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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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잃어버린 고향 - 고리강가의 저녁이야기
고리 강가(Gauri Ganga). 우타르 쁘라데시 주의 이타와 현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깡촌 중의 깡촌, 오지 시골마을.... 내게는 참으로 많은 추억과 가슴시린 아픔이 함께 서려있는 곳이다. 그곳을 방문한 것만 다섯 차례.... 두 번은 거의 일주일씩 머물렀고 나머지는 1박2일 또는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변변한 여관이나 게스트 하우스도 없고, 제대로 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식당도 없다. 계란을 넣어 라면을 끓여주는 간이식당을 찾는 데는 한 시간이 필요했다. 마을 전체에 냉장고는 아예 없고, TV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루의 절반 정도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나 가전제품을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다. 지하수 펌프 하나로 30명이 씻고 빨래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어..
2015.04.12 -
바라나시 - 감추인 보화을 찾아서
수천년의 고도 바라나시.... 유구한 그 역사의 한 복판을 흐르는 갠지스 강. 그 강에 얽혀있는 사연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바라나시의 지나온 세월의 날 수 만큼, 그리고 그 강에 몸을 담궈보았던 사람들의 수 만큼, 그 강에서 노를 젓고 물건을 팔며 뿌자를 드리는 사람들의 수 만큼일게다. 이 사진의 사나이는 왜 저렇게 갠지스 강물을 열심히 퍼내어 붓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은 그의 생업이자 비즈니스이다. 그는 지금 시체를 화장하고 난 잿더미와 잔해들 속에서 가끔씩 고인의 저승길에 노자로 쓰도록 넣어둔 금붙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금붙이를 발견하는 날은 한 달에 한 두 번에 불과하지만 그는 날마다 이 일을 멈출수가 없다. 금붙이 하나면 자신이 한 달 노동해서 번 것보다 더 큰 재화를 만질 수 있으니 말이다..
2015.04.11 -
바라나시 - 골목길..골목길..골목길....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곳에서 도시를 이루고 살았는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그러나 수천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가정을 이루고 죽어갔다. 이곳의 좁은 골목길들은 그렇게 태어나고 죽어간 이름모를 이들이 만들어 온 그 수 천 년의 이야기들이 벽돌 하나, 기왓장 하나마다 스며들어 있다. 미로같은 인생길... 길을 묻고, 길을 찾고, 길을 걷는다. 그 길에서 때로는 멈취서고, 때로는 여유롭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행복하다. 지금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삶을 이어가고 그 길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기억해주는 이 없겠지만 동방의 해 뜨는 나라에서 온 어느 한 사람도 그 기나긴 이야기들의 짧은 한 토막이 되었다. 2012년 12월 어느 날, 바라나시의 골목길을 헤메다..
2015.04.10 -
바라나시의 아이들 - 함께 있어 우린 즐겁다!
인도는 젊은 나라다. 20대 이하 인구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그 만큼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큰 나라라는 말이다. 도시든 시골이든, 심지어는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가도 아이들은 어디든 넘쳐난다. 한 때 인구통제를 하지 않는 인도를 보며 많은 선진국들이 비웃었다. 산아제한을 하지 않는 한 인도의 발전과 가난에서의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충고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그 나라들이 젊은이들이 많은 인도를 부러워하고 있다. 빈곤해결과 양질의 교육이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출산율 세계 꼴찌를 다투는 나라 백성으로서 젊은이들과 아이들로 북적대는 인도를 보노라면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수 년 째 아기울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촌마을들이 많은..
2015.04.09 -
4월은 추수철 - 우타르칸드 산골마을에서...
데라둔에 잠시 다녀오는 길에 담은 북인도의 추수철 풍경이다. 북인도는 게훙이라고 부르는 호밀로 만든 빵(로띠)이 주식이다. 그래서 해마다 4월이 되면 들판에 온통 황금빛 호밀밭이 펼쳐지게 된다.. 당연히 이 때는 농부들에게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바쁜 시기다. 하물며 우리 속담에도 추수철에는 송장도 일어나 손을 거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펀잡이나 갠지스강 유역처럼 대규모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트랙터에 콤바인을 장착하여 순식간에 추수를 해치우지만 가난한 산골마을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온 식구가 둘러앉아 낫질을 하고, 다발을 묶고, 타작까지 함께 한다. 물론 일당을 주거나 품앗이를 해서 이웃들을 부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가족단위로 농사일을 하게 된다. 워낙 바쁜 때라 데라둔 시내에 나가 살고 있..
2015.04.07 -
우물가의 여인들 - 첸나이의 마리나 해변에서
첸나이 바닷가에 올망졸망 모인 빈민촌. 아침 일찍 일어난 여인들은 식구들이 하루내내 쓸 물을 길어오느라 우리네 약수터에서 물통 줄세우기 하듯 형형색색의 물통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밝은 웃음으로 아침인사를 나누는 그들에게서 삶의 시름과 아픔은 잠시 뒤로 물러간다. 작두로 퍼올리는 샘물가에는 언제나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의 살림살이며, 살아가는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속이고 싸우기도 하고..... 물 항아리를 어깨춤에 끼고 돌아서는 여인의 소박한 미소가 지금도 내 가슴 속 잔잔한 파문으로 다가온다.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두레박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선생님은 어디에서 생수를 구하신다는 말입니까? (요한복음 4:11)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2015.04.06 -
인도대륙의 최북단 - 뚜르툭 마을 이야기(Memories of Turtuk)
인도대륙의 최북단 영토인 라다크지역. 라닥의 중심도시 레에서 북동쪽으로 여섯시간을 달려가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누브라밸리가 펼쳐진다. 그 계곡에는 일곱개의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골짜기 가장 깊은 곳,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 위치한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이 바로 뚜르툭이다. 중간지점인 훈두르 마을에서 세 시간 가량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 마을의 앞쪽은 카라코람 산맥이요, 뒤쪽은 히말라야 산맥이어서 두 산맥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뚜르툭. 마을 뒤 우뚝 솟은 산에 올라가면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K2봉이 선명히 보인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빙하수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오고 마을을 뒤덮은 살구나무에서 달콤한 살구향기가 가득한 마을. 라닥지역 인구의 90% 이상이 ..
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