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마을 미르자뿌르에서의 추억

2021. 4. 4. 08:35세상의 모든 풍경/Banglad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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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북부 인도의 메갈라야 주와의 경계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마을 미르자뿌르.

우리가 이 곳을 방문하게 된 것은 그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 하나를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떼제공동체 수사님께 인근마을의 교회 한 곳을 가보고 싶다고 하자 수사님은 한 목사님을 소개해 주셨다. 아주 기초적인 영어소통이 되는 분이었는데, 벌써 5년의 세월이 흐르니 그분의 이름마저 가물가물하다. 그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앞서고 우리는 아토릭샤를 타고 그분의 뒤를 따랐다. 마이멘싱에서 출발하여 서쪽으로 달려가다 묵트가츠에서 북서쪽 길로 접어들어 한 시간 반을 달려가니 온통 논으로 둘러쌓인 자그마한 농촌 마을이 나타났다.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무슬림들에 둘러쌓여 믿음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동네였다. 5km 반경에만 모스크가 20여개 있으니, 마치 무슬림들이 사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과 같은 마을이다. 

이곳에 교회가 세워진 것은 1988년도, 약 30년 전의 일이다. 마이멘싱 떼제공동체에서 일하다가 예수님을 영접한 한 젊은이가 고향 마을에 사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6개월 과정의 성경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 돌아왔다. 당시 그의 가족과 친척들은 모두 힌두교도들이었다. 국교인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 인구가 90%가 넘는 방글라데시지만 독립당시 인도로 돌아가지 못한 소수의 힌두교도들과 기독교인들이 남아 있었고, 그들은 온갖 차별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조상대대로 믿어온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동생들에게 예수님을 전했고, 차츰차츰 온 가족이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그리고 한 동네에 사는 자신의 친척들에게도 다가가 복음을 전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성실하고 성품이 바른 아이였기에 친척들도 하나 둘,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년 뒤에 그곳에 그곳에 드디어 작은 침례교회 예배당이 세워진 것이다. 

비록 몇 가정 안되지만 그들은 주일마다 모여 예배를 드리고, 집에서도 온 가족이 매일 모여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찬송한다. 낯선 불청객인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로 따뜻이 맞아주고 환영해 준 그들. 비록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잠시나마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제를 나누었다. 소박한 음식이지만 함께 식탁을 나누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기도해 주었다. 얼마전 구글검색으로 그 교회를 찾아보니 우리가 방문한 뒤에 그 옆에 조금 더 크고 깨끗한 새 예배당을 건축하었다. 당시에 낡고 허름한 예배당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는데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부활주일 아침,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의 소망이 되신 그리스도, 땅과 하늘의 모든 권세를 받아 인류의 소망이 되신 주님을 찬양하며 내가 사랑하는 인도의 교회들과 방글라데시 미르자뿌르 교회에도 부활의 기쁨과 감격이 충만하기를 기도해본다.

 


미르자뿌르 가는 길 풍경들

 

 

 

 

 

 

 

 

 

 

 

 

 

 

 



미르자뿌르 침례교회에서의 예배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2016년 2월, 비자갱신을 위해 방문한 방글라데시.
작은 마을 미르자뿌르에서의 하루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어린 시절 고향마을,
복흥영주교회에서 함께 했던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신앙생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시절의 나는 바로
오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그들의 소박한 삶 속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부활절의 은혜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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