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하우지 - 짬바 가는 길

2015. 10. 20. 02:01인도이야기/인도여행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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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하우지 - 짬바 가는 길
Dalhousie - A Journey to Chamba


히마찰 쁘라데시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짬바 디스트릭(Chamba District).


달하우지와 카지아르 등을 포함한
아름다운 휴양지를 포함하고 있는 짬바 디스트릭은 
히말라야에서 뻗어나온 다울라다르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하며 
라비(Ravi) 강과 짜메라(Chamera)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계곡 곳곳에 
크고 작은 여러 도시와 마을들이 발달되어 있다.

작년까지 히마찰 동부지역을 대부분 돌아보았지만
서부지역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마음이 설렜다.
이번에도 오지 여행때마다 기쁘게 동행해주시는
원로 선배님을 모시고 3박4일의 짧은 여정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주일날 오후에 빠탄콧에서 출발,
달하우지 입구의 바니케트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에
다음 날 아침, 
짬바를 거쳐 카찌아르까지
여유있게 루트를 짜놓고 길을 떠났다.

운전을 하다가 셔터를 누르고 싶으면 언제든 차를 세웠고
길가는 아이들과 목동들, 
일하는 아낙네들,
카키색 멋진 제복을 입은 경찰관 아저씨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만인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 여행을 떠나본 것이....
내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전라북도 순창의 산골마을과
너무나 비슷한 풍경들을 대하면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과, 풀과 나무들과,
아름다운 하늘을 사랑하게 되었다.

짬바로 가는 길은
그렇게 내 마음 깊은 곳에 머물러 있던
고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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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3
달하우지에서 짬바를 향하며...


우리는 달하우지로 가는 초입인 바니케트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아침 일찍이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달하우지가 아닌 짬바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었다.
그 길로 20여분을 달렸을까,
마놀라 근처 언덕을 지나다가 학교에 등교하는 어린 소녀들을 만났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단 한 컷의 사진을 담았다.


히말라야 산골 구멍가게에 걸린 빛 바랜 코카콜라 간판은
이곳이 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곳임을 증명해 준다.
이제 히말라야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도 다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자의 모습이 참 정겹다.
히말라야 산지에서 나는 빠하리 감자는 크기도 크거니와 정말 맛있다.


산구비를 돌아 내려가니 제법 큰 마을이 나왔다. 
동네 이름은 바트리(Bathri), 길가 담벼락에 올라선 트럭이
마치 갤러리에 있는 소품처럼 느껴졌다.


바트리 마을을 돌아 한참을 달리니
정겨운 시내와 멋진 다락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벌써 벼를 타작하고 논에는 가을걷이 후의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텅 빈 것 같았던 들판에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고, 
곳곳에 쌓인 볏 짚단들이 조만간 찾아올 혹독한 추위를 예고하고 있었다.


데비데라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아빠의 손을 잡고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소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 차를 세우고 창을 내리고 그들을 내 영원의 기억속에 담았다.


데비데라 마을을 지나 잠시 가다보니 참 아름다운 농촌들녁이 펼쳐졌다.
구불구불한 논두렁 길을 따라 머리에 짐을 이고 올라오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살던 순창군 복흥면 화양리의 논두렁이 꼭 이런 모습이었는데....


고향마을을 찾아가 본지도 어언 15년이 지났다.
지금은 얼마나 변했을까.
15년 전에도 이미 어렸을 때 보았던 그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는데....
문득 내가 고향의 논둑길을 걷고 있는 착각이 들어 그리움이 사무쳐왔다.


비록 시골집이지만 멋진 현대식 가옥으로 재탄생했다.
어머니는 빨래를 널고 벌거벗은 남매는 부끄러울 것도 없이 마당에서 뛰논다.


드디어 그 두 사내는 아직은 늦은 벼가 남아 있어
가을의 색이 느껴지는 논배미들까지 왔다.
나는 거의 10여분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누런 벼이삭이 출렁대는 가을 들판...
고국의 풍성한 가을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머리에 짐을 인 사내는 경사진 길을 오르느라 숨이 가빠진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낫으로 벼를 베는 아낙네의 손길이 바쁘다.


이제 길은 라비강과 짜메라 댐을 좌측에 두고 이어진다.
짜메라 댐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호수의 전경...
이 댐은 지역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고
우기에 하류지역의 범람을 막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분명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이 소녀들은 수업을 땡땡이 친 것일까,
아니면 선생님이 결근하셔서 츄띠(휴일)가 된 것일까....
소녀들의 수줍은 미소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이곳의 소년 소녀들은 어쩌면 이렇게 다들 이쁘고 잘 생겼는지....
내가 어렸을 때는 나는 물론이요
우리 친구들이 다 촌스럽게 느껴졌는데...^^


짜메라 댐의 다른 뷰포인트에 오니
마침 나귀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도로가 건설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은 말과 나귀였다.
말은 주로 마차로 사람들을 수송했고,
나귀들은 등에 짐을 싣고 운반했다.


소나무의 푸른 빛과 상큼한 송진향이
마치 고향산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반, 
저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일년에 몇 달씩이라도 와 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맑고 고요한 호수를 명경지수라 하였던가.
이른 새벽에 저 호수 한 가운데로 노저어가며 창조주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산기슭을 개간하여 과일나무를 심고, 야채를 재배하면서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무크데띠 근처의 경찰서 뒷마당에서 바라본 호수가 있는 풍경...
사실은 내가 담고 싶었던 것은 경찰서였다.
아마도 인도에서 가장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찰서였을 것이다.
그곳 서장과 반갑게 대화를 하면서 경찰서 전경을 하나 담아오려고 시도했건만
보안상의 이유라며 절대로 사진은 안된다고 했다. 
그냥 내 눈에, 그리고 마음에 담아왔다.


아마도 경찰들이 타다가 너무 오래되어 묵혀두었을 스쿠터...
앞에 펼쳐진 호수풍경과 녹슨 스쿠터의 잔해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물이 있고, 산이 있고, 논밭이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산골마을...
내가 살던 순창의 시골마을 그대로였다.


물도, 나무도, 하늘도 모두 모두 푸르른 날....


산 기슭에 옹기 종기 자리잡은 가옥들이 그리 궁색해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평화로운 마을이지만
이 안에 사는 이들의 삶 역시 모두 평화로울까...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 고뇌와 환희...
세상에 사는 한 우리는 이 두 가지 측면의 어느 한 쪽만을 소유하고 살 수는 없다.
평화는 늘 우리 곁에 있는 이 상반되는 상황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풍요로운 들판, 풍부한 산림자원, 넉넉한 물과 수자원....
이들이 이곳에서 부족함 없는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복잡한 도시에 살아도
눈 앞의 작은 이익에 갇혀 사는 사람이 있고
비록 깊은 산골 오두막에 살아도
세상을 품고 세상을 경영하는 사람이 있다.

양양의 융중 시골마을에서 농사 지으며 살던 제갈량은
그 시골에서 천하를 바라보고 경영하지 않았던가.
어디에 있던 하늘과 통하고 세상과 통한다면
그가 곧 군자요, 현인이다.


길에서 만나는 장면들과 사건들,
잠시 스쳐가는 풍경들과 인연들...
사진은 내게 그 찰나의 순간이 주는 의미와 생각들을 기억하는 도구이다.


라비강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트럭들...
문득 저 강물에 발을 담가 보고 싶어졌다.


짬바 쪽에서 흘러오는 라비강의 청정수...
이 강물은 짜메라 댐으로 흘러든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물처럼 머물러야 할 때를 알고,
물처럼 가야할 때 미련없이 흘러가고,
때로는 물처럼 고요하되
때로는 물처럼 강하고 격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낮은 곳을 찾아서 흐르고 흐르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곳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광야같은 세상에서 목마른 인생들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의 강이 흐를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드디어 짬바가 가까웠다.
그러나 아직 짬바는 아니다.
짬바로 착각하고 건넜던 다리는 싯드뿌라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싯드뿌라 마을에 들어가는 로터리를 돌아 다시 나가
5km 정도를 더 달리니 비로소 짬바로 들어가는
큰 대교가 눈앞에 펼쳐졌다.


 

 

*

 

 

바니켓에서 짬바에 이르는 길을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 2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짬바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세 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배 이상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고향의 품에 안긴 포근함으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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