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나가르 - 호수위에 펼쳐지는 작은 세상, 새벽시장

2015. 5. 28. 11:35인도이야기/인도여행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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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나가르 - 호수위에 펼쳐지는 작은 세상, 새벽시장
Srinagar - a Little World on the Lake, the Dawn Vegitable Market


스리나가르의 하루는 항상
호수 위에서 시작된다.

이른 새벽,
먼 동이 희뿌옇게 밝아오면

어디서 오는지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하나 둘 씩

시카라들이 모여든다.

저마다 자기 손으로 재배한
채소와 꽃 등을 시카라에 싣고서....


야채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안부도 묻고 소식도 전하고
중요한 세상사에 대해서는 토론도 하고...


때로는 시카라나 부동산 같은
더 중요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역시
자신이 재배한 야채를 팔거나 교환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항상 진지할 수 밖에 없다.

삶의 치열함과 생동감이 넘쳐나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스함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새벽시장...

전체인구의 96%가 무슬림인
이곳 스리나가르.


인류의 마지막 지상낙원이라는
카시미르지역의 가장 중심도시이면서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첨예한 갈등의 한 복판에 있어서

테러와 학살, 무장독립투쟁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곳이다.


그래도 지난 3,4년 동안
이곳에는 평화가 지속되어

최근에는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아침마다 열리는 호수 위 새벽시장은
스리나가르에 찾아든 평화를 알리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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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6.

스리나가르 새벽 야채시장에서.


* 이 포스팅은 86매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긴 글입니다.
사진은 다큐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영화와 비슷한 비율로 트리밍하였습니다.
모바일에서 접속하는 분들은
약 20mb 정도의 패킷이 발생함을 알려드립니다.
각 사진을 클릭하시면
보다 큰 사이즈(가로 1200px)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멀리 동녘 하늘이 밝아오고, 호수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먹이를 찾아 일찍 일어난 새들이 호수 곳곳을 날며 새벽을 깨우고 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시카라를 저어 어딘가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자 시카라들이 더 많아지고,
주변에는 호수 위에서 사는 이들이 키우는
닭이며 오리, 거위들이 기지개를 편다.


 

거위 한 마리가 훼를 친다.
호수 위에 아침이 찾아왔다.
때로는 핀이 맞지 않은 사진도 쓸모가 있다.
완벽하지 못한 우리들도 세상에 쓸모가 있어서 태어난 것처럼...


 

새벽시장의 입구에는 이미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따라온 이 아저씨도 마음이 조금은 바빠졌다.


 

좁은 공간 사이로 용케도 잘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또 언제든 고객이 있어 보이는 곳으로 노저어 이동한다.
한 번 터를 잡으면 하루 종일 움직이지 못하는
일반 재래시장과 다른 수상 시장의 특권이다.


 

수상시장을 구경나온 나와 같은 외국인이 탄 배에
꽃을 파는 아저씨가 접근하여 거래를 시도한다.


 

자신이 재배한 순무를 싣고 나온 할아버지...
제값받고 다 팔고 가셨으면 좋겠다.


 

오늘의 모델이 되어 줄 또 한 분의 아저씨...
거래가 이루어질 만한 곳을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다.


 

옆 모습만 보아도 순박한 농부 그대로다.
오늘 하루의 시작이 순조롭기를....!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거래는 시작된다.


 

시카라는 최소의 힘으로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게
고안된 선상 이동수단이다.
노 역시 오랫동안 저어도 지치지 않도록 가벼워야 하며,
아래쪽에는 넓은 판자를 부착한다.


 

새벽이슬을 머금고 온 꽃이 싱싱하고 화려하다.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되었다.
거래 품목은 호수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연꽃의 씨머리이다.
연꽃은 모든 부분이 식재료로 쓰인다.
특히 카시미르에서 연꽃의 씨는 식량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줄기가 보라색인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채를 가지고 나온 중년의 사내,
대화가 무르익고, 거래도 무르익는다.


 

평균 120척 정도의 시카라가 매일 이 새벽 시장에 모여든다.
하나의 도시가 물 위에 떠 있는 셈이다.
야채와 과일, 꽃, 심지어 아이스크림과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까지 새벽시장을 찾는다.
아이스크림이나 기념품은
새벽시장을 구경나온 관광객과 외국인들이 주 고객이리라.


 

일찍 거래를 마친 이 할아버지는 호수 위에서
아침의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우리 주인공 아저씨는 아직도 거래상대를 찾지 못했나보다.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노를 젓고 있다.


 

인도요리에 특히 많이 쓰이는 단야,
즉 커리안달 이파리를 파는 아저씨...
난 인도에서 산지 8년차인데도
아직 저 단야의 맛에 길들여지지 못했다.
향이 무척 강한 저 이파리를 보면 건져내기에 바쁘다...^^


 

날마다 마주치는 상인들이기에
속이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수 십년 동안 아침마다 보는 얼굴들인데
어떻게 거짓이 통할 수 있겠는가.


 

호수 주변의 비옥한 땅에서 재배되는
채소와 과일류는 맛과 신선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평생동안 농사를 짓고
호수 위에서 시카라를 저으며 살아온 사람들...
이 호수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다.


 

두 사람 사이에 어딘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진다.


 

옥수수와 과일을 들고 나온 아저씨들이
서로 거래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주인공 아저씨의 시카라에는
릿지가드와 비터가드가 잔뜩 남아 있다.
좋은 거래상대를 만나야 할텐데....^^


 

또 한 분의 주인공 아저씨도 아직 거래상대를 만나지 못해
여전히 특유의 폼으로 앉아 있다..^^


 

드디어 날마다 자신의 물건을 구입해준 구매자를 발견!
노가 바삐 움직인다.


 

핀이 맞지 않은 사진이지만,
딱 한 번 렌즈에 들어온 이 아저씨를 기념하기 위해 포스팅한다.


 

우리의 주인공 아저씨의 거래가 한참 진행중이다.


 

오늘 새벽시장의 유일한 홍일점...!
왼쪽 끝부분을 보시라.

아마도 남편이나 아버지를 대신해선 나온 여인일 것이다.
아쉽게도 정면샷을 담지 못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아저씨의 근엄한 옆모습을 놓칠 수가 없었다.


 

흰 수염을 정말 멋지게 기른 할아버지도 시카라를 몰고 나오셨다.


 

흰 수염 할아버지의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크롭해 보았다.
펀잡의 시크교도들 중에
저런 멋진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들이 많은데
스리나가르 무슬림 어르신은 좀 다른 멋이 느껴진다.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아저씨의 거래가 이루어지는가보다.


 

배에 가득 싣고 온 릿지가드(Ridge Gourd)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어야 할텐데...^^


 

여유를 찾기 위해 담배도 하나 입에 물고...^^
참 라이터를 어디 뒀지?


 

앗.. 릿지가드가 아니라 비터가드,
우리가 흔히 여주라고 부르는 열매를 저울에 달고 있다!

비터가드는 그냥 먹으면 무지 쓰지만,
소금에 절여 피클을 만들면 상당히 먹을만 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비터가드는 말려서 물에 끓이면 정말 좋은 약이 된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에 진지함이 묻어난다.


 

저울추를 속이는 일은 가장 비열한 짓이기에
성경의 잠언에도 속이는 저울추에 대한 경고가 자주 등장한다.


 

자, 이거 몇 개는 덤으로 주셔야죠?


 

이 할아버지도 빨리 거래상대를 만나셔야 할텐데....^^


 

지나온 세월 속에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할아버지의 얼굴 곳곳에 나 있는 흉터들이
그의 험난했던 인생여정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씩씩하게 이겨나온 그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까지 그의 손에 노를 저을 힘이 남아 있기를!


 

거래는 마쳤지만 친구들은 보고 가야한다.
안부도 묻고 소식도 주고받는다.


 

일곱, 여덟가지의 많은 채소들을 가득 싣고 나온
이 배의 주인은 이 채소들을 다 팔고 돌아갈 수 있을까?
오늘 하루 채소가게에서 팔 물건들을 구입해 둔 것일까?


 

거래가 끝난 이들이 하나 둘씩 빈 시카라를 끌고
시장을 빠져나간다.


 

상당한 시카라들이 빠져나가 이제는 노젓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아직 거래를 끝내지 못한 이들,
구입할 물건이 남아 있는 이들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한다.


 

이제 제법 동쪽 하늘이 밝아져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다.
호수 위에도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스리나가르를 찾는 관광객들 중 상당수가
이 새벽시장을 찾지만
아직도 관광상품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담을 수 있다.


 

젊은 친구가 힘차게 노를 젓는다.
그의 인생도 이렇게 쭉쭉 뻣어 나갈 수 있기를...!


 

시장 곳곳에서는 아직도 거래가 한창 진행중이다.


 

사람들의 뒷모습은 때로는 앞모습보다 더 큰 여운과 감동을 준다.
이 할아버지의 뒷모습도 그러했다.


 

미소로 서로를 맞고 반가움으로 거래를 시작한다.
긴장감보다는 여유와 정이 흘러 넘친다.


 

한 모금의 담배연기는 이 분에게 하루를 살아가는 에너지이리라...^^


 

유난히 표정이 선해 보이는 아저씨...
그의 미소가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긴장을 풀어준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배연기를 내품는 그의 표정이 진지하게 느껴진다.


 

동그랗고 조그만 안경테가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상을 만들어주었다.


 

산다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만남과 관계 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그 속에서 내가 완성되어져 가는 것이다.


 

이제 새벽시장도 끝물에 접어들었다.
돌아가서 오늘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야 하기에
모두의 마음이 조금은 분주해지고 있다.


 

아마도 상당히 큰 규모의 야채상점을 운영하는 상인인가보다.
갖가지 종류의 야채들이 배에 가득 쌓여있다.
오늘 하루 고객들에게 공급할 가장 신선한 상품들이다.


 

인상좋은 아저씨가 마지막 남은 물건을 팔러 이곳에 왔다...^^


 

예의 그 환한 미소로 거래를 시작한다.


 

매부리코 아저씨의 옆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오호..!  거래가 끝났나?
뒤에는 아직도 채소가 남아 있는데...


 

거의 대부분 무슬림들인 이곳 주민들...
이렇게 순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종교문제가 개입되면 서로 그렇게 과격해지는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땅에 더 이상 전쟁과 분열의 아픔이 없기를...


 

시카라 위에서는 높고 낮음이 없다.
분내고 화날 일도 없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가까이 눈을 맞추고....
세상은 그렇게 사랑으로 채워져간다.


 

오늘 판매할 물건을 구입해서 돌아가는 상인 아저씨가
힘차게 노를 젓는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무엇일까...
내용을 알 수 없어도 이들의 대화 속에 평화가 흐른다.


 

보틀가드, 일명 로키라고 부르는 채소열매를 든
사내의 표정이 여유롭다.

손익에 의한 관계가 아닌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이 한 장면 속에 담겨 있다.


 

아침마다 호수 위에 펼쳐지는 이들의 세계...
그것은 시장이라기보다는 수상 공동체, 바로 그것이다.


 

긴장과 대립과 갈등보다는 여유와 배려,
신뢰로 이루어지는 관계들...

물건을 사고파는 데서 이런 관계를 이룰 수 있다면
세상의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황금과 경제력이 지배하는
각박한 자본주의 사회의
한 복판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사랑으로 이루어져야 할
아름다운 관계들까지 파괴하면서
혼자만의 성공과 승리를 향한 몸부림에
스스로 지쳐가는 것이 아닐까...


 

밝은 웃음 속에 사랑과 신뢰로 함께 나아가는 이웃들...
우리 사회가 회복했으면 좋을 아름다운 모습이다.


 

때로는 치열함이 있어도,
때로는 긴장감이 감돌아도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신뢰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때 세상은
평화를 되찾게 되리라...


 

새벽을 깨우는 일은
큰 소리로 부르짖는 어떤 외침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내려놓고
겸손히 내 이웃과 마주하며
잃어버린 관계들을 회복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고,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
그것이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를 다시 세워가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것이 바로 보수와 진보, 동과 서,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 상처투성이인 한국사회를
치유할 가장 중요한 대전제가 아닐까?


 

내가 이기기 위해, 내가 더 많이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수단화하는 이기주의가
더 이상 우리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우리는 언젠가 절대자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할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 사람이 두 개의 노를 저을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두 개의 시카라를 함께 몰고 갈 수 없다.
호수 위 새벽시장에서 모든 사람은 그렇게 평등하다.


 

오직 필요한 것은 미소와 서로를 향한 신뢰...
그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호수 위 새벽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


 

너무 거창한 꿈을 꾸는 것도,
너무 큰 야망을 갖는 것도
결국 나의 순수한 노력을 뛰어 넘어
다른 이의 희생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라면
결코 권장되어서는 안된다.


 

나의 고객들에게
내가 정성껏 키운 가장 신선한 야채를 나눈다는 
작은 보람과 자부심....

그것만 있다면 그의 삶은 충분한 가치가 있고,
살아갈 의미가 있다.


 

이들이 주고 받는 것은
채소 한 다발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신뢰와 우정이다.


 

비록 수 십 루피의 하잘 것 없는 다니야 한 다발이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인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와 우정이 이 거래를 통해 흘러간다.


 

이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이 새벽시장에서 피어나기를 기도한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통해
이 새벽시장의 이야기들이
각박하고 차가워져가는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은 불꽃으로 타오르기를 또한 기도한다.


 

그리고 연잎으로 뒤덮인 이 호수의 평화가
이들의 삶에, 가정과 일터 위에
언제나 흘러 넘치기를 기도한다.



 

긴 포스팅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시기 전에 공감체크 잊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여러분의 삶에 
하늘의 평화가 가득히 임하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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