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역에서 데라둔행 열차를 기다리며...

2015. 4. 18. 13:04인도이야기/인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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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델리역에서 데라둔행 열차를 기다리며...
Waiting for the train to Deheradun at New Delhi Station...


몬순에 접어들면서 
굵은 빗방울이 쉬지 않고 대지를 적시던 날,

비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데라둔 행 열차를 타기 위해 
우리 가족은 뉴데리역 11번 플랫폼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델리 역에서 인도 전역으로 출발하고 도착하는
수많은 열차들에는
그 열차의 노선과 종착역에 따라
천차만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힌두 성지 바라나시를 거쳐 꼴까타까지 가는 열차는
비록 내부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기존 열차와 달리 객차 전체를 멋진 컬러와 무늬로 수놓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관광지로 향하는 열차답게 수많은 순례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열차의 주요 고객이었다.


반면 뉴델리 근교의 소도시들을 오가는 이른바 통근열차들은
좌석이 거의 없고
그야말로 숨쉴 틈조차 없이
남루한 옷차림을 한 노동자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오늘 사진으로 보는 학생들은 뉴델리 근교
무슬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평일 같았으면 이미 학교에서 수업이 시작되었을텐데,
아마도 이날은 축제일이라 늦게 등교하는 듯 했다.


빗속을 뛰어다니며 장난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내가 카메라를 꺼내자 마자 한 장 찍어달라고 
온갖 포즈를 다 취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대하면서
계속되는 비로 우중충해진 마음이 산뜻 밝아졌다. 

우리가 기다리는 데라둔행 열차가 출발하는 플랫폼에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득했다.
데라둔으로 가는 길에 자리잡은 갠지스강 상류의 힌두 성지, 
하리드와르의 힌두 축제에 가는 행렬들이었다.

어디서나 앉고, 눕고,
누가 훔쳐간들 별로 득될 것 없는 보따리 하나 들고 떠나는 그들...
예의와 범절, 공중도덕, 효율성과 타인의 눈을 생각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한쪽에서는 빨간 옷을 입은 꿀리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꿀리는 기차역이나 시장에서 짐을 옮겨주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외국인인 우리는 저 꿀리가 무섭다.
보통 인도사람들에게서 받는 돈의 세 배, 네 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꿀리가 다가오면 언제나 손을 내저으며,
'너히 너히, 아쁘네 압 레 자 썩따 훙'을 읊어야 한다.
"아니, 아니, 나 혼자서 가지고 갈 수 있어. 걱정마.."라는 뜻이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살아가면서 세파에 오염되지 않기를,
하리드와르로 향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시기를,
사람들의 짐을 대신 져주는 꿀리들이
자신들의 짐을 대신 져줄 참된 구원자를 만날 수 있기를....

철로를 적시며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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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31일

뉴델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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