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갈로르 - 어느 슬럼마을의 한가한 오후
뱅갈로르에서 내가 살았던 꼬따누르 마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가난한 불가촉민들이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남편은 일용직과 릭샤왈라, 정원사, 청소부 등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고, 아내와 사춘기를 지난 소녀들은 주로 주변 중상류층 가정에 아야(여자 하인)로 일한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 앞쪽 공터 한 쪽에도 그런 천막들이 줄지어 있었다. 지나다니면서 눈인사와 손짓으로 아이들과 사귀기를 몇 차례, 어느 날 오후, 카메라를 들고 천막들 사이로 들어갔다. 한 눈에 봐도 낯선 이방인. 그래도 그 마을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몇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살고 있던 터라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나 두려움이 크지 않아 다행이었다. 여인들과 아이들은 이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201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