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유르 곰파에서 만난 삼매경(三昧境)

2016. 6. 8. 12:17인도이야기/인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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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의 중심도시 레에서 서쪽으로 127km 거리에 있는
라마유르(Lamayur)의 티벳불교 사원.

라마유르 곰파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방문했던 곰파들에서 보지 못했던 특별한 장면을 만났다.
이 곰파의 가장 어른(큰스님)일 법한 고승이 
북을 두드리며 경전을 독송하는 장면이다.
이분의 독송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Q(Quiet) 모드로 설정하고
조심스레 몇 컷의 사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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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용어 가운데 삼매(三昧)라는 말이 있다.
삼매(三昧)는 산스크리트(梵語) 서멋디(samādhi)의 음역으로 
삼마지(三摩地), 삼마제(三摩提)라고도 한다. 

이 삼매는 불교의 수행 방법 가운데 하나로서 
모든 잡념을 없애고 마음을 평정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란한 마음을 모아 움직이지 않게 하여 망념에서 벗어나는 것, 
즉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일심불란의 경지이다.

그런 점에서 경전을 읽는 것은 
삼매 수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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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시간 이상 경전을 넘기면서 
일정한 음조로 독송하는 스님의 태도에는
범접하기 힘든 경건함과 영적인 권위가 스며들어 있었다.
경전을 읽되 그것을 통해 삼매에 이르기까지 집중하는 것...
이는 단지 불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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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마음가짐 역시 
또 다른 차원의 삼매(samādhi)의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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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숨겨진 보화를 
발견하고자 하는 간절함, 
나를 향해,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향해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을 듣고자 하는 겸손함,
나의 존재 전부와 말씀이 하나되어 그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려는 
일심불란의 경지,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삼매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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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우리가 진정한 삼매에 빠지지 못하도록 막는
사이비 삼매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지금 우리는
그 헛된 사이비 삼매에 빠져서
참된 진리와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일심분란의 태도로 몰입해야 할 
진정한 삼매의 대상을 잃어버린 채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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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과 마주했던 잠깐의 시간들은
삼매의 경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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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둥둥둥....
스님이 두드리던 그 북소리는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다 막고
오직 경전이 들려주는 소리에만 집중하기 위함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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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어가며
마음으로 받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머리로 묵상하는 가운데
그 말씀은 생명의 양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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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의 수행이 아닌
수 십 년 동안 계속해온 지난한 수행의 과정을 통해
경전의 말씀은 삼매에 빠진 한 사람의 삶 속에
그대로 녹아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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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뢰아의 유대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의 유대 사람들보다 더 고상한 사람들이어서, 
아주 기꺼이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였다.

(사도행전 17:11,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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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라다크의 라마유르 곰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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