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랑가의 저녁노을 (feat. 침묵의 서약)
어느 결혼식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하객들을 맞는 신부쪽 부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신랑의 부모는 아예 결혼식장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홀로 서 있는 신랑을 훔쳐보던 신부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는 반쪽의 결혼, 신랑측 부모가 두 사람의 결합을 극구 반대했던 것입니다. 남자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한 마음으로 애원했습니다. "아버지, 제발요." "절대 안 된다." 몇 달을 두고 허락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심한 좌절감 뿐이었습니다. 남자는 결국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겉보기엔 남다를 것 없는 결혼식장의 빈의자처럼 가슴 한 곳이 텅 빈 채로 치르게 된 결혼식이었습니다. 주례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에...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는 것도 좋지..
202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