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대륙의 최북단 - 뚜르툭 마을 이야기(Memories of Turtuk)

2015. 4. 6. 01:28인도이야기/인도여행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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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대륙의 최북단 영토인 라다크지역.
라닥의 중심도시 레에서 북동쪽으로 여섯시간을 달려가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누브라밸리가 펼쳐진다.

그 계곡에는 일곱개의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골짜기 가장 깊은 곳,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 위치한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이 바로 뚜르툭이다.

중간지점인 훈두르 마을에서 세 시간 가량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
마을의 앞쪽은 카라코람 산맥이요,
뒤쪽은 히말라야 산맥이어서 두 산맥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뚜르툭.
마을 뒤 우뚝 솟은 산에 올라가면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K2봉이 선명히 보인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빙하수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오고
마을을 뒤덮은 살구나무에서 달콤한 살구향기가 가득한 마을.
라닥지역 인구의 90% 이상이 티벳불교를 믿는 라다키들이고
누브라밸리 역시 라다키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마을은 라다키가 아닌 아프가니스탄 계열의 아리안족들이 살고 있다.

피부색과 외모가 라다키와는 완전히 다른 아프간 계열인만큼
이들의 종교 역시도 티벳불교가 아닌 이슬람교이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있던
과격하고 편협한 이슬람이 아닌

너무나 정답고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라다크를 여행하는 동안 타이어 펑크가 세 번 났는데,
처음에 난 펑크는 아예 타이어가 옆으로 길게 찢어져 
그 자리에서 차가 주저앉아 버렸다.
날카로운 돌에 스치면서 타이어가 그대로 찢겨졌고
새타이어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손볼 수 조차 없어서
허름한 스페어 타이어로 교환 후
레에 도착하여 새로운 타이어를 구입해야 했다.

라다크에 가는 분들이 스페어 타이어를
두개씩 가지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훈두르 마을을 거쳐 뚜르툭에 가는 길에도 아니나 다를까 펑크가 났다.
지난 두 번의 수리 경험이 있었던 터라,
인도에 1년간 머무르기 위해 와 있던 
조카와 나의 사랑하는 두 아들이
불과 15분만에 타이어교환을 완벽하게 끝냈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뚜르뚝 마을에서의 기억들은 오래 남아 있다.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 총각은
그 마을에서 몇 안되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젊은이였는데
음식과 잠자리 등을 세심하게 챙겼고,
식사후에도 늦게까지 둘러앉아 대화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해질 무렵,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윗마을과 아랫마을 모두를 산책했고,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와 더불어
곳곳에 떨어져 있는 살구열매를 주워먹는 즐거움을 누렸다.

모두들 하루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일정때문에 우리는 부득이하게 마을을 떠나야 했다.


2012년 7월
인도 최북단 마을 뚜르뚝에서


훈두르 마을을 뒤로 하고 뚜르뚝으로...!
훈두르 마을은 역시 뒷모습이 아름다워~


누브라밸리 곳곳에서 사리를 모셔둔 스투파를 볼 수 있다.


어라? 뚜르툭에 가까워오니 여인들의 복장이 달라진다... 종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아프간 사람들의 체형과 얼굴...
이들의 친척 중 많은 이들이 아프간에 있다고 한다.


뚜르툭으로 가다보면 이런 다리를 몇 차례 지나게 된다.
우당탕 거리는 소리에 운전하면서도 혹시 다리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두 아들과 조카는 펑크난 타이어를 교환하는데 숙련공이 되었다.
이 녀석들 나중에 카센타 아르바이트를 시켜야 하나?


혼자하는 여행도 좋지만 사랑하는 이들,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든든하고 즐겁다.


이 빙하수 시내를 사이에 두고 뚜르툭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빙하수라 그런지 물이 정말 정말 차가웠다.


구름다리 위에서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람들의 반상회(?)가 열렸다.
매년 이 두 마을을 비롯하여, 아래쪽에 있는 무슬림 마을들과 마을 대항 운동회를 연다고 한다.


뚜르뚝에는 이렇게 엽서에나 나옴직한 예쁜 집들이 많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대비한 집의 구조가 참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홀로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서있던 소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집집마다 아름드리 살구나무들이 있다.
살구잼, 그리고 살구를 곶감처럼 반건조시켜 만드는 제품이 바로 이 마을의 특산품이다.


뚜르뚝 마을의 티없이 맑은 소녀들...
중동이나 아프리카 무슬림들과 달리 이곳은 수피즘이라는
민속이슬람 신앙을 갖고 있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짧은 여름 하루를 아쉬워하며 아이들은 동구 밖 어귀에 모여들고 있었다.


산책길에 만났던 삼총사, 맨 앞의 아이는 가운데 아이의 동생이다... 정말 많이 닮았다.


한참을 산책하고 있는데 이녀석들이 자전거를 몰고 우리쪽으로 달려왔다.
반사적으로 패닝샷처럼 담았는데 셔터속도를 미리 세팅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는 다정한 형제~!
형은 나중에 도시로 나가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동생은 아직 아무 생각이 없고...^^


짧은 여름과 가을이 지나기 전에 논 밭에 할일이 널리고 널렸다.
밀추수는 끝났지만 다른 채소들을 가꾸는 일은 대부분 여인들의 몫이다.


내가 어린 시절 살던 시골마을처럼 아늑하고 고향같은 뚜르뚝 마을...


뚜르뚝 마을은 큰 길 가에서 보면 마을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온 후에야 비로소 초록빛으로 쌓인 아름다운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좋고, 나무그늘이 좋은 절벽 위는 동네 젊은이들의 휴식처다.


언덕 위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 소녀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그 굽이길을 올라도던 두 여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이 소녀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내려가는 길에 아래에서 올라오던 소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만 둘을 둔 내게는 달덩이처럼 복스러운 맏며느리감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겨울철에 짐승들을 먹일 목초 한 짐을 지고 올라오는 아낙네의 모습이 조금은 애처러웠다.


마을 집집마다 주렁주렁 열린 살구들...
덕분에 땅에 갓떨어진 살구들을 많이 주워 먹었다.
정말 향이 좋고 맛있는 살구였다.


인도 이야기 가운데 처음으로 등장하는 아내... 늘 봐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에구... 콩깍지가 아직도 덜 벗겨졌나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저녁식사... 음식이 정말 푸짐하고 맛있었다.
가격 또한 착해서 지금도 그 때의 맛이 가끔씩 생각난다.


이른 아침 공동 수도꼭지에서 물을 길어오는 소녀...
카메라를 든 나를 보더니 나름 예쁜 포즈를 취한다...


농기구를 들고 일터로 나가는 이 아가씨는 나를 보더니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인다.


돌담길 모퉁이에 선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이 참 정겹다.


이 마을에서는 여자들만 일하나보다. 남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그래도 부부가 함께 한 곳으로 향해 가는 모습은 그곳이 어디든 아름답다.


카우보이가 따로 있나, 나도 카우보이 아니 나귀보이랍니다..~


어? 이 녀석 제법 나귀를 몰줄 아네?
이 어린 녀석이 저보다 더 어린(?) 나귀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했다.


뚜르뚝 마을에서 나오는 길에 담은 탈곡장면...
어렸을 때 보리탈곡 하던 때가 생각났다.
일보다는 어머니와 고모들이 내오는 새참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던....^^


뚜르뚝에서의 1박2일은
오랜 인도생활에서 잃어버렸던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이로써 나는 인도의 최남단 깐야꾸마리로부터 최북단 라다크, 
그중에서도 최북단 뚜르뚝 마을까지 차량으로 종주하는 미션을 완성하였다. 
종주거리 약 4,300여 킬로미터의 대장정이었다.
물론 한 번에 주파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운전하여
인도대륙 남북의 양 끝단을 연결했다는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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