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암이 석양에 물들 때 - 노라방크(Noravank) 수도원

2021. 3. 20. 07:00세상의 모든 풍경/Arme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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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많이 고팠던 우리는 타테브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늘의 두 번째 여정인 노라방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타테브에서 노라방크까지는 약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운전을 천천히 하시는 분은 아마도 세 시간 정도는 잡아야겠지요. 노라방크를 담고 시간이 허락되면 가까운 곳에 있는 동굴교회를 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라방크 수도원이 지닌 아름다움에 붙들린 우리는 다음 여정을 생각할 수 없었고, 결국 그곳에서 황혼빛에 물든 노라방크를 담고 나서야 우리의 숙소가 있는 아르타샤트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지요..^^ 예레반에서 이곳을 찾을 경우 약 85km의 거리로서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됩니다.

13세기에 아마구 강 옆 협곡에 세워진 노라방크 수도원은 붉은 사암으로 된 절벽에 둘러쌓여 흡사 페트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아름다운 수도원입니다. 수도원 주위의 붉은 사암이 석양빛에 물들 때면, 역시 붉은 사암을 주 재료로 지은 노라방크 역시 환상적인 붉은 색으로 물드는데, 이 장면은 수도원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압도하기 충분할 만큼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수도원의 명칭인 노라방크(Noravank)에서 '노라'는 아르메니아어로 새롭다는 의미이고 방크는 수도원을 가리킵니다. 12세기 이전까지 아르메니아 수도원들은 모두 8각형 내지는 12각형으로 된 지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노라방크는 원뿔 형태로 된 지붕을 얹었다고 해서 "새로운 수도원"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죠. 별명이 원래 이름을 대체하여 이제는 누구나 노라방크로 부르고 있답니다. 무려 9백년이나 지난 오래된 수도원인데도 말이죠...^^ 

9세기 이전에 이곳에는 성 포카스(St. Pokas)에게 헌정된 작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9세기에 이곳에 성 카라펫 교회가 설립되었고, 1221년에 다시 재건하면서 둥근 지붕을 올림으로써 오늘날 불리고 있는 노라방크로 명칭이 바뀌게 됩니다. 10세기 말에 이곳의 필경자였던 호바네스(Hovahnnes)는 사제 스테파노를 위해 복음서를 필사하는데요, 에치미아진 복음서로 불리는 이 책은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유명한 미니어쳐 예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3, 14세기부터 수도원은 슈니크의 주교 거주지가 되었고 그 결과로 이 지역의 종교적, 문화적 중심지가 되어 이 지역 글래드조르의 유명한 대학과 도서관, 지역의 교육기관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왔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담아온 사진들을 감상하시면서 꼭 필요한 부분에는 설명을 더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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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이라 수도원 건물 뒤쪽의 사암의 붉은 빛이 잘 보이지 않네요. 이 사진의 교회는 수르브 카라펫 교회(Surb Karapet's Church), 즉 세례자 요한교회(St. John the Baptist Church)입니다. 이 교회는 지진으로 인해 몇 차례 지붕이 무너져 보수하고 재건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최근에는 1998년에 한 아르메니아계 캐나다인 가족 후원으로 지붕과 기둥이 재건되었습니다. 이 카라펫 교회 안에는 스마바트 오르벨리안 왕자와 그 아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이 작고 아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교회는 수르브 아스트바차친(Surb Astvatsatsin), 즉 성모교회(The Holy Mother of God Church)입니다. 이 교회는 1339년에 당시 최고의 건축가였던 모미크(Momik)의 마지막 걸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이 교회가 완성되던 그 해에 세상을 떠났고 작고 소박한 카츠카르가 장식된 근처의 무덤에 묻혀 있습니다.



성모교회를 주변의 풍경과 어울리도록 좀 더 넓게 담아보았습니다. 주변 자연환경과 이렇게 완벽하게 조화되는 교회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 카라펫 교회의 입구쪽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역시 주변이 온통 붉은 사암으로 둘러쌓여 있지요?



성모교회의 입구가 있는 정면쪽으로 담았는데요. 1층은 입구로 바로 들어가지만 2층 예배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난간도 없이 한 사람만 기어서 올라가야 하는 계단을 타야 합니다. 아마도 모미크는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예배자의 자세를 생각하며 이 계단을 디자인했을 것입니다. 



두 교회를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광각으로 인해 약간 왜곡이 있지만 그런대로 잘 어울리네요...



역광이 아닌 거의 90도 사광으로 카라펫 교회를 담으니 뒤의 붉은 사암과 예배당의 빛깔이 이제 제대로 어우러지네요.



정면에서 본 성모교회의 모습입니다. 이 장면은 카라펫 교회 뒷산을 타고 올라가 붉은 바위 위에서 담았네요. 아마 인터넷을 뒤져도 이런 각도는 찾기 어려울겁니다. 



카라펫 교회 출입문 위편에 있는 아름다운 장식입니다. 위쪽은 성부 하나님을 아래쪽은 성모자를 상징화하였습니다.



세로구도로 출입구 전체를 담아보았습니다.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면 주로 왕족들의 무덤이 예배당 바닥 아래 자리하고 있습니다.



복원공사의 흔적들이 뚜렷이 보이지요? 노라방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신청했지만 유네스코에서 원하는 기준이나 방식이 아닌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과다하게 복원을 진행하여 결국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지 못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복원을 진행했더라면 아마 이곳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었겠지요.



카라펫 교회 내부 돔 부분입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후 돔 부분을 재건하면서 아르메니아의 다른 교회건물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카라펫 교회 안에는 아르메니아 십자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하츠카르가 여러 개 장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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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펫 교회 내부의 장식들입니다.



역시 카라펫교회 내부에 하츠카르를 중심으로 한 장식들이 유구한 세월을 느끼게 해줍니다.



오직 한 사람만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계단. 성모교회의 2층 예배실은 겸손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자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예배당을 건축한 모미크의 신앙관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저도 카메라와 가방을 들고 올라가봤는데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 모두 식은 땀이 나더군요. 저처럼 몸이 크고 둔한 사람에게는 위험한(?) 계단입니다..^^


 

성모교회의 1층 입구에 성모자상 장식입니다. 인도의 석조 세공기술도 무척 훌륭한데, 여긴 더 세련되고 아름답습니다.


 

성모교회 2층 예배실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습니다. 소박하고 텅빈 공간입니다. 돔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이 예배실을 밝혀주네요. 



2층 예배실에서는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과 아치가 안겨주는 안정감과 평안함, 그리고 거룩한 분위기가 예배실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감싸줍니다.



해가 좀 더 서산으로 기울어 가고 있습니다. 성모교회에서 내려와 이번에는 이 사진에 보이는 카라펫교회 뒤쪽 산위 왼변에 보이는 언덕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 언덕에 올라가면서 담은 노라방크의 전경입니다. 오후의 햇살을 받은 노라방크의 아름다움은 숨을 멎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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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도착하여 담은 사진입니다. 약간의 암벽 등반(?)을 해야 해서 가는 길이 조금 위험하기 때문에 건강한 분들만 올라가시면 좋겠네요...^^



태양을 등지고 담은 노라방크의 모습입니다. 지금이야 간단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매점도 있고 하지만, 중세 시대에 이곳은 말그대로 세상과 완전히 구별되어 깊은 묵상과 기도, 그리고 자연과 대화하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언제나 수도원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겠지만 분주한 현대문명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때때로 이런 수도원적 침묵과 관상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구도를 반대편으로 하여 담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광각렌즈를 활용하여 아마구 협곡 전체 풍경과 어울리도록 담았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보든 노라방크의 아름다움은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루 중 석양빛이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절벽과 예배당 건물에 물들기 시작하고 색온도가 올라가는 오후 4시~5시 사이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담은 모습입니다.



아내의 기념사진도 빠질 수 없는 순서지요...^^



석양 빛을 받아 입체감이 부각되는 성모교회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클로즈업하여 담았습니다.



카라펫 교회를 역광으로 담은 사진입니다. 마치 하나님의 거룩한 영광에 둘러쌓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성모교회의 뒷모습을 역시 역광으로 담았습니다. 석양빛의 색온도가 그대로 표현되도록 세팅을 약간 조절했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데, 아직 햇살이 강렬하지만 아마구 협곡 붉은 사암 절벽 위로 반달이 떠올랐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안식의 시간이 다가옴을 알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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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방크의 아름다운 모습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자유롭게 다녀오고 싶은 곳들을
마음껏 갈 수 있는 날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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