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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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 어느 브라만 사제의 한가한 오후
가슴 위로 흰 삼줄을 드리운 채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브라만 사제. 마치 처음부터 그를 위해 예비된 자리인 것처럼 대나무 목받침과 적당한 높이의 다리받침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이제 은퇴하고 숲으로 들어가 사냐시가 되어야 할 나이의 그는 강가(Gangga, 갠지스)의 강변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누워 있을까. 평생 붙잡고 씨름해 오던 인생의 수수께끼들을 풀고 있을까? 자신의 다르마를 다하고 맞이하는 인생의 황혼에 만족을 느끼며 다음에 찾아올 자신의 또 다른 생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자신을 비춰주는 오후의 따스한 햇빛을 즐기며 성스러운 강 곁에 몸을 누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이 그토록 찾고 찾았던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까. 산다는 것..
2015.05.25 -
바라나시 - 강가(Gangga)의 저녁노을
갠지스에 황혼이 찾아든다. 하늘도 물들고, 강물도 물들고, 건물들도, 새들도, 짐승들도 그리고 사람들도 모두 황금 빛으로 물들어간다. 노을은 모두를 꿈꾸게 한다. 마치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처럼 사람들은 그 황홀한 꿈의 한 복판에 머물고 싶어한다. 짧은 그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가고자 마음의 소원을 담아 흐르는 강물 위에 띄워 보낸다. 인생은 때때로 강을 건너는 일. 차안과 피안의 경계, 그 어디메쯤에서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만족하고, 때로는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갠지스에 물든 노을은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의 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조용히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피안(彼岸)의 언덕에 이르는 날, 차안(此岸)에서 수고하며..
201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