가 딸릴 때
초콜릿을 비롯한 열량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바 등도 준비하면 좋죠.

장시간 산행을 해야 할 경우
저처럼 사진촬영을 취미로 하는 분들의 경우
사진 장비의 무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데요,
저의 경우 니콘 미러리스 카메라와 14-30 f/4렌즈,
그리고 24-120 f/4렌즈만을 휴대하여 무게를 최소화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과 음식,
기타 필수품을 챙기다보면 짐의 무게가
저처럼 이제 등산 초보인 등린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어요. 
그리고 저처럼 평소에 산을 많이 타지 않는 분들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등산스틱을 준비하는 것이
다리의 부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월출산에서의 경험이 있어서
이번 한라산 등반은 보다 세밀하게 준비하여
훨씬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날씨도 도와 주어서 습하지 않고 화창하여
아름다운 백록담을 깨끗한 시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아름다운 한라산을
함께 오르며 감상해 보시지요~!!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이런 숲길이 지루할 정도로 이어집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고 또 오릅니다.


 

성판악 등산로 입구에서 솔밭 휴게소까지 약 1시간 남짓,
솔밭 휴게소에서 사라오름을 거쳐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약 1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솔밭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휴식을 취한 시간까지 약 3시간 남짓 걸려
정상에 오르는 관문인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한 셈이죠.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며
문득 조선 중기 시인 양사언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사라오름을 지나 진달래밭 대피소가 가까워지면
해발 1600미터 표지판이 있습니다.
성판악이 750미터이니 약 850미터를 올라온 셈입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정상에 오르려면 이곳에 오후 1시 이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만난 네덜란드에서 온 형제 두 사람은
아침에 폭포 세 곳을 들러오느라 여기에 1시 40분에 도착하여
정상에 가지 못한 채 내려와야 했다고 아쉬워 하더군요.
아무리 늦어도 9시 이전에는 등산을 시작해야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정상방향을 보니 그야말로 쪽빛 하늘과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진달래밭대피소를 출발하여 30여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며, 바다가 보이고
서귀포 시내와 오름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푸르른 하늘에는 새털같은 구름이 흐르고
등산로 주변에는 주목나무와 구상나무를 비롯한
고산에 적응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라산의 깃대종이라고 할 수 있는
구상나무 군락지가 점점 파괴되어 수많은 나무들이
하얀 고사목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사목들은 훌륭한 사진의 소재입니다.
겨울에 눈꽃이 핀 고사목들은 더욱 장관이겠지요.
파란 하늘과 하얀 고사목, 푸른 숲이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산 아래를 보니 서쪽 산방산 근처에서
구름이 서귀포쪽으로 하얀 뭉게구름이 몰려옵니다.


 

산 아래 곳곳에 어머니 젖가슴 처럼
봉긋봉긋 솟아오른 오름들이
숫자를 헤아리기 버거울 정도로 많이 보입니다.


 

 


 

한라산 고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투구꽃,
완만한 능선과 해안선,
그리고 부드러운 색으로 펼쳐진 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선구도의 8부 능선과 고사목,
그리고 그 사이를 보드랍게 쓰다듬는 흰 구름.
정말 사랑스러운 풍경입니다. 


 

사진을 프레이밍할 때는 색조와 형태,
그리고 곡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합니다.
이 사진은 밝은 초록의 풀밭과
짙은 초록의 숲,
그리고 뿌연 연무 속에 펼쳐진 구릉과 서귀포 시가지,
연한 파스텔톤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곡선으로 이어지는 다층 구도를 형성하면서
오른쪽에서 이동해 오는 구름을 넣어
정적인 사진에 역동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해를 넣지는 않았지만 구름과 바다물빛,
그리고 시가지의 반짝임을 통해 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눈에 직접 보이지 않아도
세상과 우주 만물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지요.


 

능선 아래로 펼쳐진 
오름, 오름, 오름, 오름.....
저 오름들이 태고적에는
모두 용암이 솟아오르던 분화구였다지요?


 

위에서 소개한 사진과는 다른 형태의 
다층구도 사진입니다. 
좀 보이시나요?


 

밋밋한 사진에 우측상단의 고사목과
좌측 하단의 구름으로 균형감과 역동성을 부여했습니다.


 

좀더 클로즈업 하니 주제가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정상부위의 하늘 빛이 너무 예뻐서 담은 사진입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우측의 하얀 고사목이 강렬한 대조를 이룹니다. 


 

말 그대로 시원한 사진이죠...^^


 

대각선 구도로 담았던 고사목을 
이번에는 하이앵글로 다층구도에 포함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참 힘이 듭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산을 오르려고 할까요?
짐승들은 먹이활동이 아니면 결코 오르지 않을텐데 말이죠.
위를 보고, 하늘을 보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에는 화산암 군락을 중심으로 한 대각선 구도의 사진입니다.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다가옵니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일어나더군요.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정상에서 누리게 될 기쁨도 포기하는 것이죠.
힘들어도 끝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드뎌! 한라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위로 올라가 백록담을 담았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물이 많은 편이라고 하네요.
며칠 전에 비가 내린 덕이겠지요.
28년 전에 올라왔을 때는 백록담 근처까지 가서
거기서 찬송도 부르고 간단한 예배를 드렸는데...^^


 

28년 전 백록담 주변 능선에 둘러 앉아 예배할 때
당시 지도교수이셨던 김지철 교수님의 메시지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하늘의 새를 보라, 들의 백합화를 보라..."


 

 


 

 


 

28년전에 올라올 때는 등산로에 계단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정상에 이렇게 멋진 데크와 쉼터도 없었습니다.
그저 표지석만 뎅그라니 있었지요.
지금은 마치 알프스 산 어느 봉우리처럼
멋지게 단장해 놓아서 놀랐습니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컵라면과 전투식량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습니다.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은 정말 최고의 맛이죠.


 

내려가면서 조금씩 다른 각도로 펼쳐지는 풍경을 담습니다.


 

 


 

 


 

모진 추위와 거친 바람을 견디고
소박하게 나마 꽃을 피워낸 풀 한 포기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구름의 양이 많아지니 느낌이 또 달라지지요?


 

점점 생육이 힘들어지는 구상나무의 열매입니다.
이 열매들이 땅에 떨어져 부디 튼튼한 나무로 자라기를 바래봅니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거의 40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내려오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사라오름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2년전 가을에 왔을 때는 물이 거의 없고
비가 내리던 날이어서 제대로된 풍경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수량도 좋고 날씨도 화창해서
사라오름의 아름다운 호수풍광을 마음껏 감상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조릿대 사이로 번개를 맞아 쓰러진 것 같은 고목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저렇게 스러져 고목나무처럼 썩어가겠지요?
나무는 몇 백년을 살지만 우리는 겨우 1백년도 채 못사는 인생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 될 것인지 늘 마지막을 생각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하루하루의 날들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

왕복에 무려 12시간이 소요되었고 42,000보를 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판악 국립공원사무소에서 받은 등정인증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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