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변에 봄마중 가다 (feat : 매화, 벚꽃, 개나리, 목련 등)

2023. 3. 21. 20:43아름다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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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詩 : 김용택


매화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
지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월요일 아침,
순수하고 열정에 불타올랐던 청년시절,
그 귀중한 시간을 함께 했던 벗님들과
섬진강의 봄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아직도 매화는
그 순백의 꽃잎이 시들지 않았고
파릇파릇 보리밭 위로
꽃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산들거리는 봄바람에
마음 급한 벚꽃은
휘영청 늘어진 가지에 피어올라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섬진강물 위로 뛰어듭니다.

운조루 앞 개울 가,
바위틈에 핀 노란 개나리꽃
봄을 싣고 흐르는 물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클라리넷 고운 선율에
고개를 흔들며 화답합니다.


2023년 3월 20일

섬진강변에 봄 마중 가다.


 

유난히 가뭄이 심한 올 봄이지만 강변의 나무들은 여전히 연두 빛 고운 새싹을 틔워낸다.

오리들도 강물 속에 찾아온 봄을 마음껏 느끼며 느긋한 여유를 즐긴다. 

청보리밭에 흐르는 매화들의 합창...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 꽃 보러 간 줄 알아라.


섬진강변에 서 보면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빛도 연두빛, 밭 고랑사이도 연두빛...

순백의 매화 꽃잎은 마음 한 구석 
그늘진 곳에 남은 작은 어둠까지도 몰아낸다.

푸르른 청보리밭에 드리운 순백의 향연은 아찔한 현기증으로 다가온다.

아.. 봄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마술사 아닌가.

역광에 반짝이는 벛꽃 잎은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송이다.

매화꽃 너머로 흐르는 강물따라 봄도 흐른다.

햇살 받아 반짝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설레임.

무심히 남해로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매화꽃은 그렇게 한 잎, 두 잎 떨어져 내린다.

봄은 봄처녀의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함께 나눌 추억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은은한 향기를 흩뿌리며 샤방샤방 흔들리는 꽃잎들....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김용택 시, "섬진강 3"에서)

기다리는 이 없어도 
물가에서 돌아오는 저녁길
그대 이 길 돌멩이, 풀잎 하나에도
눈 익어 정들었으리
이 땅에 정들었으리
(김용택 시, "섬진강 3"에서)

더 키워나가야 할
사랑 그리며
하나둘 불빛 살아나는 동네
멀리서 그윽이 바라보는 
그대 야윈 등,
어느덧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
(김용택 시, "섬진강 3"에서)

봄빛 가득한 강물 위로
마음 급해 일찍 피어난 벚꽃이 손을 내민다.

사랑으로, 그리움으로 피워낸 꽃잎마다 
흐르는 강물 위로 띄워 보내는 그리움. 

저 푸른 물결 흘러흘러 닿는 곳
그곳까지 내 설레는 맘 전해다오.

몽글몽글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벚꽃 송이송이 아롱아롱 아롱진다.

가지따라 흐르는 작은 기쁨
마디마다 순백의 꽃잎으로 피어나고..

봄바람에 살랑살랑
사랑노래 실어 보낸다.

맨 아래 꽃 잎과 함께 찍힌 꿀벌 한 마리...
아무도 주목하지 못해도 내게는 사명이 있다.

빗물이 흐르듯 꽃이 흐른다.
눈물이 흐르듯 꽃이 흐른다.


보드라운 아기 숨결처럼 흐르는 물결위로
아련한 먼 훗날의 꿈도 따라 흐른다.

흐드러진 벚꽃 너머 푸르른 하늘만큼 설레는 것이 어디에 또 있으랴

잔물결 이는 강물 위로 드리워진 벚꽃 커튼처럼 포근한 것이 또 있으랴.

최참판 댁 담장 위로는 매화그늘 드리우고

꽃물든 여인네 치마폭처럼 우아한 자목련이 피어난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치열하게 살아왔나.
계절은 이렇게 늘 새로움으로 다가오는데...

고택 담장위에 뿌리내리고 꽃피운 민들레처럼
내가 떨어진 그곳이 바로
내가 뿌리내리고 꽃 피워야 할 곳인 것을...

찬란한 봄을 붙잡아 두려고 몸부림쳐도
결국은 보내야 하는 이치를 왜 그리 자주 잊어버리는지...

매화그늘 아래 진달래도 망울 부퍼 흐드러진다.

돌담너머로는 샛노란 개나리가 지천이다.

누군가 달아놓은 날개잃은 비행기는 봄 바람에 흔들리고만 있다.

운조루 앞으로 흐르는 개울가 바위틈에서는 개나리가 물소리에 잠을 깬다.

온통 공사중인 운조루 안에서 담은 딱 한 장의 사진은 바로 이 수선화!
너무나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봄의 꽃 아닌가. 

봄날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타고
가브리엘의 오보에 선율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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