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의 배경 - '최참판댁'의 봄

2023. 3. 24. 09:57아름다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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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와 더불어 한국소설문학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박경리(1926-2008). 그녀의 장편 대하소설 <토지>는 1969년부터 1994년 8월까지 무려 26년 동안 총 5부 16권으로 완간한 역사소설이다.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경장 직후인 1897년부터 1945년, 광복까지를 배경으로 한 가문의 몰락에서 재기에 이르는 과정을 경남 하동 평사리와 용정, 진주와 서울, 일본, 만주 등 동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그려내고 있다.

<토지>에는 무려 600여 명에 이르는 인물이 등장하고, 시대적 배경 또한 1897년부터 1945년까지 반세기를 아우른다. 이에 작품 속에는 동학농민전쟁과 을사늑약, 청일전쟁, 간도협약, 만주 사변 등 우리 근대사의 굵직굵지한 주요 사건들이 등장하며 작중인물들의 삶과 연결된다. 

만석꾼 최씨 집안의 주인인 최치수는 타락한 양반인 김평산과 여종인 귀녀의 계략으로 죽음을 당하게 되고, 외동딸인 최서희는 먼 친척뻘인 조준구 일당의 계략으로 재산을 모두 빼앗긴 뒤 내쫒긴다. 이후 서희는 일본의 감시를 피해 간도의 용정으로 야반도주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재기하여 다시 예전 땅과 집을 사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소설은 대지주이자 몰락해 가는 양반인 최 참판댁을 중심으로 이름 없는 민초의 정서와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민족의 구체적 생활사 속에서 펼쳐내고 있다. 또 지난 시절 우리 민족이 겪은 힘든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탐구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한국어의 미적 특질을 잘 살린 작품으로 한국 소설사에서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어·불어·일어로도 번역되었다. 또한 KBS는 아직 완간되기도 전인 1988년부터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드라마로 제작하여 절찬리에 방영하였다.


토지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면서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많은 시청자들과 독자들이 찾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지리산과 섬진강, 평사리 들판 외에 정작 평사리에는 '최참판댁'이 없었다.

이에 하동군 공무원이었던 '석민아'가 "최참판댁 건립"을 제안했고, IMF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상남도 예산담당관실에 근무하던 하동출신 '윤상기'(후에 하동군수가 됨)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 도지사의 특별한 배려로 최참판댁 건립의 종잣돈이라고 할 수 있는 도비 10억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른 바탕으로 초대 민선군수 정구용이 군비 등 예산 30억원으로 부지 3천평을 구입하여 1998년에 마침내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이 현실 세계로 그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다. 최참판댁이 건립되고 2001년 하동의 문인들이 박경리 선생의 승낙을 받아 그해 11월, 작가를 직접 모시고 <제1회 토지문학제>를 개최했으며, 그때부터 매년 지금까지 문학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한편 토지가 완간된 이후 2004년 11월부터 SBS 대하드라마 <토지>(이종한 연출, 김현주 주연)는 52부로 구성되어 방영되었는데, 훨씬 발전한 영상기술과 최참판댁 한옥 14동을 비롯하여 용이네와 칠성네 등 초가 세트장 50여동이 설치되어 완성도 높은 실감나는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이때부터 평사리는 단순한 문학작품의 배경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명성을 높이게 되었다.

최참판댁 안내도

시간이 없어 이곳 저곳 다 돌아보지는 못해서 안내도를 촬영해왔다.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조성된 마을 전체가 하나의 완벽한 세트장이다.


최참판댁 뿐 아니라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집을 인물의 특징과 역할에 맞도록 아기자기하게 재현해 놓았다. 


매화가 개나리가 만발한 봄날이야말로 이 마을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만개한 매화 가지 너머로 아련한 고향의 향수가 느껴지지 않는가? 

최참판댁 문간채로 들어서는 입구. 매화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멋진 봄날 오전 풍경이다.

오른쪽으로는 김길상이 살던 행랑채, 좌측의 문이 최치수가 거처하는 사랑채로 들어가는 문이다.
 

중문채로 들어가는 입구

물지게와 항아리, 그리고 수숫단이 어우러진 장면.

색깔도 다양한 중간 중간 알이 빠진 옥수수가 역사의 질곡 속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민초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어렸을 때 쌀밥에 조를 넣은 밥은 정말 일년 중에서 특별한 날만 먹을 수 있었다. 늘 시커먼 꽁보리밥에 시디신 김치를 얹어 먹다가 쌀에 조를 넣어 지은 밥을 먹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중문채 안으로 들어서면 윤씨부인이 거처하는 안채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좌측이 윤씨부인이 기거하던 안채이다.

주인공 최치수가 거주하는 사랑채에서는 악양들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매화가 흐드러진 뒷채의 풍경.

사랑채 앞 솟을 대문 옆

사랑채 앞 기와담장 너머로 드넓은 악양들판이 펼쳐진다. 좌중간 들판에 쌍으로 서 있는 작은 소나무 두 그루가 평사리를 조망하는 가장 멋진 촬영 포인트인데 가보지 못해 아쉽다.


사랑채 툇마루에서 정담을 즐기는 아내와 벗의 아내 제수씨.

사랑채 전경이다. 사실 이 사진은 정확히 일년 전에 왔을 때 담은 사진이다...^^

이번에 방문하니 자목련이 활짝 피어났다. 거의 같은 날인데도 금년이 개화가 빠르다.

지난 겨울 구입한 105mm 망원 단렌즈가 위력을 발휘하여 멋진 목련 사진이 되었다.

행랑채 솟을대문과 어우러진 자목련이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답다.

조금 더 멀리서 담아본 같은 풍경...


최참판처럼 담장 너머로 악양들녁을 바라보는 나의 벗님들...^^


별당아씨가 기거하던 별당채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매화는 청아하고 우아한 자태로 피어났다.


별당채 안의 작은 연못 위로 늘어진 능수버들의 연두 빛 이파리들과 활짝 웃는 벗님들의 웃음 소리가 봄날의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별당아씨의 슬픔을 머금고 별당체 담장 기와틈에 피어난 작은 민들레꽃.

오늘은 나의 벗님도 소설 속의 별당아씨가 되어본다...^^

매화 너머로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최참판댁의 아련한 봄날이 흐른다.

돌담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개나리가 최참판 댁에 봄이 왔음을 알린다.

내 어린 시절 기억으로 초가지붕은 2,3년에 한 번씩 이엉을 새로 엮어 올려줘야 하는데, 이 곳의 많은 초가지붕들을 어떻게 유지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의 초가지붕을 덮고 있는 재료는 짚이 아닌 플라스틱이었다. 만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초가지붕! 그래서 십년이 지나도 다시 이엉을 얹을 필요 없이 그대로 보존되었던 것이다. 그 초가지붕 아래로 누군가가 걸어놓은 목공 놀이개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자기의 토지를 경작하는 자는 먹을 것이 많거니와 방탕한 것을 따르는 자는 지혜가 없느니라
악인은 불의의 이익을 탐하나 의인은 그 뿌리로 말미암아 결실하느니라
(잠언 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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