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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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 어느 브라만 사제의 한가한 오후
가슴 위로 흰 삼줄을 드리운 채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브라만 사제. 마치 처음부터 그를 위해 예비된 자리인 것처럼 대나무 목받침과 적당한 높이의 다리받침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이제 은퇴하고 숲으로 들어가 사냐시가 되어야 할 나이의 그는 강가(Gangga, 갠지스)의 강변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누워 있을까. 평생 붙잡고 씨름해 오던 인생의 수수께끼들을 풀고 있을까? 자신의 다르마를 다하고 맞이하는 인생의 황혼에 만족을 느끼며 다음에 찾아올 자신의 또 다른 생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자신을 비춰주는 오후의 따스한 햇빛을 즐기며 성스러운 강 곁에 몸을 누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이 그토록 찾고 찾았던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까. 산다는 것..
2015.05.25 -
춤추는 코브라의 비밀....
인도의 무시무시한 독사 코브라! 세계에서 독이 가장 강한 뱀들 중 세 번째라던가? 코브라가 날개를 세우고 달려들면 아마도 나는 혼비백산한 채 도망가야 할 것 같다. 그 코브라가 피리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다니....^^ 코브라가 주인을 알아보고 주인에게 복종하는 착한 파충류라서일까? 아니면 코브라가 음악을 사랑해서, 또는 피리소리를 좋아해서일까? 어떤 분이 인도의 코브라는 다른 음악이 아닌 인도의 멜로디를 피리로 연주할 때만 춤을 춘다는 그럴듯하면서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해서 나는 정말로 그런 줄만 알았다. 자이뿌르에서 이 코브라왈라를 만났을 때 난 신기해서 한 동안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이뿌르에서 이 사진을 찍고 후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놀랍게도 뱀은 귀가 없어서 소리를 전혀..
2015.04.24 -
뉴델리역에서 데라둔행 열차를 기다리며...
|| 뉴델리역에서 데라둔행 열차를 기다리며... Waiting for the train to Deheradun at New Delhi Station... 몬순에 접어들면서 굵은 빗방울이 쉬지 않고 대지를 적시던 날, 비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데라둔 행 열차를 타기 위해 우리 가족은 뉴데리역 11번 플랫폼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델리 역에서 인도 전역으로 출발하고 도착하는 수많은 열차들에는 그 열차의 노선과 종착역에 따라 천차만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힌두 성지 바라나시를 거쳐 꼴까타까지 가는 열차는 비록 내부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기존 열차와 달리 객차 전체를 멋진 컬러와 무늬로 수놓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관광지로 향하는 열차답게 수많은 순례객들과 외국..
2015.04.18 -
인도 최고의 간식음료, 라씨를 아시나요?
인도의 대표적인 음료는 누구나 다 아는 '짜이'(Tchai)다. 인도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하루에 3~4잔의 짜이를 마시는 것이 습관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마시는 베드티, 오전 10시~11시 사이에 마시는 모닝티, 오후 네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마시는 이브닝티,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한 잔 하는 라트티, 짜이에도 카페인이 있어서 저녁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통상 라트티는 생략한다. 그러나 짜이와 함께 인도사람들이 사랑하는 또 하나의 국민 간식음료는 '라씨'(Lassi)다. 라씨는 보통 더히(Dahi)라고 부르는 커드를 주 재료로 하여 설탕과 다양한 맛살라를 첨가하여 새콤달콤한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요거트보다는 덜 달고 걸죽하며, 여러가지 부재료들로 인해 창조적..
2015.04.17 -
바라나시 - 아침마다 울리는 거리의 변주곡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오늘도 아침 해는 떠오른다. 동녘하늘이 뿌옇게 밝아오면 오늘도 어제처럼 닭이 울고 개가 짖으며 하루는 시작된다. 희뿌연 연무에 쌓인 거리도, 하나 둘 씩 셔터를 올리는 가게들도, 분주히 오가는 릭샤왈라들과 섭지왈라들도 어제와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라나시의 아침은 날마다 새롭다. 그 도시가 연주하는 아침 멜로디는 마치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처럼 날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지 하룻밤 머물러가는 나그네는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그 변주들이 있기에 도시는 아침마다 생명력을 회복하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달려간다. 찰나의 순간에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을 것을 알기나 했던 것처럼 당연한 표정으..
2015.04.15 -
고리강가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가족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값진 이름, 그것은 바로 가족입니다. 우린 그 이름으로 세상에 태어났고 그리고, 그 이름으로 거친 세상을 살아갑니다. 가족의 사랑을 먹으며 자라고, 가족의 위로와 격려로 고비들을 뛰어넘습니다. 때로는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지만 때로는 마음이 갈리고 나뉘어 흩어집니다. 그것 때문에 서로에게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 곁에 남아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은 가족입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서운해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눈물 짓고 돌아서서 다 내 잘못이었노라고 손잡아주는 가족. 실패와 좌절로 눈물지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숨고만 싶을 때 나를 보듬어주고 다시 일으켜주는 것도 바로 가족입니다. 고리강가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내가..
2015.04.14 -
고리강가 사람들 - 그들의 미소가 그립다...
피부색과 생김새가 전혀 다른 낯선 이방인을 보고서도 그들은 경계심을 품지 않고 반가워한다. 인사를 받고 그냥 외면하며 지나치는 법이 없다.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경계한다. 자칫 자신의 치부와 약한 부분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리라. 사람에 대한 믿음,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리강가의 사람들은 상대가 나에게 해를 깨치지 않는 한 일단 그를 환영해주고 믿어주며,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을 내보인다. 그리고 반가움으로 손님을 자신의 삶의 복판에 맞아들인다. 나마스떼...! 문득 두 손을 모으고 미소짓는 그들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2012년 12월에 UP의 깡촌 고리강가 마을에서....
2015.04.14 -
바라나시 - 감추인 보화을 찾아서
수천년의 고도 바라나시.... 유구한 그 역사의 한 복판을 흐르는 갠지스 강. 그 강에 얽혀있는 사연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바라나시의 지나온 세월의 날 수 만큼, 그리고 그 강에 몸을 담궈보았던 사람들의 수 만큼, 그 강에서 노를 젓고 물건을 팔며 뿌자를 드리는 사람들의 수 만큼일게다. 이 사진의 사나이는 왜 저렇게 갠지스 강물을 열심히 퍼내어 붓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은 그의 생업이자 비즈니스이다. 그는 지금 시체를 화장하고 난 잿더미와 잔해들 속에서 가끔씩 고인의 저승길에 노자로 쓰도록 넣어둔 금붙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금붙이를 발견하는 날은 한 달에 한 두 번에 불과하지만 그는 날마다 이 일을 멈출수가 없다. 금붙이 하나면 자신이 한 달 노동해서 번 것보다 더 큰 재화를 만질 수 있으니 말이다..
2015.04.11 -
엘로라의 화려했던 날은 가고...
AD500년 ~ 1,100년에 이르는 5, 6백년간 이곳 엘로라는 수도승들로 가득했다. 굽타왕조와 마우리아 왕조의 불교 중흥정책에 힘입어 북인도 및 중부 전역에 확산된 불교는 데칸고원이 시작되는 이곳 엘로라 지역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엘로라와 아잔타를 비롯한 이곳 일대는 지대가 높고 산과 계곡이 있어 무더운 여름에도 수도하기 좋았고, 특히 석굴 사원 안에는 에어컨을 가동한 것처럼 여름에도 시원하여 더위에 방해받지 않고 명상하는데 최적이었다. 그 때문에 불교 뿐 아니라 힌두교와 자인교 수도자들도 역시 바위산을 깎아 자신들의 양식에 맞게 석굴사원을 조성하였고, 이곳 일대에서 수 천의 수도승들이 금욕과 명상 등 수행에 전념하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경읽는 소리와 목탁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때로는..
2015.04.07 -
우물가의 여인들 - 첸나이의 마리나 해변에서
첸나이 바닷가에 올망졸망 모인 빈민촌. 아침 일찍 일어난 여인들은 식구들이 하루내내 쓸 물을 길어오느라 우리네 약수터에서 물통 줄세우기 하듯 형형색색의 물통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밝은 웃음으로 아침인사를 나누는 그들에게서 삶의 시름과 아픔은 잠시 뒤로 물러간다. 작두로 퍼올리는 샘물가에는 언제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의 살림살이며, 살아가는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속이고 싸우기도 하고..... 물 항아리를 어깨춤에 끼고 돌아서는 여인의 소박한 미소가 지금도 내 가슴 속 잔잔한 파문으로 다가온다.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두레박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선생님은 어디에서 생수를 구하신다는 말입니까? (요한복음 4:11)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