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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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 어느 브라만 사제의 한가한 오후
가슴 위로 흰 삼줄을 드리운 채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브라만 사제. 마치 처음부터 그를 위해 예비된 자리인 것처럼 대나무 목받침과 적당한 높이의 다리받침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이제 은퇴하고 숲으로 들어가 사냐시가 되어야 할 나이의 그는 강가(Gangga, 갠지스)의 강변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누워 있을까. 평생 붙잡고 씨름해 오던 인생의 수수께끼들을 풀고 있을까? 자신의 다르마를 다하고 맞이하는 인생의 황혼에 만족을 느끼며 다음에 찾아올 자신의 또 다른 생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자신을 비춰주는 오후의 따스한 햇빛을 즐기며 성스러운 강 곁에 몸을 누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이 그토록 찾고 찾았던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까. 산다는 것..
2015.05.25 -
춤추는 코브라의 비밀....
인도의 무시무시한 독사 코브라! 세계에서 독이 가장 강한 뱀들 중 세 번째라던가? 코브라가 날개를 세우고 달려들면 아마도 나는 혼비백산한 채 도망가야 할 것 같다. 그 코브라가 피리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다니....^^ 코브라가 주인을 알아보고 주인에게 복종하는 착한 파충류라서일까? 아니면 코브라가 음악을 사랑해서, 또는 피리소리를 좋아해서일까? 어떤 분이 인도의 코브라는 다른 음악이 아닌 인도의 멜로디를 피리로 연주할 때만 춤을 춘다는 그럴듯하면서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해서 나는 정말로 그런 줄만 알았다. 자이뿌르에서 이 코브라왈라를 만났을 때 난 신기해서 한 동안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이뿌르에서 이 사진을 찍고 후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놀랍게도 뱀은 귀가 없어서 소리를 전혀..
2015.04.24 -
깨달음을 위한 구도자의 길 - 사두(Sadhu)
|| 깨달음을 위한 구도자의 길 - 사두 Sadhu - A Seeker's Way for Enlightment 주황색 망또, 온갖 기괴한 분장과 치렁치렁한 장식.... 이들은 과연 누구이며 무엇을 목적으로 이런 삶을 살아갈까? 이들은 바로 힌두교의 수행자, '사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힌두들은 이상적인 힌두교도의 일생을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고 한다. 배움의 단계와, 가장으로서의 직무을 다하는 단계, 은퇴와 수행의 단계, 속세의 인연을 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사냐시의 단계가 그것이다. 사두는 이 중의 은퇴와 수행의 단계에 해당되는 삶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나, 힌두교도들은 사실상 자신들의 한 평생이 진리를 향한 깨달음의 과정, 즉 요가 수행의 단계라고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사두의 정의를..
2015.04.20 -
삶과 죽음, 그 경계선에서 사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이중주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 바라나시에 가면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는 곳, 바로 갠지스 강변에 자리잡은 화장터이다. 갠지스 강변에서 시신을 화장하여 그 재를 강물에 뿌리면 생전의 모든 죄업를 씻고 가장 높은 까르마를 쌓아 다음 세상에서 더 좋은 삶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매일 인도 전역에서 수도 없이 시신들이 밀려들어온다. 바라나시에 처음 방문하던 날, 나는 화장터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화장터인 마니까르니까 가트로 가는 좁은 길목에 있었고 나는 그곳의 2층,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방을 얻어 이틀을 묵었다. 화장터까지 가는 길은 좁디 좁은 골목길이어서 차량으로는 어림도 없고 오직 가족과 친척들이 망자의 시신을 어..
2015.04.18 -
인도 최고의 간식음료, 라씨를 아시나요?
인도의 대표적인 음료는 누구나 다 아는 '짜이'(Tchai)다. 인도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하루에 3~4잔의 짜이를 마시는 것이 습관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마시는 베드티, 오전 10시~11시 사이에 마시는 모닝티,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마시는 이브닝티,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한 잔 하는 라트티, 짜이에도 카페인이 있어서 저녁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통상 라트티는 생략한다. 그러나 짜이와 함께 인도사람들이 사랑하는 또 하나의 국민 간식음료는 '라씨'(Lassi)다. 라씨는 보통 더히(Dahi)라고 부르는 커드를 주 재료로 하여 설탕과 다양한 맛살라를 첨가하여 새콤달콤한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요거트보다는 덜 달고 걸죽하며, 여러가지 부재료들로 인해 창조적..
2015.04.17 -
바라나시 - 강가(Gangga)의 저녁노을
갠지스에 황혼이 찾아든다. 하늘도 물들고, 강물도 물들고, 건물들도, 새들도, 짐승들도 그리고 사람들도 모두 황금 빛으로 물들어간다. 노을은 모두를 꿈꾸게 한다. 마치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처럼 사람들은 그 황홀한 꿈의 한 복판에 머물고 싶어한다. 짧은 그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가고자 마음의 소원을 담아 흐르는 강물 위에 띄워 보낸다. 인생은 때때로 강을 건너는 일. 차안과 피안의 경계, 그 어디메쯤에서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만족하고, 때로는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갠지스에 물든 노을은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의 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조용히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피안(彼岸)의 언덕에 이르는 날, 차안(此岸)에서 수고하며..
2015.04.16 -
바라나시 - 아침마다 울리는 거리의 변주곡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오늘도 아침 해는 떠오른다. 동녘하늘이 뿌옇게 밝아오면 오늘도 어제처럼 닭이 울고 개가 짖으며 하루는 시작된다. 희뿌연 연무에 쌓인 거리도, 하나 둘 씩 셔터를 올리는 가게들도, 분주히 오가는 릭샤왈라들과 섭지왈라들도 어제와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라나시의 아침은 날마다 새롭다. 그 도시가 연주하는 아침 멜로디는 마치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처럼 날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지 하룻밤 머물러가는 나그네는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그 변주들이 있기에 도시는 아침마다 생명력을 회복하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달려간다. 찰나의 순간에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을 것을 알기나 했던 것처럼 당연한 표정으..
2015.04.15 -
바라나시 - 감추인 보화을 찾아서
수천년의 고도 바라나시.... 유구한 그 역사의 한 복판을 흐르는 갠지스 강. 그 강에 얽혀있는 사연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바라나시의 지나온 세월의 날 수 만큼, 그리고 그 강에 몸을 담궈보았던 사람들의 수 만큼, 그 강에서 노를 젓고 물건을 팔며 뿌자를 드리는 사람들의 수 만큼일게다. 이 사진의 사나이는 왜 저렇게 갠지스 강물을 열심히 퍼내어 붓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은 그의 생업이자 비즈니스이다. 그는 지금 시체를 화장하고 난 잿더미와 잔해들 속에서 가끔씩 고인의 저승길에 노자로 쓰도록 넣어둔 금붙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금붙이를 발견하는 날은 한 달에 한 두 번에 불과하지만 그는 날마다 이 일을 멈출수가 없다. 금붙이 하나면 자신이 한 달 노동해서 번 것보다 더 큰 재화를 만질 수 있으니 말이다..
2015.04.11 -
바라나시 - 골목길..골목길..골목길....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곳에서 도시를 이루고 살았는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그러나 수천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가정을 이루고 죽어갔다. 이곳의 좁은 골목길들은 그렇게 태어나고 죽어간 이름모를 이들이 만들어 온 그 수 천 년의 이야기들이 벽돌 하나, 기왓장 하나마다 스며들어 있다. 미로같은 인생길... 길을 묻고, 길을 찾고, 길을 걷는다. 그 길에서 때로는 멈취서고, 때로는 여유롭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행복하다. 지금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삶을 이어가고 그 길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기억해주는 이 없겠지만 동방의 해 뜨는 나라에서 온 어느 한 사람도 그 기나긴 이야기들의 짧은 한 토막이 되었다. 2012년 12월 어느 날, 바라나시의 골목길을 헤메다..
2015.04.10 -
바라나시의 아이들 - 함께 있어 우린 즐겁다!
인도는 젊은 나라다. 20대 이하 인구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그 만큼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큰 나라라는 말이다. 도시든 시골이든, 심지어는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가도 아이들은 어디든 넘쳐난다. 한 때 인구통제를 하지 않는 인도를 보며 많은 선진국들이 비웃었다. 산아제한을 하지 않는 한 인도의 발전과 가난에서의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충고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그 나라들이 젊은이들이 많은 인도를 부러워하고 있다. 빈곤해결과 양질의 교육이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출산율 세계 꼴찌를 다투는 나라 백성으로서 젊은이들과 아이들로 북적대는 인도를 보노라면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수 년 째 아기울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촌마을들이 많은..
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