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능해, 운조루 고택의 따사로운 봄

2021. 3. 4. 07:49아름다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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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절 동고동락했던 고향교회 선배님과 함께 오랜만에 봄나들이를 했습니다. 섬진강 재첩국도 먹고 구례 운조루고택과 광양매화마을에 들러 사진을 담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선배님은 청년시절 그 때처럼 따뜻하고 편안했고 햇살을 받은 남도의 산하는 생명의 뜨거운 약동으로 가득했습니다. 먼저 운조루의 고택에 찾아온 봄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지요.

운조루 고택은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당시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柳爾胄)가 세운 집으로서 99간의 대규모 주택입니다. 지금은 73간이 남아있지요. 조선시대 선비의 품격을 상징하는 품자형(品字形)의 배치를 보이고 있는 전형적인 양반가라네요. 류이주는 자신이 처음 이사와 살았던 구만들(九萬坪)의 지명을 따 자신의 호를 귀만(歸晩)이라고 했고, 이 집을 귀만와(歸晩窩)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운조루(雲鳥樓)라는 본래 이집의 이름은 중국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 오르고, 새들은 날기에 지쳐 둥우리로 돌아 오네의 문구에서 첫머리 두 글자를 취해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고택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무로 된 쌀독이었는데요~ 쌀 두 가마니를 담을 수 있는 이 쌀독의 아래쪽 마개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를 써놓았습니다. 즉 누구든지 열어서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죠. 이 쌀독은 가난한 이웃들이 쌀을 꺼내 끼니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음덕을 베풀고 적선을 하는 것이 돈을 가진 자의 도리임을 보여 주었던 류씨 문중의 상징물이라고 합니다.

구약성경 레위기 23장 10절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또한 시편 41편 1절에 보면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로다"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내게도 유익이 된다는 말이겠지요.

이 류씨 가문이 200년이 지나도록 망하지 아니하고 오늘날까지 번창한 것은 분수를 지키며 생활하고, 이웃을 돌보았던 마음이 전승되어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6.25 전쟁이 한창일 때 지리산 자락인 이곳 구례는 낮에는 국군과 경찰, 밤에는 인민군과 빨치산이 지배하는 세상이었지요. 인민군과 빨치산은 지주들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그들의 재산과 목숨을 빼앗기가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이 운조루의 주인인 류씨 가문 만큼은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 변호하고 보호해 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류이주의 5세손인 류제양(柳濟陽)은 일만여편의 시(詩)를 지었고, 그의 손자 류형업(柳瀅業)에 이르기까지 80년간 하루도 빠지지않고 생활일기와 농가일기를 썼다니 참 놀랍더군요. 이런 기록문화는 우리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선조들의 훌륭한 유업이겠지요? 자 이제 사진으로 운조루 고택을 만나보시겠습니다.

 

2021. 3. 3
구례 운조루 고택의 따사로운 봄볕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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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나무로 된 쌀독 마개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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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조루 고택의 아름다운 봄 풍경을 만끽하셨나요?
즐겁게 보셨다면 공감체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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