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라의 화려했던 날은 가고...

2015. 4. 7. 02:16인도이야기/인도에세이

728x90

AD500년 ~ 1,100년에 이르는
5, 6백년간 이곳 엘로라는 수도승들로 가득했다.
굽타왕조와 마우리아 왕조의 불교 중흥정책에 힘입어
북인도 및 중부 전역에 확산된 불교는
데칸고원이 시작되는 이곳 엘로라 지역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엘로라와 아잔타를 비롯한 이곳 일대는
지대가 높고 산과 계곡이 있어 무더운 여름에도 수도하기 좋았고,
특히 석굴 사원 안에는 에어컨을 가동한 것처럼 여름에도 시원하여
더위에 방해받지 않고 명상하는데 최적이었다.
그 때문에 불교 뿐 아니라 힌두교와 자인교 수도자들도 역시 
바위산을 깎아 
자신들의 양식에 맞게 석굴사원을 조성하였고,
이곳 일대에서 수 천의 수도승들이 금
욕과 명상 등 수행에 전념하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경읽는 소리와 목탁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때로는 묵언수행에 들기도 했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그동안 누리던 모든 즐거움과 안락한 삶을 포기한 채
엄격한 규율에 따라 오직 자아의 본질를 깨닫고,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일념으로

바위 동굴 안에서 이들은 한 평생을 지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으랴...
사람도 가고, 그들이 쌓은 모든 수행의 공적들도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오직 풍상에 점점 희미해져가는 건축물들만 남아
말없이 그 시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역사가들에 의하면 마우리아 왕조가 쇠퇴하면서
사원과 승원에 대한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결정적으로는 이곳을 후원하던 귀족들이 세을 잃고 몰락하면서 
재정적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곳에 모여 수도하던 승려들은 결국
각지로 흩어져 탁발 수도승들이 되었고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불교는 인도에서 거의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고보면 속세를 떠나고
인연을 초월하여 진리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세속의 끈을 떼어 버릴 수 없었던 딜레마가
그들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이를 통해 참된 종교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참 종교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먹고 마시고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삶의 관계들 한 복판에서 
절대자의 뜻과 그분의 섭리를 깨닫고
그분을 추구하며 그분께 헌신함으로써
이 땅에서의 유한하고 제한적인 삶을
영원하고 온전한 미래로 연결하는 종교여야 함을 깨닫게 된다.

어차피 피조물로 태어나 유한한 세계에 갇혀 사는 인간이
아무리 명상을 하고, 아무리 수도를 한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겠는가.
결국은 우리가 지닌 한계와 연약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과 허망한 꿈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속여왔는지... 

방법은 서로 달랐지만 나름대로 영원한 삶을 꿈꾸며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고자 했던 그들...
그들이 평생을 두고 추구했던 진리,
그들이 깨닫고자 그렇게 열망했던 도(道)는
어쩌면 그들 자신으로부터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지 않았을까....

모세의 율법을 따르고 지킴으로써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던
유대인들도 결국은 신의 은총 앞에 나아갈 수 밖에 없었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를 깨우치고 가르쳤던 대로
사성제와 팔정도의 수행법을 그대로 따르고 실천함으로써
열반에 이르고자 했던 테라바다,
즉 부파불교의 교리도 힘을 잃고 말았다.

보살사상에 기초한 마하야나, 즉 대승불교가 세력을 얻으면서
중생을 사바세계에서 열반으로 인도해줄 신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숭배하였고,
그것도 부족하여 수 억겁 세월에 걸친 수많은 부처들과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의 은총에
기대고 마침내는 온 세상을 구원할 메시야인
미륵불에 기댈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이쯤에서 나는 지혜자 솔로몬이 자신의 인생 말년에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고백했던
전도서의 한 구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으니라.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전도서 1:8-11)


2013년도 1월에

엘로라의 10번 석굴, 이른바 목수의 동굴에서
(Cave No.10 - The Carpenter's Cave)

 

 

 

 

 

 

 

 

 

 

 

 

 

 

 

 

 

 

 

 

 

* 엘로라의 불교석굴들을 대표하는 이 10번 석굴은
그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정교하며,

  석굴이지만 목수가 나무를 짜서 만든
짜이띠아(사리탑을 포함한)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 즐감하셨다면 아래 공감(하트) 버튼을 꾸욱 눌러주십시오~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