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무거운 짐진자 - 쉼라의 꿀리 이야기

2015. 4. 1. 00:26인도이야기/인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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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무거운 짐진 자 - 쉼라의 꿀리 이야기
A Story of Kuli in Shimla - The Burdened


해발 2200m 히말라야 산 자락에 형성된 도시 쉼라(Shimla).

히마찰 쁘라데시의 주도인 이 도시에는
아직도 전통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시장이 남아 있다.

평지에 건설된 도시가 아니기에 시장안으로 차가 들어갈 수 없고,
대부분의 골목은 차가 들어가기 힘든 좁은 길들이다.
그래서 시장을 본 아낙네나 노인들이
그것을 자기 집까지 운반하는 일은
그야말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달프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남편이나 아들이 와서 도와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결코 그 고생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겨난 직업이 바로 짐을 집까지 운반해 주는 꿀리(Kulli)다.

인도의 시장이나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에 가면
어디서나 꿀리를 볼 수 있지만 이곳 쉼라의 꿀리들은
그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고산도시 쉼라의 꿀리들은 주로
카쉬미르 지역 두메 산골에서 온 무슬림들이다.
이들은 일거리를 찾기 어려운 고향을 떠나
이곳 쉼라에서 고되고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고향의 자식들을 가르치고 가족을 부양한다.

꿀리 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무게를 30kg으로 정해 놓았지만
자기 몸무게에 육박하는 50kg가 넘는
짐을 운반하는 꿀리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운반하는 물품에는 제한이 없다.
각종 박스와 생활용품, 장작과 가스통, 기계류, 채소와 곡식자루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운반한다.
이들은 우리처럼 지게를 사용하지 않고 이마에 천을 대고
끈으로 짐을 단단히 결속하여 연결한 다음 상체를 약간 숙여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고 골목을 지나
목적지까지 물건을 운반한다.

여러분이 쉼라에 갔을 때 머리에 천을 두르고
어깨에 끈을 메고 가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는 틀림없는 무거운 짐진 자, 꿀리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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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9
히마찰 쁘라데시 주도 쉼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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