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풍경/Georgi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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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동네 - 우쉬굴리, 쉬카라 빙하
메스티아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우리는 '조지아의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별명을 가진 우쉬굴리(Ushiguli)로 향했습니다. 메스티아에서 약 45km 정도 떨어진 이 마을에 이르는 길은 30km 정도는 비록 좁은 도로지만 포장이 되어 있고, 그 이후에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합니다. 비가 오거나 하면 길이 막히기 일쑤고, 곳곳이 심하게 패여 물이 고이거나 진흙탕이기 때문에 운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쉬굴리 마을까지는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는데, 가는 길 곳곳에서 코시키(Koshiki)라고 불리는 스반타워들을 가진 작은 마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쉬굴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여장을 푼 후 쉬카라 빙하까지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
2021.03.13 -
조지아에도 알프스가 있다 - 메스티아 풍경들
해발 4710미터 높이의 우쉬바 산(Mt. Ushba)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빙하와 협곡, 그리고 평원... 스테판츠민다 지역과 더불어 코카서스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메스티아는 조지아의 북서부의 스바네티(Svaneti) 지역에 속해 있으며, 우쉬바산 주변의 크고작은 132개의 마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이곳은 살인적인 스위스의 물가에 견디기 어려운 저처럼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알프스라고 알려져 있죠...^^ 과거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잦았던 이곳에 살던 스반족들은 비록 숫자는 적지만 침략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마을 곳곳에 집과 연결된 돌로만든 방어탑을 세웠습니다. 이 탑을 스반타워라고 부르는데, 평상시에는 주로 창고로 사용하지만 외부의 침략자들이 있을 때는 ..
2021.03.12 -
아름다운 카즈베기 주타계곡
우리는 토요일에 카즈베기에 도착했는데, 그날 오후 늦게부터 주일 오전까지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오전에 로아네수도원에서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 우리는 그 전날 사둔 빵으로 간단한 샐러드를 만들어 점심을 때웠습니다. 그리고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비옷과 우산을 준비하여 계획했던 대로 주타계곡을 향해 달렸습니다. 주타계곡 입구는 카즈베기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만 달려가면 됩니다. 사실 그때 까지만해도 구름이 잔뜩끼고 비가 내려서 과연 트레킹이 가능할지, 사진은 제대로 담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요. 비가 내리니 트레킹하는 분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벌써 두시 반... 그래도 올라가는데 의미를 두자는 마음으로 주타마을 까페에서 지독히도 맛없는 커피 한 잔을 마신 다음 보슬비를 ..
2021.03.11 -
카즈베기 - 구다우리 전망대와 로아네수도원 주변 풍경
카즈베기에 도착하기 약 45분쯤 전, 코카서스 산맥을 넘기 직전에 만나게 되는 구다우리 전망대(Gudauri View Point). 날씨가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앞뒤로 펼쳐진 웅장한 산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협곡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자아냅니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못했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더군요. 산맥을 넘기전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노점상에서 파는 간식도 좀 사먹고 올라가면 좋습니다. 카즈베기 가는 길은 포장도 잘 되어 있어 운전 스트레스도 훨씬 덜해서 좋았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2021.03.10 -
카즈베기 - 게르게티 마을 츠민다 사메바교회
그리스 신화 시지프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웅대한 카즈베기 산을 배경으로 게르게티 마을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 있는 츠민다 사메바교회. 조지아를 찾는 수많은 여행자들은 대부분 관광책자에 소개된 이 교회의 사진을 보고 조지아 여행을 결심한다고 할만큼 여행자들을 압도하는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지아어로 츠민다 사메바(tsminda sameba)는 성 삼위일체를 의미합니다. 이 교회는 14세기에 건축되었는데요, 옆에 있는 종탑 역시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교회는 해발 2,170미터의 가파른 봉우리에 세워져 있어 스테판츠민다 계곡의 어디서든지 그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찾았던 때는 비가 많이 내리는 때여서 맑고 깨끗한 풍경..
2021.03.08 -
진발리 호숫가의 아나누리성채와 교회
조지아 수도원 순례의 마지막 여정이자 하일라이트는 카즈베기의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교회였습니다. 수도 트빌리시에서 약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카즈베기에 가는 동안 코카서스 산맥이 빚어낸 절경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그 중의 한 곳이 바로 진발리(Jhinvali) 호숫가에 세워진 아나누리 성(The Ananuri Fortress Complex)과 성모교회(The Virgin Church), 하나님의 어머니교회(The Mother of God Church)입니다. 트빌리시에서 약 70여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이곳은 13세기부터 봉건 왕조인 아라크비의 에리스타비스 공작(Dukes Eritavis of Aragvi)의 영지를 다스리는 성채로 세워졌습니다. 18세기 중엽, 이곳은 크사니 왕국의 샨쉐(Shanshe ..
2021.03.06 -
광야와 토굴의 영성 -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
터키 갑바도기아 지역과 유사하게 조지아에는 토굴로 이루어진 수도원들이 몇 곳 있습니다. 대표적인 동굴 및 토굴수도원은 조지아의 남부 무크바리 강변에 솟아있는 바르지아수도원(Vardzia Monastery Complex)을 들 수 있는데, 이곳은 단순한 수도원을 넘어 하나의 동굴도시라고 표현할 수 있는 곳입니다. 리처드 카벤디쉬와 코이치로 마츠무라가 쓴 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지요. 아쉽게도 일정상 이 수도원은 루트에 포함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바르지아 수도원과 더불어 꼭 가봐야 할 유명한 토굴수도원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David Gareja monastery complex)인데요, 조지아 동부 카헤티(Kakheti) 주에..
2021.03.01 -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와 보드베수도원
알라베르디 수도원에서 시간을 많이 쓰는 바람에 우리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알라베르디에서 시그나기까지 2시간 남짓 서둘러 달렸습니다. 오는 길에는 곳곳에서 아래 사진처럼 탐스럽고 향이 좋은 복숭아를 바구니 단위로 팔고 있었는데, 한 바구니를 한화로 2천 5백원 남짓에 살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가져온 복숭아는 우리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집 가족을 비롯하여 투숙객들에게 선물도 주고, 사흘 동안 우리의 간식거리가 되었지요..^^ 시그나기(Sighnaghi)는 카헤티(Kakheti)주 동쪽 끝부분, 해발 800미터에 자리잡은 아담하고 사랑스런 도시지요. 인구가 2천8백 명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 차라리 마을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도 같습니다. 이 마을은 규모는 작지만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하여 ..
2021.02.22 -
알라베르디 수도원 - 하나님의 선물
고대 페르시아어로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알라베르디(Alla Verdi) 수도원. 뭉게구름에 휩싸인 장대한 코카서스 산맥과 유유히 흐르는 알라자니 강을 배경으로 삼고, 시내를 낀 넓은 벌판 한 가운데 고풍스럽고 웅장한 자태로 우뚝 선 수도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찬탄을 금할 수 없을만큼 아름답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이 수도원이 기독교 세계의 끝을 의미했다고 하네요. 이 너머로는 이슬람이 다스리는 땅으로서 지명에서부터 이슬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알라베르디 수도원과 에피스코파시 대성당은 조지아 동쪽 텔라비(Telavie)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진 아흐메타 지역의 알라베르디 마을 근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도원이 세워지기 전 이곳은 달신에게 바쳐진 이방종교의 중심지였..
2021.02.13 -
겔라티 수도원 - 조지아 문화와 지성의 중심
아할치헤 라바티 성의 낭만적이고 화려한 조형미와 사파라 수도원의 고즈넉한 평화를 경험하고 난 후 보르조미의 인심좋은 민박집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지낸 우리는 2008년식 도요다 SUV를 운전하여 과거 조지아의 수도이자 유서깊은 도시 쿠타이시로 향했습니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도 중간에 길을 잘못 접어들어 아무 생각없이 반대편인 므츠헤타 방면으로 한 시간 이상 신나게 달려갔지요...^^ 한참 달려 가다가 "어라? 이거 엊그제 본 풍경 같은데?? 이상하다~"라는 독백을 두어 번 내뱉은 다음에야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빨리 도착하겠다는 욕심에 지도를 자세히 보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역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죠..^^결국 우리는 두 시간 이상 손해를 보았고, 목표..
2021.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