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시 시그나기와 보드베수도원

2021. 2. 22. 09:47세상의 모든 풍경/Georgia

728x90

알라베르디 수도원에서 시간을 많이 쓰는 바람에 우리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알라베르디에서 시그나기까지 2시간 남짓 서둘러 달렸습니다. 오는 길에는 곳곳에서 아래 사진처럼 탐스럽고 향이 좋은 복숭아를 바구니 단위로 팔고 있었는데, 한 바구니를 한화로 2천 5백원 남짓에 살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가져온 복숭아는 우리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집 가족을 비롯하여 투숙객들에게 선물도 주고, 사흘 동안 우리의 간식거리가 되었지요..^^ 


시그나기(Sighnaghi)는 카헤티(Kakheti)주 동쪽 끝부분, 해발 800미터에 자리잡은 아담하고 사랑스런 도시지요. 인구가 2천8백 명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 차라리 마을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도 같습니다. 이 마을은 규모는 작지만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하여 그 유적들이 발굴될 정도로 유서깊은 도시여서 조지아의 동부 역사문화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중세시대에는 실크로드의 교역로의 중심도시로서 힘들게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온 상인들이 지친 몸을 쉬어가는 곳이었으며, 즉석 시장이 열려 다른 세계의 진귀한 물건들이 매매되기도 했다네요. 


시그나기에 오후 5시에 도착해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거리풍경을 담지 못해 구글링으로 제공..^^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한 풍성한 아침식사입니다. 3만원 정도의 숙박료에 포함된 아침식사로 이만하면 아주 풍성하고  훌륭한 식탁이지요? 


시그나기가 여행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시그나기는 조지아정교회 신앙의 중심에 자리한 성녀 니노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는 보드베 수도원 때문이구요, 둘째는 붉은 기와로 장식된 유럽풍 파스텔 톤의 집들이 언덕 위에 자리잡아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러시아의 국민가요라고 할 수 있는 '백만송이 장미'의 주인공인 화가 니코피로스마니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시그나기를 사랑의 도시라고 부른답니다.


시그나기(Sighnaghi, Signagi)라는 도시의 이름은 고대 투르크어 시히나크(sığınak)에서 왔는데 '피난처' 또는 '아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마을은 18세기에 건설된 요새화된 성채로 둘러쌓여 있고, 조지아가 러시아의 지배를 받는 동안 상업도시에서 농업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시그나기의 거리모습.. 구글제공 무료이미지...^^

시그나기의 거리는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됨이 잘 조화되어 있습니다.
골목길이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자갈로 포장되어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질녁 보드베 수도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담은 시그나기의 풍경입니다. 


시그나기 거리의 밤 풍경입니다.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죠...
거리를 둘러보고 사과 몇 개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밤이라 많은 것들을 둘러볼 시간이 없었지만 한적하고 평화로우면서도 사랑스런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    *    *    *    *


뒷 배경에 보이는 건물이 시그나기 시청사 건물이자 웨딩하우스입니다.
사랑의 도시답게 결혼 등록사무소가 연중 24시간 오픈이라고 합니다. 



시그나기가 사랑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고, 연인과 신혼부부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러시아음악 '백만송이 장미' 가사의 주인공인 화가 '니코피로스마니'의 고향이기 때문인데요, 니코프로마니의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길거리에 조각품으로 만들어 전시해 두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그림 속에 나오는 '당나귀타고 왕진가는 의사'입니다.

가난한 화가였던 니코피로스마니는 시그나기 인근 작은 마을 미르자니에서 태어났는데, 시그나기에 머물렀던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를 짝사랑한 나머지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전재산을 털어 장미를 사모으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피까지 팔아 수 만 송이의 장미를 구입, 수레에 싣고 가 그녀가 묵고 있던 호텔 앞을 장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 여배우는 니코피로스마니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른 남자와 떠나버렸다고 하네요.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지만 순수한 사랑의 열정을 수만 송이의 장미에 담아 전한 한 가난한 화가의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고, 어머니가 조지아인인 러시아의 시인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가사를 쓰고 러시아 국민가수로 알려진 알라 푸가초바가 노래하여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곡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심수봉 씨가 부른 가사가 익숙하지만 원곡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심수봉 씨가 직접 가사를 쓴 것이라고 하네요.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백만 송이 붉은 장미 (Million Scarlet Roses)
sung by Alla Pugacheva


한 화가가 있었네, 집 한 채에 독신이었지
그는 여배우를 사랑했어요
꽃을 사랑하는 여배우를
화가는 자신의 집을 팔고
자신의 그림과 피를 팔았지
그 돈을 다 털어 바다만큼의 장미꽃을 샀지요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붉은 장미를
창가에서, 창가에서, 창가에서 그대는 보느뇨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그대를 위해 꽃과 바꿔버렸거늘

아침에 그대가 일어나 창가에 서면
아마, 제 정신이 아닐지도 모르리

마치 꿈을 계속 꾸듯이
광장은 꽃으로 가득 차리니
제 정신으로 돌아오면 궁금해 하리라
어떤 부자가 여기에 꽃을 두었을까?
창 밑에선, 맥 못 추는, 가난한 화가가 서 있거늘

만남은 너무 짧았고
밤 기차로 그 여자는 떠나버렸지

하지만, 그 여자의 삶에는
황홀한 장미의 노래가 함께 했노라
화가는 혼자서 불행 가득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에도 꽃이 가득한 광장이 함께 했었네

 

보드베수도원과 교회(Bodbe Monastery & Cathedral)


우리는 알라베르디 수도원에서 시그나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보드베 수도원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해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최초의 보드베 수도원(Bodbe Monastery)은 조지아에 최초로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가 AD 340년에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후 미리안 3세(Mirian III)의 명으로 그 무덤 위에 작은 수도원으로 세워졌는데, 9세기에 현재 규모의 수도원으로 건축되었다가 여러차례 파괴되고 훼손되면서 17세기부터 본격적인 복원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보드베수도원은 카헤티 왕국의 왕들의 대관식이 이루어진 곳으로서 수도원 바닥에 이들의 무덤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드베 수도원 입구에 들어서면 담벼락 너머로 3층으로 된 첨탑이 보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성녀 니노는 포도나무 가지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엮어서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드베수도원의 예배당 모습입니다. 폐관시간이 되어 아쉽게도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만 바라봅니다..ㅠ.ㅠ 조지아가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갔던 1924년에 수도원이 폐쇄되고 병원으로 개조되었다가, 소련 연방이 해체된 1991년에야 수도회가 다시 조직되고 수도원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했으며, 건물의 복원작업이 2003년까지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다음 흑백사진은 수도원이 폐쇄되기 전인 1905년에 촬영된 것입니다.


사진을 보면 지금의 모습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복원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침 내부 청소를 위해 문을 살짝 열어놓은 찬스를 잡아 전면부 벽화만 담아왔습니다.


최근에 조지아정교회와 정부의 노력으로 코카서스 산맥과 그 앞의 넓게 펼쳐진 평원을 품는 자리에 보드베수도원의 주교좌성당이 아름답게 건축되었습니다. 정말 흠잡을 곳 없는 균형미와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튼튼한 석조건물이네요.


전형적인 조지아정교회 예배당 건물구조를 띄고 있으며, 바닥은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부의 성화 장식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듯 합니다. 

 

붉은 사암을 잘라 만든 벽돌의 색이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45mm렌즈로 최대한 왜곡없이 담아보았습니다.



제단이 있는 전면부를 바깥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십자가와 세 개의 좁고 긴창의 자주색 장식이 정말 아름답네요.
직선과 아치의 부드러운 만남이 하늘과 땅이 만나는 성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아름다운 자태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다시 또 셔터를 누릅니다...^^


반대쪽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수도회 여성수도자와 이곳 관리인이 이곳을 지키는 개에게 밥을 주면서 대화하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옆 모습을 한 번 더....^^

수도원의 바닥에 안치되어 있는 카헤티 왕국 왕의 무덤입니다.


해가 지기 전 보드베수도원을 정면에서 다시 담았습니다.


구글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마지막으로 보드베수도원 근처에 있는 성녀 니노의 샘입니다. 니노의 샘물이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믿음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 물을 떠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인도 힌두성지에서 시바나 비슈누, 크리슈나 성지에서 그 영험함과 치유의 힘을 얻으려는 힌두교도들이 오버랩되면서 신앙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
예수님의 말씀이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옵니다.


□    ■    □    ■    □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와 보드베수도원 이야기 어떠셨는지요?
유익했다면 아래 공감체크 부탁드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