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사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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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루 마을의 여인들
인도 남부 산악지역인 코다이카날에서 세 시간을 달려 찾은 해발 2천미터의 뽀루마을. 제법 굵은 빗줄기가 막 그치자 맨발의 여인들은 누군가 미리 잘라놓은 통나무를 머리에 이고 삼삼오오 집으로 향했다. 마침 마을 입구로 접어들던 나는 순간적으로 차를 멈추고 옆에 둔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창문을 열고 몸을 밖으로 내밀고 서너 컷의 셔터를 연속으로 눌렀다. 후에 이 여인들의 집에도 방문했는데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남편들은 집에서 조그만 브라운관 TV를 보고 여인들이 마당에서 손도끼로 나무를 패고 있었다. 눈을 뜨면 종일 쉴틈없이 일해야 하는 인도 산골 여인들의 모습 속에서 어린 시절 나의 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그 힘든 일상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수다를 떨며 즐겁게 살고 있던 그들. 지금쯤 그 ..
2023.03.04 -
강함과 부드러움
강함도 부드러움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강함 속에 부드러움이 있고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다 강하다고 자랑할 것도 약하다고 움츠러들 것도 없다 강해 보이지만 물처럼 부드러운 사람 부드러워 보이지만 대나무처럼 올곧은 사람 강하게 밀어부치기보다는 부드럽게 풀어낼 줄 아는 사람 매사 부드럽게 행동하지만 원칙만은 강하게 지키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강함에는 부드러움이 함께 하고 부드러움에는 강함이 함께 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2023. 1. 21 한탄강에서 글/사진 : 그린필드
2023.02.01 -
설중홍시(雪中紅柹)
雪中紅柹 하늘 우러러 솟아오른 가지마다 밤새 소복소복 눈이 덮히니 난삽한 흉허물 깨끗이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 순백의 미(美)만 보이도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로 뻗은 가지마다 붓으로 찍은 듯 선홍빛 홍시들. 차디찬 서리맞고 거센 바람맞아 되려 더 맑고 더 투명해진 것 아니런가 추위에 떨다지친 설까치 한 마리 주린 배 채우려고 날아왔는데 그 고운 선홍빛에 소스라쳐 차마 쪼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네. (시/사진 : 그린필드) 2022. 12. 20. 부안 내소사 경내에서 담다.
2022.12.21 -
창조주의 붓질 (feat. Jesus is an Artist / 유봉기)
창조주 하나님의 힘차고도 섬세한 붓질은 앤텔로프 캐년이란 최고의 예술품을 그려냈다 창조주 하나님은 저주와 타락에 짓눌린 삶을 위해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셨다 그 창조주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인생의 캔버스 위에 고통이란 붓을 가지고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 2017. 6. 앤텔로프 캐년(Antelope Canyon)에서 예수님은 화가 Jesus is an Artist 작사/작곡 : 유봉기, 보컬 : 이베니 고통이란 붓을 가지고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리신 예수님은 화가 인류의 모든 죄를 친히 담당하시며 십자가 지셨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손길이 있음을 느낄 수 있네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하나님 음성 내 너를 사랑한다 온유하며 겸손하신 예수님처럼 사랑하며 섬겨요 친밀하신 하..
2022.12.17 -
타우랑가의 저녁노을 (feat. 침묵의 서약)
어느 결혼식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하객들을 맞는 신부쪽 부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신랑의 부모는 아예 결혼식장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홀로 서 있는 신랑을 훔쳐보던 신부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는 반쪽의 결혼, 신랑측 부모가 두 사람의 결합을 극구 반대했던 것입니다. 남자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한 마음으로 애원했습니다. "아버지, 제발요." "절대 안 된다." 몇 달을 두고 허락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심한 좌절감 뿐이었습니다. 남자는 결국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겉보기엔 남다를 것 없는 결혼식장의 빈의자처럼 가슴 한 곳이 텅 빈 채로 치르게 된 결혼식이었습니다. 주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에...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는 것도 좋지..
2022.12.02 -
어루만짐
힘들고 지친 그대를 향한 작은 위로 그리고 어루만짐 분주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하루, 한 주, 한 달 그리고 한 해는 어느새 흘러가 버리고 우리는 그 순간들 속에 담긴 의미를 놓치며 살아갑니다. 이리저리 부대끼고 하루하루 견뎌내는 동안 내가 잃어버린 삶의 의미, 내가 느끼지 못한 작은 손길들... 전능자의 입김 전능자의 부드러운 손길은 오늘도 우리 곁의 누군가를 통해 우리가 스쳐가는 작은 풀꽃을 통해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결과 파도를 통해 우리를 어루만지십니다. 2022. 11월 어느날 동해 양양해변에서
2022.11.22 -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추이나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 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 김민기 시, 송창식 노래 * 신학교 동기회 홈커밍데이 행사차 갔던 양양 바닷가. 정말 오랜만에 동해 바다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오메가 일출의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2022.11.17 -
하루의 시작 (You are the New Day!)
새벽 이슬에 흠뻑 젖은 날개를 떠오르는 햇살에 말린 다음 새로운 하루를 향해 날아오르는 힘찬 날개짓! 풀숲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아카펠라 그룹 King's Singers의 You are the New Day의 아름다운 선율이 떠오르네요. You are the new day! 그대가 새날이에요! sung by King’s Singers translated by Greenfield (Hanjung Lim) You are the new day You are the new day 그대는 새날이에요. 그대가 새날이랍니다. I will love you more than me And more than yesterday If you can but prove to me You are the new day 나는..
2022.11.14 -
가을날 (feat. R. M. Rilke)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하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Rainer Maria Rilke(1875-1926) 릴케는 체코 프라하 출신의 오스트리아 문학가로서 독일어권에서 으뜸으로 평가받는 시인 중 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의 김춘..
2022.11.12 -
모든 아침이 선물이다
세상 어떤 보석이 이보다 더 맑고 투명할 수 있을까 세상 어떤 보석이 이보다 더 영롱하고 신비로울 수 있을까 매일 아침, 헤아릴 수 조차 없는 풀잎 하나하나 그 위에 진주목걸이로 엮은 작은 이슬방울들.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선물인 것은 아침마다 열리는 이 귀한 보석 때문 아닐까 매일 아침마다 창조주의 손으로 빚어내는 아름다운 보석 세상 모든 것 가운데 가장 맑고 아름답게 지어진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우리에게는 모든 아침이 선물이다.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