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와 토굴의 영성 -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

2021. 3. 1. 08:45세상의 모든 풍경/Georgia

터키 갑바도기아 지역과 유사하게 조지아에는 토굴로 이루어진 수도원들이 몇 곳 있습니다. 대표적인 동굴 및 토굴수도원은  조지아의 남부 무크바리 강변에 솟아있는 바르지아수도원(Vardzia Monastery Complex)을 들 수 있는데, 이곳은 단순한 수도원을 넘어 하나의 동굴도시라고 표현할 수 있는 곳입니다. 리처드 카벤디쉬와 코이치로 마츠무라가 쓴 <죽기전에 봐야할 인류의 역사유적 1001>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지요. 아쉽게도 일정상 이 수도원은 루트에 포함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바르지아 수도원과 더불어 꼭 가봐야 할 유명한 토굴수도원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David Gareja monastery complex)인데요, 조지아 동부 카헤티(Kakheti) 주에 있는 조지아정교회(Georgian Orthodox Church)에 속한 수도원입니다. 조지아 수도인 트빌리시(Tbilisi) 남동쪽으로 약 60~70㎞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 수도원은 주후 6~9세기에 걸쳐 완공되었는데요. 그 이후로 여러 세기에 걸쳐 조지아의 종교 및 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역할을 감당하였습니다.

다비드 가레자는 바위를 잘라내어 지은 중세 건축물과 수도원 내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프레스코화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혁명이후 조지아가 1921년 볼셰비키에 점령되어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일원이 된 뒤 안타깝게도 수도원이 폐쇄되고 70년 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1991년 구 소련이 붕괴하고 조지아가 독립하면서 비로소 수도원도 그 기능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단지는 대부분 조지아의 영토 안에 있지만, 일부가 아제르바이잔의 아흐스타파(Ağstafa) 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양국 간에 영토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에도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순찰을 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지아 측에서는 이 수도원을 온전히 영유하기 위하여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걸쳐 있는 면적만큼의 땅으로 교환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제르바이잔 측에서는 수도원단지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제르바이잔 측에서는 이 지역에 아제르바이잔인들이 먼저 거주하였음을 이유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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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시그나기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약 60km 정도 광야를 달렸습니다. 그 중 약 20km 정도는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오프로드라서 운전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인 트빌리시에서 매일 오전에 이곳을 방문하는 투어버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길 주변으로는 이처럼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여기 보이는 초원지대의 끝자락에는 아제르바이잔과의 국경이 인접해 있어서 항상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라고 하네요.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 경내에 들어서면 잘 준비된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장에는 화장실과 간단히 씻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차장 쪽에서 바라본 수도원 입구의 모습입니다. 여기보이는 암벽 뒤쪽으로 수도원 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수도원 입구쪽에서 바라보니 앞쪽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말그대로 세속의 요란함을 떠나 바람소리와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광야에서 하나님 앞에 홀로 선 채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곳이지요. 


수도원에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수도사들은 이 조그만 아치문을 통과할 때마다 세상의 욕심과 야망을 내려놓고 겸손하고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열었겠지요. 


바위를 파고, 바위에 돌을 잇대어 만들어진 수도공간과 음식을 만드는 부엌, 계단들... 유럽의 대성당들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에는 이런 가난과 청빈의 삶이 오히려 더 유익했을 것입니다.


거대한 바위와 토양을 파내어 수도사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수도사들의 생활공간에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서 이렇게 멀리서 담을 수 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매일 이곳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우리와 같은 방문자들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생활 속에서 신앙의 의미를 깨닫고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을 이어가기에는 쉽지 않기에, 조지아의 수도원들을 방문하면서 우리 개신교인들에게도 때때로 이런 피정과 명상의 시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갖게 되었습니다. 


동굴과 동굴을 잇는 통로 역시 시멘트나 인공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돌과 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암벽을 파서 만든 예배처소입니다. 조지아정교회는 예배시간에 집례자나 참여자 모두 자리에 앉는 법이 없습니다. 두 시간 이상을 서서 예배합니다. 집례자와 회중이 끊임없이 노래로 소통하는데, 반주 악기가 전혀 없이 순수하게 목소리만을 사용하여 찬송을 부릅니다. 


조용히 기도를 마친 아내가 포즈를 취했습니다.


예배실 전면에 그려진 성화를 담아보았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변화산에서의 사건을 담은 것 같습니다. 중앙의 예수님 좌우 측에 선 인물들은 모세와 엘리야일 것 같구요. 아래 세 사람은 그 때 변화산에 함께 올랐던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일 것 같네요. 아마도 중간에 엉거주춤 졸고 있는 사람이 사도요한이겠죠?


기독교 신앙의 핵심내용과 조지아정교회의 성인들을 그림으로 장식한 예배실 전면의 모습입니다. 정교회에서는 상징을 활용하되 우상숭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조각상이나 입체적인 상징물들은 설치하지 않습니다.


정교회 예배 중에는 헌금시간이 없고, 예배 참여자들이 기도하면서 꽂는 초를 구입하는데, 그 초 판매대금이 수도원을 운영하는 수입원이 된다고 합니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초를 좀 많이 살 걸.. 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조지아정교회 예배당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성화죠? 조지아정교회의 전통을 잘 표현한 성화로서 1880년대 미하일 사비닌이란 화가가 그렸다고 합니다. 조지아에 복음을 전한 성 니노와 게오르기스(조지)를 비롯하여 조지아교회를 위해 헌신했던 왕들과 사제들이 등장합니다. 중간에 잘린 채 떠 있는 기둥을 붙들고 있는 천사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옷을 조지아로 가져온 시도니아라고 합니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에 관한 포스팅에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소박하면서도 경건함이 느껴지는 예배실 전경을 담았습니다.


광각렌즈의 왜곡을 최대한 억제하여 담은 전경입니다.


예배당은 회중들이 예배하는 공간과 집례 사제들이 기도하고 성찬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흑백으로 담은 동굴 수도원 기도실의 모습들입니다.


기도실에 들어가는 입구... 희미한 양초를 켜고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수도자들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꼭대기에는 쇠창살이 달린 방이 있더군요. 이곳을 지키는 군인의 말로는 수도원에서 규칙을 어기거나 죄를 범했을 경우 일정기간 격리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곳인지는 정확하지 않네요..^^


수도자들의 생활공간이어서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서양 여행자 두 사람이 안에 들어가 있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 마침 문이 열려 모르고 들어갔던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수도자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겠지요?


현대문명에 익숙한 우리들이 과연 저런 곳에서 긴 세월을 견디며 은둔 수도자의 삶을 살 수 있을지.. 사실 저 자신부터 자신이 없습니다만, 그 정신과 태도만큼은 제 삶의 현장 어디에서나 잊지 않고 늘 광야의 영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겠다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토굴수도처 하나를 클로즈업 해보았습니다.


단순성과 소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도원의 외관....


좀 더 멀리서 전경을 담았습니다.


위 사진의 중앙에 있는 아치로 들어가니 이런 부엌이 나왔습니다.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그 열기로 겨울 추위를 견뎌냈을 것입니다.


수도원 경내를 거닐며 문득 찬송가 341장이 입술에 흘러나왔습니다.

너 하나님께 이끌리어 일평생 주만 바라면

너 어려울 때 힘 주시고 언제나 지켜 주시리
주 크신 사랑 믿는 자 그 반석 위에 서리라 

너 설레는 맘 가다듬고 희망 중 기다리면서
그 은혜로신 주의 뜻과 사랑에 만족하여라
우리를 불러주신 주 마음의 소원 아신다


주 찬양하고 기도하며 네 본분 힘써 다하라
주 약속하신 모든 은혜 네게서 이뤄지리라
참되고 의지하는 자 주께서 기억하시리.  아멘.


수도원 뒤에 펼쳐진 언덕을 오르다보면 산 중턱 곳곳에 이처럼 수도자들이 기도하던 기도굴들이 있습니다. 몇 곳은 군사보안을 위해 이렇게 입구를 막아놓았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수도원 경내의 모습입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과의 교제에만 집중했던 중세수도사들의 모습과 수는 많지 않지만 아직도 이곳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포기한채 수도원 영성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수도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너무나 편하게 믿고, 모든 것을 누리면서 신앙생활과 사역을 감당하는 제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절대자 앞에서 우리가 멈추지 않아야 할 기도입니다.


극심한 고난과 핍박, 헐벗고 굶주리는 상황에서도 암굴과 토굴에 살면서 신앙을 지켰던 우리 믿음의 선배들을 생각하며, 그 시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환난 속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끝까지 주님을 붙들고 의지하며 동행할 수 있도록 주님의 긍휼을 구합니다.

 

군인들과 함께 높은 언덕에 올라 수도원 전경을 담았습니다.


오늘도 작은 것에 감사하며,
내게 주어진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내 즐거움과 유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땅에 임하고 있는 주님의 나라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소서...

 

도시의 한 복판에서도,
선교지의 거친 광야에서도
언제나 주님과 만날 수 있는
토굴 하나 내게 주소서...



하나님은 너를 인도하는 분
광야에서도 폭풍 중에도
하나님은 너를 인도하는 분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신단다

하나님은 너를 원하시는 분
이 세상 그 무엇, 그 누구보다
하나님은 너를 원하시는 분
너와 같이 있고 싶어 하신단다
- 복음찬양 "그의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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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을 소개했습니다.
유익하셨다면 가시기 전에 공감체크 ♡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