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병사의 창 - 게하르트 수도원

2021. 3. 21. 06:30세상의 모든 풍경/Armenia

728x90
게하르트 수도원의 아카펠라 합창단의 찬송


아르메니아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수도원은 어디일까요?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알 수 있겠지요? 바로 오늘 소개하는 게하르트 수도원(Geghard Monastery Complex)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게하르트 수도원이 지닌 위상과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고, 가까운 곳에 이교도 신전 유적으로서 그리스의 파르테논과 유사한 형태를 지닌 가르니신전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계 최대의 주상절리대가 있어서 한꺼번에 세 곳을 돌아볼 수 있다는 잇점도 무시할 수 없지요.  


이 수도원은 A.D. 4세기에 트리다테스 3세와 함께 기독교를 아르메니아의 국교로 선포한 조명자 성 그레고리(St. Gregory the illuminator)가 설립한 수도원으로서 이 때의 이름은 동굴수도원이란 의미의 '아이리방크'(Ayrivank)였다고 합니다. 절벽의 바위를 절단하여 동굴을 만들고 그 속에 수도원을 세웠기 때문에 주어진 이름이지요. 수도자들이 거처하는 곳 외에 예배당과 각종 부대시설들이 있었지만 이 때 세워진 아이리방크는 9세기에 아랍인들에 의해 대부분 파괴되고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어 10세기에 게하르트 수도원은 아르메니아에서 아라비아의 칼리프 대리자 역할을 했던 나스르(Nasr)로부터 또 한번 큰 박해를 당하는데 이때 수도원 건물은 물론 수도원에서 소장하고 있던 대부분의 필사본 서적들이 불태워지고 맙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부르는 게하르트(Geghard), 정식이름인 게하르다방크(Geghardavank)는 '창(Spear)의 수도원'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창'이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로마병사가 예수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옆구리를 찔렀던 그 창을 의미합니다. 아르메니아에 최초로 복음을 전했던 예수님의 제자 다대오가 그 창을 가져왔는데, 후에 이 수도원에서 그 창을 약 500여년 동안 보관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현재 그 창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총대주교와 카톨리코스가 있는 예치미아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수도원 건물들은 대부분 13세기 초에 건축된 것들입니다. 이 수도원은 주교좌 교회와 그 앞의 넓은 홀(narthex), 동쪽과 서쪽의 바위를 절단해서 만든 교회들, 프러시아 왕들의 가족묘, 파팍과 루주칸의 묘지교회(Papak's and Ruzukan's tomb-chapel), 바위를 잘라 만든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아르메니아 십자가, 즉 카츠카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교좌 교회인 카토히케(Katoghike)는 아르메니아 전통양식으로 건축되었는데, 양쪽 날개를 십자형태의 건물입니다. 

1250년부터는 바위를 절단하여 만든 교회들이 세워졌는데요, 첫번째 세워진 동쪽 교회는 프러시아 왕조의 왕들의 묘실인 자마툰(zhamatoun)이 설치되어 있구요, 1283년에 건축된 두번째 자마툰에는 메릭과 그리고르 왕의 무덤이 있습니다.  성 아스트바친(Holy Mother of God) 예배당은 성벽 밖에 있는 가장 오래된 기념물로서 서쪽 면에 부분적으로 바위에 얹혀져 있습니다. 이 예배당 벽에 새겨진 비문 중 가장 이른 것은 서기 1177년과 11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네요. 

게하르트 수도원은 중세 아르메니아의 기독교 문화의 중심지로 유명하며, 종교적인 건물 외에도 학교, 필사실, 도서관, 그리고 암석을 자르거나 깍아 만든 성직자들을 위한 많은 수의 주거시설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므키타르 아이리바네치(Mkhitar Ayrivanetsi), 시므온 아이리바네치(Simeon Ayrivanetsi)는 13세기에 그곳에서 생활하고 일하면서 아르메니아 필사본 제작술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이 수도원은 500년간 보관한 다대오가 가져온 창 외에도 12세기에 사도 안드레와 요한의 유물을 기증받아 보관했으며, 그 이후 여러 세기에 걸쳐 신앙심이 돈독한 방문자들로부터 토지와 돈, 그리고 필사본 등을 기부받아 보관해왔습니다.

이 게르하르트 수도원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은 이곳에서 거의 매일 열리는 아카펠라 합창 공연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결혼식이 연이어 진행되는 바람에 공연을 보지 못했지만 제가 링크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전속 합창단에 의해서, 때로는 방문객들 중 합창을 좋아하는 이들에 의해서 아카펠라 공연이 열리는데요, 수도원의 구조가 가진 울림효과 때문에 마치 천상의 음악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게하르트 수도원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게하르트 수도원에 들어가는 입구 아치입니다. 역시나 지금까지 다녔던 수도원들과는 달리 관광객이 많습니다.



주교좌 교회 앞에서 인증샷을 하나 담구요~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정 돔에서 내려오는 강렬한 햇살이 마치 천상에서 내리는 빛처럼 느껴집니다.



다들 한 번씩 그 빛 아래 서서 사진을 담아봅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두움에 거하지 아니하리라"(요8:12)는 말씀을 새겨봅니다.




수도원에 들어갈 때마다 제가 늘 담는 장면 중 하나는 이렇게 돔이나 채광창으로부터 쏱아지는 햇살입니다.



제 아내도 그 빛 아래 서서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우측 날개쪽에 있는 성모교회에서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사제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모교회 전면 제단의 모습입니다.



광각을 활용하여 돔으로부터 강단까지 이르는 전경을 담아보았습니다.



이런 예배당을 촬영할 때는 최소 16밀리 화각을 가진 광각렌즈가 필수적입니다..^^ 13세기 중세 아르메니아 전성기 시절 건축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예배당인만큼 그 예술적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훼손될 수 없기에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이지요. 13세기 건축물인 게하르트 수도원은 그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에 가까워서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걸림돌이 거의 없었다네요.



빛이 실내에 들어와 자연채광을 이룰 수 있도록 창 아래쪽에 경사를 주었지요?



역시나 아르메니아인들은 들어오자 마자 기도하고, 구입한 초를 꽂습니다. 초를 꽃아야만 기도가 응답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내도 초를 하나 꽂고 기도를 드립니다.



이번에는 좌측(서쪽) 날개 부분에 있는 예배실로 들어가는데, 돔 위쪽에서 들어온 햇살이 예배실 입구 아래 새겨진 십자가를 비추었습니다. 얼마나 감동이 되고 은혜가 되던지 여기서만 셔터를 열 번 이상 누른 것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사자와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부조를 향해 햇살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묘실교회라서 그런지 특별한 장식이 없이 하츠카르 하나만 중앙에 서 있네요. 



오래된 바위와 장식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수 있게 최대한 노출을 조절해 보았습니다만 많이 부족하네요...ㅠ.ㅠ



전면 왼쪽에 장식된 대형 하츠카르입니다. 



각 벽면 모서리마다 이렇게 하츠카르로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정밀한 하츠카르를 볼 때마다 이를 새긴 석공의 신앙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렇게 정밀한 하츠카르 하나를 제작하려면 숙련된 석공이 최소 한달 가까이 작업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기계와 공구가 발달하여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지요..



나오는 길에 다시 그 십자가를 담았습니다. "세상과 나는 간곳 없고, 오직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만 보이도다"라고 노래한 찬송 가사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이런 사진은 흑백으로 표현해야 제대로 그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지요... ^^ 
"주 달려 죽은 십자가 우리가 생각할 때에 세상에 속한 욕심을 헛된 줄 알고 버리네."



 




 








이런 돌십자가를 하나 만들어 예배당에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대 개신교회들은 기독교 전통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상징들을 너무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징들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상징을 통해서 우리가 더욱 주님을 깊이 묵상할 수 있고, 상징은 곧 우리가 주님께 나아가는 하나의 통로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될 것입니다. 


사도 다대오가 아르메니아에 가져왔다고 여기는 로마병사의 창을 주교좌 교회 출입문에 새겼습니다. 이 창의 쇠촉부분은 현재 예치미아진의 사도교회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예배당 안에서 만난 아르메니아 소녀와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꼽을 때 아르메니아 여인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고 하지요? 제가 봐도 아르메니아 여인들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물론 제 아내도 예쁘지요~ ㅎㅎ



동굴교회 입구 위쪽으로 하츠카르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동굴교회 입구입니다..^^



동굴교회 내부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이 과거에 역사를 말해주는 기둥과 공간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중세 아르메니아 전성기 건축기술의 예술성과 완벽함을 보여주는 동굴 예배당 돌기둥입니다. 



동굴예배당에서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는 수많은 십자가와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신혼부부입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결혼식을 반드시 교회에서 합니다. 교회에서 집례되지 않은 예식은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네요. 적당히 혼인신고만 하고 사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겠지요..^^



동굴교회 입구의 장식을 보면서 정말 한참 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지요?



아르메니아 수도원에 가면 하츠카르를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흔한 것 같지만 같은 카츠카르는 하나도 없지요. 모두 개성이 있고, 이걸 만든 장인의 창조성과 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바위를 깎아 만든 예배당 외벽에도 많은 하츠카르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하츠카르들은 아무리 많이 담아도 질리지 않더군요. 같은 듯 다르며, 하나님을 향한 개인의 신앙고백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주교좌 교회 뒤쪽으로는 부속건물에는 기념관과 회랑이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교회의 모습입니다.


이제 수도원 동쪽 가파른 언덕 위로 올라가서 전경을 담았습니다. 이 사진은 첫 번째 언덕에서 담은 것인데요. 여기선 완전한 전경을 담기가 어려워 좀 더 올라가 두 번째 언덕에서 다시 전경을 담았습니다. 



두 번째 언덕에 올라가니 비로소 장엄한 풍경과 함께 수도원 전체를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클로즈업 해서 수도원을 담았습니다. 주교좌교회 동쪽 첨탑이 있는 부분이 성모교회구요. 그 옆으로 동굴교회가 보입니다. 서쪽교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저 바위 뒷쪽에 있습니다. 수도원을 둘러싼 건물들은 부속건물들로서 수도사들의 생활공간과 행정동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지요.



이번에는 수도원 정문 밖을 나와 바로 산쪽으로 올라와서 담은 장면입니다. 이 길을 따라서 수많은 암혈기도처들이 있습니다. 



왼쪽부분에 바위를 깎아놓은 것 보이시지요? 그곳들이 바로 수도사들이 은거하며 묵상과 기도를 이어가던 곳들입니다.



좀 더 언덕을 올라오니 수도원 건물과 암혈기도처들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 나오네요...



올라가도 위험해 보이는 저런 곳에서 모든 세속의 즐거움을 버리고 오직 주님을 묵상하며,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을 따르고자 했던 수도사들의 헌신과 신앙 앞에 조용히 머리를 숙입니다.



암혈기도처들 중 한 곳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너무나 소박하고 단순한 공간들이지요?



이곳에서 무슨 다른 생각이 날 수 있을까요? 묵상과 기도와 관상을 통해 하나님을 느끼고 교제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사도교회 성도들이나 정교회 교인들이 이곳에 와서 잠시 묵상하며 기도하고 간 듯 합니다.



이런 작은 공간들이 게하르트 수도원 주변에 무척 많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듯 하네요.



정말 소박한 음식과 꾸미지 않은 의복, 최소한의 소유물만을 가진 채 그들은 이곳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수도원의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수도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츠카르를 새기는 것은 그들에게 기도요, 신앙고백입니다.



조지아의 수도원 순례 중 광야에 토굴과 암굴을 파고 수도생활을 했던 다비드 가레자에 갔을 때도 느꼈지만, 세속화된 사회에서 세속과 구별되지 않은 채 사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분주함을 잠시 멈추고 침묵과 관상을 통해 하나님을 느끼고 묵상하며, 그분과 깊은 교제를 경험하는 시간들이 꼭 필요함을 이곳에서 다시 느끼게 됩니다. 





□    ■    □    ■    □



이 포스팅을 읽고난 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한 자매가 그려 보내준 그림입니다. 혼자보기에는 너무 큰 감동과 울림이 있어 여기에 추가합니다. 



글과 사진으로 게하르트수도원을 방문하신 느낌이 어떠신지요?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수도원은 자신들의 삶에서 멀리 떨어진
어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경건을 이어가는 공간이라고 하겠습니다. 

글과 사진이 마음에 드셨다면 가시기 전에 
공감하트♡ 한 번 꾹 눌러주세요~..^^

공감수가 많으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