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수리 - 원숭이 가족들의 워터파크

2015. 4. 21. 12:20인도이야기/인도에서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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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수리에서 내가 힌디어를 배우기 위해
두 달 동안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방 셋을 가지고 거의 민박수준으로 운영하는
정말 초라하고 볼품없던 곳이었다.
그 세 방에 나와 미국인 친구 카알,
아일랜드에서 온 노처녀 카일리,
이탈리아에서 온 두 아가씨들이 모여
오손도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별로 낙이 없는 게스트하우스였지만,
밤마다 쏟아지는 하늘의 별들과
아침 일찍 구름과 연무가 올라오기 전에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들은 
그 모든 불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을만했다.

한편, 수시로 집에 드나드는 손님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크나큰 골치거리였다.

바나나나 과일들을 훔쳐먹는 정도는
그냥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녀석들은 부엌은 물론 방에 감추어둔 빵과 비스킷,
마켓에서 어렵게 구해온 한국라면까지
뭐든 뒤져서 죄다 먹어치우고
온 방을 난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번은 침대에 온갖 배설물을 갈겨 놓는 바람에 
그 빨래 말리기 어려운 몬순시즌에
이틀이나 이불을 주인집에서 빌려다 덮어야 했다.

하지만 그 얄미운 원숭이 녀석들이 가끔씩은
이렇게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니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내가 머물던 창문 바로 앞은
프라카시라는 이름의 수퍼 주인집 옥상이었는데
조그만 옥탑건물이 꽤 멋스러웠다.

어느 비가 막 갠 오후...
책상에 앉아 힌디어 숙제를 하던 나는
거기 놀러온 원숭이 한 마리를 보았다.

옆에 있던 카메라를 잡고 그 녀석을 담으려 했더니
차츰 그 녀석의 온 가족들이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던 녀석들은
차츰 원숭이 특유의 장난끼가 발동,
온 가족들이 뛰며 구르며, 물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막내녀석의 재롱은 내게도 참 귀엽게 느껴졌는데
그 원숭이 부모에게는 얼마나 귀엽게 보였을까...

원숭이 가족의 한 판 놀이마당을 보노라니
문득 두고온 가족들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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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몬순의 한 복판에
머수리 스노우뷰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후에 원숭이들의 놀이터가 될 프라카시 수퍼 주인집 옥상...
아직 가랑비가 그치지 않았다.


옥상 위 옥탑창고의 저 빛 바랜 갈색은 늘 내 눈길을 고정시킨다.


어렵쇼? 갑자기 반다르(원숭이의 힌디어) 한 마리가 아래서 뛰어 올라왔다.
딱 보기에도 완전히 다 자란 수컷이었다.


수컷이 잠시 있다가 다른 가족들을 부르러 내려간 사이
아빠와 함께 온 아들인 듯 보이는 녀석이 올라와 물가에 앉아 명상에 잠겼다.


이 녀석, 서서히 원숭이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한 듯
물속으로 들어와 조심 조심 물장구를 쳐보기 시작한다.


잠시 후 내려갔던 아빠가 아내와 막내,
어린 두 꼬마 녀석들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야, 오늘 우리가족 소풍갈까?
내가 멋진 워터파크를 하나 찾았는데 말이야~~!"


바로 물속에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이리 저리 상황을 살펴보는 가장!


잠시 후
"야, 니들 다 들어가서 놀아~ 맘껏 놀아라...~"
아이들을 물 속에 워터파크에 들여보낸 아빠와 엄마는
잠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옆 건물 지붕위로 사라졌다.
신이 난 아이들을 물에 들어가 마셔도 보고 찍어 입에 대보기도 한다.


세 녀석들은 이리저리 거닐어도 보고
물속에 비친 자기 모습이 신기한 듯 자꾸 바라보았다.


이윽고... 막내녀석의 원맨쇼가 시작되었다. 
일명 물장구 치며 턴하기!
"형들, 여기봐 여기...~~~ 간다...~~"


원맨쇼하다가 물에 흠뻑 젖은 막내를 형들은 재밌는 듯 바라본다.


하지만 이 때야 말로 큰 형의 위엄을 보여야 할 때!
큰 형이 막내를 불러세웠다.
"야, 임마 너 그렇게 까불래? 아직 형들도 조용히 있는데..."
이 때 지붕위에 올라간 세째 녀석이 말했다..
"에이, 형들 나도 좀 봐줘~ 나 다이빙 하고 싶단 말야 앙~~"


짜식들이... 줄 똑바로 안 맞춰?
엄마 아빠 없다고 이 큰 형 말 안듣고 까불면 니들 앞으로 알것제?


물놀이도 서서히 지겨워지기 시작할 무렵,
엄마원숭이는 옆에 있는 양철 지붕 위에 벌러덩 누워
일광욕을 즐기다가 아이들을 불렀다..
"야! 이제 그만놀고 여기와서 햇볕있을 때 몸이나 말려! 감기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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