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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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재의 황홀한 아침
오래전부터 밀재의 일출을 담고 싶었다. 월요일 이른 아침, 함평 해보면의 일기예보를 보니 맑은 날씨에 습도가 90%, 일교차도 커서 운해가 형성되기에 썩 괜찮은 날씨였다. 30여분을 달려 밀재휴게소에 당도하니 아쉽게도 무등산 방향으로 짙은 구름이 깔려있었다. 무등산 자락으로 떠오르는 해를 담고 싶었는데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완벽한 조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붉은 동편하늘과 맑은 하늘, 적당한 운해는 촬영의 기대감을 품게 했다. 부지런한 진사님들은 벌써 좋은 자리에 삼각대를 펴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넓고 풍요로운 함평들녁위로 쏟아지는 신선한 빛줄기를 기대하며 여명부터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한 컷 한 컷 셔터를 누르는 동안 밀재의 일출이 주는 ..
2022.09.28 -
붉게 타오르는 그리움, 불갑산 상사화축제
상사화((相思花) 이 해 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월요일 이른 새벽, 밀재에서 일출을 보고 불갑사 입구에 펼쳐진 상사화 꽃밭을 보리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밀재에서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불갑사 입구 계곡을 가득 채운 상사화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2022.09.20 -
비내리는 오후 풍경 - 영광불갑테마공원
추석연휴 마지막날 월요일 오후, 아침부터 구름이 낮게 깔리고 간간히 보슬비가 대지를 적신다. 오전에 온라인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과제물을 평가하고 점심먹고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를 보다 꾸벅꾸벅... 추석연휴 마지막 날을 이렇게 보낼순 없다 싶어 어디든 잠시 바람을 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나서며 어디로갈까... 잠시 고민끝에 지난 번 명옥헌 원림에 군데군데 피기 시작하던 꽃무릇이 떠올랐다. 그래 불갑산으로 가보자..!! 50분 남짓 달리니 어느덧 불갑사 입구... 이번 주말부터 상사화 축제가 시작되나보다. 불갑산 상사화축제장으로 착각하고 내가 차를 주차한 곳은 영광불갑테마공원이란 곳이었다. 그래, 오늘은 테마공원으로 만족하고 다음 주 월요일 상사화축제 기간에 다시오자! 약 한 시..
2022.09.13 -
하늘 푸른 날 오후, 담양 명옥헌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날 오후, 푸르디 푸른 가을 하늘의 유혹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오후 4시, 조금 일찍 일을 마치고 베롱나무 꽃이 아름다운 명옥헌으로 달려갔다. 마침 차에 카메라가 실려 있어 바로 출발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베롱나무꽃은 백일홍이라고 해서 1년에 세 번 피는 꽃으로 유명하다. 약 3개월 동안 꽃을 볼 수 있으니 구부러진 곡선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베롱나무가 정원수로 사랑받는 이유다. 어느 분이 8월 말에 담은 사진을 보고 만발해 있는 베롱나무 꽃에 마음을 빼앗겨 지금도 괜찮겠다 싶어 달려갔으나 벌써 베롱나무 꽃은 대부분 지고 없었다. 대신 나뭇 가지 사이로 고운 햇살을 받고 있던 연못에 핀 연꽃을 담고, 작은 연못에 담긴 푸른 하늘을 담았다. 명옥헌을 품고 있는 후산마을 입구의 자..
2022.09.07 -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한라산 정상 아래 허옇게 마주 선 고사목 한 쌍. 사시사철 풍상에도 푸르고 푸른 잎새 자랑하며 묵묵히 지내온 세월들... 무성하던 이파리들 어느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철갑처럼 든든하던 껍질 무서리 북풍한설에 한 겹 두 겹 다 벗겨져 하얀 속살 드러나도 그 속에 품은 뜻 그 속에 담긴 소망 그 당당함, 그 순전함, 그 절실함 생사를 뛰어넘어 전해지는 사랑. 무심히 흐르는 구름 아스라히 보이다 사라지는 마을들 묵묵히 내려다보며 무궁세월 그렇게 서리라. 그렇게 사랑하리라. 2022. 8. 25. 한라산에서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