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feat. R. M. Rilke)
2022. 11. 12. 07:32ㆍ이 한 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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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하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Rainer Maria Rilke(1875-1926)
릴케는 체코 프라하 출신의 오스트리아 문학가로서 독일어권에서 으뜸으로 평가받는 시인 중 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의 김춘수, 윤동주, 백석 등의 시인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등장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름이 떠오르네요. 이제 긴 꼬리를 차츰 거두어 들이며 세월의 한 켠으로 사라져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면서 며칠 전 담아 놓은 단풍잎 사진으로 올 해 가을을 기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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