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이야기/인도에서의 일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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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수리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풍경들
머수리에서는 아주 작은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이름모를 작은 풀꽃 하나, 하늘 위로 치솟은 전나무와 삼나무들, 5월부터 시작하여 가을이 되기 전까지 피어나는 붉은 로덴드롬 나무의 꽃들, 산골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들, 지붕 위에 집과 집 사이에 널어놓은 울긋불긋한 빨래들, 랜도르 바자르의 채소가게와 신발 수선집, 짜르두깐(네 개의 가게가 있는 곳)의 맛있는 스넥요리들..... 그리고 날마다 먹어도 물리지 않는 소박한 식사. 그 모든 것들에서 신의 은총과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 2010년 8월에서 9월 사이에 머수리의 일상을 담다. 여름이 되면 머수리의 돌담 벽들에는 이름모를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접사렌즈는 안 가져왔..
2015.04.23 -
머수리 - 원숭이 가족들의 워터파크
머수리에서 내가 힌디어를 배우기 위해 두 달 동안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방 셋을 가지고 거의 민박수준으로 운영하는 정말 초라하고 볼품없던 곳이었다. 그 세 방에 나와 미국인 친구 카알, 아일랜드에서 온 노처녀 카일리, 이탈리아에서 온 두 아가씨들이 모여 오손도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별로 낙이 없는 게스트하우스였지만, 밤마다 쏟아지는 하늘의 별들과 아침 일찍 구름과 연무가 올라오기 전에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들은 그 모든 불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을만했다. 한편, 수시로 집에 드나드는 손님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크나큰 골치거리였다. 바나나나 과일들을 훔쳐먹는 정도는 그냥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녀석들은 부엌은 물론 방에 감추어둔 빵과 비스킷, 마켓에서 어렵게 구해온 한국라면까지 ..
2015.04.21 -
우리 동네 아이들
우리 동네의 아이들을 소개합니다. 이름을 미처 적어두지 못해 아쉽지만 나만 보면 멀리서 "앙클, 앙클!" 부르며 쫒아 달려옵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액션배우가 되기도 하고 개그맨이 되기도 하는 아이들.... 역시 영화를 좋아하는 인도의 아이들 답습니다. 이들에게 인도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기독교 마을인지라 교회에 다니는 아이도 있고, 여전히 힌두인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온전하고 넉넉한 인격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로 자라가기를 축복하며... 2009년 5월 뱅갈로르 첼레케레 마을에서. 다 보신 후에는 공감버튼을 한 번 꾸욱 눌러주세요~!! 부탁드려요~
2015.04.02 -
짜이 한 잔의 여유
파키스탄 국경 근처의 인도 국경도시 암릿사르.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나를 픽업해 줄 라지꾸마르 목사는 교통체증으로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날씨는 춥고, 기다리기는 지루하고... 가방을 끌고 역 입구의 짜이집으로 향했다. 물과 우유를 1:1로 섞어 끓인 다음에 짜이 잎을 두둑히 넣고 카르다몸과 생강, 설탕을 넣어 다시 팔팔 끓이면 달달하고도 향이 진한 맛있는 짜이가 완성된다. 이 아저씨는 저 냄비에 큰 스푼으로 설탕을 일곱 번이나 퍼넣었다..ㅠ.ㅠ 달달함의 비결이 바로 여기에...ㅋㅋ 뜨거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인도사람들은 짜이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피로를 푼다. 한 잔의 짜이가 주는 느긋한 여유...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2015년 1월 20일, 펀잡 암릿사르역에서
2015.04.01 -
쉼라에 눈이 내리다
인도에서 눈을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물론 히말라야 산골짜기에 가면 일년의 거의 절반이 넘는 날들 동안 눈이 쌓여 있겠지만 대부분의 인도사람들은 평생 눈을 보지 못고 살아간다. 남인도의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젊은이들은 눈을 보기 위해 한 겨울에 인도의 북쪽 끝이라 할 수 있는 카시미르의 스리나가르나 이곳 쉼라로 신혼여행을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TV나 사진을 통해 눈이 쌓인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는 4년전 우타란찰을 여행하면서 인도에서는 최초로 히말라야 산록에서 눈을 접했고, 라다크를 여행하면서 눈길을 걷는 감동을 누렸다. 쉼라는 북인도 평원에서 히말라야 산줄기가 막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도시이다. 해발 2천미터가 넘다보니 12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가끔씩 눈이 쌓..
201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