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이발하기

2015. 4. 1. 04:25인도이야기/인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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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이발관에 가는 일은 늘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뱅갈로르에 있을 때도, 펀잡으로 이사한 후에도
내 머리를 내가 원하는대로 다듬도록
동네 이발사를 훈련시키기까지는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빤치쿨라로 이사온 후 동네 이발소 두 곳을 정하여 머리를 다듬어왔다.
여기도 이발값이 비싼 곳은 단순히 커트만 하는데도 500루피(만원)가 넘는 곳들이 있지만
난 60루피(작년까지는 50루피였다), 한국돈 천원 남짓 하는 곳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비싼 곳에서 자른다고 해서 내 맘에 든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5월에던가 그 중 한 곳이 문을 닫아 아쉽기 그지 없다.

오늘은 머리를 다듬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에 이발소를 찾아갔는데
마침 그 이발관이 휴일이어서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상가 2층에 있는 이발관을 찾아 들어갔다.
손님은 하나도 없고 직원 하나만 소파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깨워서 머리를 잘라달...라고 하니 하품을 하면서 허둥댄다.

좀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가르쳐서 잘라보리라 생각하고 의자에 앉았다.
내가 늘상 이발관에 갈 때마다 하는 설명을 반복했다. 이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친구 손에 모든 것이 달렸다.

그런데 산도둑같은 인상을 가진 이 친구는 가위는 들 생각을 않고
기계를 콘센트에 꽂고 내 귀 옆으로 대더니 옆머리 위로 쭉 밀어 올린다.
옆머리에는 순식간에 고속도로가 났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결국 어쩌겠는가... 내 머리는 그 한번의 기계짓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내가 화를 버럭 내자 그 친구는 움찔하며 가위를 들고 조심조심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일은 저질러진 뒤였다.

결국 내 머리는 저 북녁땅 김정은의 판박이가 되고 말았다.
이름하여 깍두기 머리! 이제 한 달 동안은 외출금지다.
사진에 찍히는 건 정말 정말 안된다..

오 주님..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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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이발은 주로 '나이'라는 수드라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이  담당한다.
그래서 이발사라는 힌디어 단어도 역시 '나이'다.

길거리에서 거울 하나만 놓고 이발하는 나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들에게서 기계나 가위를 소독하거나 청결유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길거리 이발사에게 머리를 맡기려면
당연히 피부병이나 감염의 위험성은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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