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이야기/인도에세이(14)
-
라마유르 곰파에서 만난 삼매경(三昧境)
*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에서 서쪽으로 127km 거리에 있는 라마유르(Lamayur)의 티벳불교 사원. 라마유르 곰파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방문했던 곰파들에서 보지 못했던 특별한 장면을 만났다. 이 곰파의 가장 어른(큰스님)일 법한 고승이 북을 두드리며 경전을 독송하는 장면이다. 이분의 독송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Q(Quiet) 모드로 설정하고 조심스레 몇 컷의 사진을 담았다. * * 불교의 용어 가운데 삼매(三昧)라는 말이 있다. 삼매(三昧)는 산스크리트(梵語) 서멋디(samādhi)의 음역으로 삼마지(三摩地), 삼마제(三摩提)라고도 한다. 이 삼매는 불교의 수행 방법 가운데 하나로서 모든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평정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란한 마음을 모아 움직이지 않게 하여 ..
2016.06.08 -
보드가야 - 스님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 보드가야 - 스님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Bodhgaya - What's happened to the Monks? 바라나시에서 열차로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가야,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쯤 들어가면 보드가야(Bodhgaya)라는 불교의 성지가 있다. 이 보드가야에서 티벳불교의 유명한 고승이 방문하여 설법한다는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티벳불교의 승려들이 모여들고 있다. 어린 동자승부터 할아버지까지, 눈이 파란 서양출신의 승려들까지 보드가야의 불교성지로 향하는 길은 온통 승려들의 행렬로 채워졌다. 진지한 어른들의 표정과는 달리 동자승들은 어린 동심을 묶어두기 어려운 모양이다. 길을 가면서도 연신 장난을 치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그냥 어린 아이 그대로다. 앗, 그런데 여긴 무..
2015.06.10 -
코다이카날 - 황혼의 노래
|| 코다이카날 - 황혼의 노래 Kodaikanal - A Song of Twilight 날마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서쪽 하늘의 붉은 노을, 그대가 날마다 일상으로 만나는 노을이 창조 이래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그대에게 비쳐진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수 백 억의 인류가 이 땅에 태어나고 죽어갔지만 당신은 오직 유일하고 특별한 한 사람, 당신과 똑같은 사람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으며,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음을 그대는 아는가. 때로는 화려해 보이지 않아도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와 빛을 가려도 오직 유일한 단 한 번의 황혼이기에 그것은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 2007년 9월 20일 코다이카날의 저녁노을..
2015.06.04 -
바라나시 - 어느 브라만 사제의 한가한 오후
가슴 위로 흰 삼줄을 드리운 채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브라만 사제. 마치 처음부터 그를 위해 예비된 자리인 것처럼 대나무 목받침과 적당한 높이의 다리받침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이제 은퇴하고 숲으로 들어가 사냐시가 되어야 할 나이의 그는 강가(Gangga, 갠지스)의 강변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누워 있을까. 평생 붙잡고 씨름해 오던 인생의 수수께끼들을 풀고 있을까? 자신의 다르마를 다하고 맞이하는 인생의 황혼에 만족을 느끼며 다음에 찾아올 자신의 또 다른 생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자신을 비춰주는 오후의 따스한 햇빛을 즐기며 성스러운 강 곁에 몸을 누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이 그토록 찾고 찾았던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까. 산다는 것..
2015.05.25 -
디우 해변의 노을 - 매일의 기도 (톨스토이)
매일의 기도 레오 톨스토이 / 이재철 역 나는 오래 전부터 매일 아침 홀로 기도하는 습관을 길러 왔습니다. 이러한 나의 매일의 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 : 이 기도 다음에 나는 요한복음으로부터 다음의 기도를 덧붙입니다 ; 당신의 이름은 사랑이시며, 하나님의 사랑이십니다. 사랑 속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속에 거하는 자이며, 또 하나님은 그의 속에 거하십니다. 그 누구도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본 사람은 없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그분의 우리 속에 거하시고 그분의 사랑이 우리 속에 충만합니다. 누구든지 "나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의 형제를 미워한다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고 도대체, 이렇게 보지 못한 하..
2015.05.19 -
뉴델리역에서 데라둔행 열차를 기다리며...
|| 뉴델리역에서 데라둔행 열차를 기다리며... Waiting for the train to Deheradun at New Delhi Station... 몬순에 접어들면서 굵은 빗방울이 쉬지 않고 대지를 적시던 날, 비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데라둔 행 열차를 타기 위해 우리 가족은 뉴데리역 11번 플랫폼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델리 역에서 인도 전역으로 출발하고 도착하는 수많은 열차들에는 그 열차의 노선과 종착역에 따라 천차만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힌두 성지 바라나시를 거쳐 꼴까타까지 가는 열차는 비록 내부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기존 열차와 달리 객차 전체를 멋진 컬러와 무늬로 수놓아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관광지로 향하는 열차답게 수많은 순례객들과 외국..
2015.04.18 -
바라나시 - 감추인 보화을 찾아서
수천년의 고도 바라나시.... 유구한 그 역사의 한 복판을 흐르는 갠지스 강. 그 강에 얽혀있는 사연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바라나시의 지나온 세월의 날 수 만큼, 그리고 그 강에 몸을 담궈보았던 사람들의 수 만큼, 그 강에서 노를 젓고 물건을 팔며 뿌자를 드리는 사람들의 수 만큼일게다. 이 사진의 사나이는 왜 저렇게 갠지스 강물을 열심히 퍼내어 붓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은 그의 생업이자 비즈니스이다. 그는 지금 시체를 화장하고 난 잿더미와 잔해들 속에서 가끔씩 고인의 저승길에 노자로 쓰도록 넣어둔 금붙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금붙이를 발견하는 날은 한 달에 한 두 번에 불과하지만 그는 날마다 이 일을 멈출수가 없다. 금붙이 하나면 자신이 한 달 노동해서 번 것보다 더 큰 재화를 만질 수 있으니 말이다..
2015.04.11 -
엘로라의 화려했던 날은 가고...
AD500년 ~ 1,100년에 이르는 5, 6백년간 이곳 엘로라는 수도승들로 가득했다. 굽타왕조와 마우리아 왕조의 불교 중흥정책에 힘입어 북인도 및 중부 전역에 확산된 불교는 데칸고원이 시작되는 이곳 엘로라 지역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엘로라와 아잔타를 비롯한 이곳 일대는 지대가 높고 산과 계곡이 있어 무더운 여름에도 수도하기 좋았고, 특히 석굴 사원 안에는 에어컨을 가동한 것처럼 여름에도 시원하여 더위에 방해받지 않고 명상하는데 최적이었다. 그 때문에 불교 뿐 아니라 힌두교와 자인교 수도자들도 역시 바위산을 깎아 자신들의 양식에 맞게 석굴사원을 조성하였고, 이곳 일대에서 수 천의 수도승들이 금욕과 명상 등 수행에 전념하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경읽는 소리와 목탁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때로는..
2015.04.07 -
우물가의 여인들 - 첸나이의 마리나 해변에서
첸나이 바닷가에 올망졸망 모인 빈민촌. 아침 일찍 일어난 여인들은 식구들이 하루내내 쓸 물을 길어오느라 우리네 약수터에서 물통 줄세우기 하듯 형형색색의 물통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밝은 웃음으로 아침인사를 나누는 그들에게서 삶의 시름과 아픔은 잠시 뒤로 물러간다. 작두로 퍼올리는 샘물가에는 언제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의 살림살이며, 살아가는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속이고 싸우기도 하고..... 물 항아리를 어깨춤에 끼고 돌아서는 여인의 소박한 미소가 지금도 내 가슴 속 잔잔한 파문으로 다가온다.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두레박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선생님은 어디에서 생수를 구하신다는 말입니까? (요한복음 4:11)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2015.04.06 -
우리에게 일용할 로띠를 주옵시고...
인도에 살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일용할 양식의 다양함이다. 한국에서도 물론 비싼 뷔페나 일식집에서 먹는 한 끼 식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며칠을 먹을 수 있는 비용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인도는 그 차이가 한국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인도의 최고급 뷔페에서 한 끼를 먹으려면 2~3천 루피(한화 5만원 내외)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또는 집에서 간단히 한끼를 해결할 때는 불과 15, 20루피면 가능하다. 실제로 내가 인도의 젊은이들을 훈련하면서 필요한 식비예산을 세우는데 아침식사로 1인당 15루피, 점심 20루피, 저녁 25루피로 잡았다. 저녁에는 가끔씩 Non-Veg 요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최고급 뷔페 식사의 백분의 일도 채 안되었지만 그리 먹는데 아쉬움을 느끼진 않았던 것..
201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