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카르(Pushkar) - 그 길 위의 풍경들

2015. 12. 15. 13:53인도이야기/인도여행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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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13억이나 되는 인도에서 푸쉬카르는 참 작은 도시이다.

아니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굳이 택시나 릭샤를 부르지 않아도
어지간한 곳들은 다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물론 이 작은 도시는 힌두들에게 성지 중의 성지로 꼽히기 때문에
마을 안에서는 오토릭샤 등 엔진을 사용하는
탈 것의 이용이 전면 금지된다.
걷기가 어려운 이들은 자전거 릭샤를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시끄럽고 매연이 가득한 인도의 도시를 헤메던 여행자들이
푸쉬카르에 오게되면 그렇게 편안해 하고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서양 여행자들의 경우는 자전거를 빌려서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하나님이 주신 튼튼한 11호 자가용이 있기에,
그리고 이 작은 도시에서 굳이 어디를 서둘러서 가야할 일도 없기에
거의 모든 일정을 뚜벅이로 소화하였다. 

푸쉬카르는 호수의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메인 바자르가
이른바 도심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3km 가가운 이 좁은 골목길의 좌우로
수많은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아무래도 현지인 순례객들이 많은 도시인지라
물가도 저렴하고, 특히 각종 인도의 전통의상이나
스카프, 숄 등을 비롯한 기념품들을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게에서 흥정은 기본이다.
하지만 타지역에서 절반이하로 깍아야 제 값을 주고 산 것이라면
이 푸쉬카르에서는 20~30%만 깍아도 충분하다는 편안함이 있다.

푸쉬카르는 유명한 힌두성지답게
시내에서 고기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을 아예 찾을 수 없다.
심지어는 계란으로 만드는 오믈렛을 찾기도 쉽지 않다.
길거리 식당에서는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하고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게스트하우스에 가야
오믈렛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 도시에서는 정말 맛있고
영양가 높은 채식요리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메인바자르의 중간 쯤에 있는
일명 롤링난(Faraffel)을 파는 길거리 식당들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2박3일 그곳에 머무는 동안
롤링난으로 세 끼를 해결할 정도로
이 롤링난은 저렴하고도 맛있는 푸쉬카르의 대표음식이다.
난의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들의 배합에 따라
1번부터 14번까지 가격대별로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는데,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70루피(1300원)~140루피까지
메뉴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푸쉬카르의 거리는 좌측에 펼쳐진
호수의 가트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수많은 순례객들을 만날 수 있고,
호수를 중심으로 수백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힌두사원들이
순례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또한 라자스탄지역이 대마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환각제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보니 인도 현지인 뿐 아니라
외국인 히피들이 도시 곳곳을 유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일 두 세 번씩 메인 바자르를 오가면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도시가 2,500년이나 되는 긴 역사를 가진 힌두교의 성지라는데,
의외로 거리에나 도시의 중심지역에서
오래된 사원이나 건물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17세기 이후 무슬림 제국들이
라자스탄을 점령하면서 가장 유명한 힌두성지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 자리잡고 있던 대부분의 고대사원들을
무너뜨리고 파괴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벌이고 있는 무지막지한 반달리즘이
이미 4백년전에 이곳에서도 동일하게 행해졌다는 사실에
종교가 그 본질을 잃고 이데올로기화 될 때 발생하는
비극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 지금부터는 푸쉬카르 거리의
낭만적이고 화려한 모습들을 만나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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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8일~20일
푸쉬카르 거리에서

 

라자스탄의 다른 지역에서 온 순례객들이
얼굴색 다른 이방인이 힌디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했던지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야단이다.
물론 자신들의 폰카메라에도 담았다.
모두 한 마을에 사는 일가 친척들이라고 했다.


길거리 곳곳 어디든 눕기만 하면 그곳이 바로 거처가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소유를 실천하는 고결한 수행자 같지만
사실 스스로 '사두'라고 칭하는 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각종 마약과 환각제에 찌들어 있는 유랑자들일 뿐이다.
순례객들이나 외국인 여행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은
대부분 그런 환각제를 사는데 허비된다.


가운데 앉은 근엄한 사두와 대화하는 가운데,
그가 내게 담배 한 대를 피우라고 권했다.
그러면 자신들의 신을 나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담배에 환각성분이 들어 있는데
그것이 자신들을 신에게로 이끌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대답했다. 
"환각제를 피워야 만날 수 있는 신이라면 내게는 필요없을 것 같네요. 
나는 언제든 우주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브라흐마(힌두교의 창조신)를 숭배하는가?"

내가 다시 대답했다.
"브라흐마는 창조 이후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신이지만 
내가 믿는 창조주는 늘 나와 함께 계시며
나를 도우시는 분이십니다."


푸쉬카르에는 정말 힌두사원들이 많다. 
이 사원은 아마도 남인도 출신의 힌두교도들이 지은 것 같다. 
사원의 고뿌람 형태가 남인도 칸치뿌람이나 마두라이에서 보던 그것과 많이 닮았다.


대중 힌두교 안에는 각종 흑주술이나 마술이 일반화되어 있다.
액운을 방지하기 위해, 또는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해
인형을 이용하는 흑주술은 우리나라 무당들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흑주술을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다.


낙타축제 행사장 주변에는 수많은 노점상들이 대목을 맞아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생산해온 물건들을 파는데 여념이 없다.


푸쉬카르의 골목길은 인도의 여느 골목길과 다르지 않다.
어디가나 소들을 만날 수 있고,
소똥의 진한 향기가 골목가득 배어있다.
걸을 때 한 눈을 팔다가는
소똥 위에 엉덩방아를 찧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라!


나이가 들어가도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는 감출수가 없다.
화려한 장신구들을 파는 노점에는 할머니들이 오히려 주요 고객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손자 손녀들까지
일가족이 낙타축제 기간 동안 이곳에 노점을 펼쳐놓고 물건을 판다.
남편은 낙타를 비롯한 가축을 팔고
여자들은 이곳에서 지난 일 년 동안 생산해 온 물건들을 판매한다.


브라흐마 사원으로 가는 길에
이색적인 복장으로 송아지를 끌고가는 힌두교도를 만났다.
처음에는 송아지가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등에 다리 하나가 더 나와 있는 이른바 기형 송아지였다.

그런데 힌두들은 이런 기형 송아지들을
신의 기적으로 여기고 특별히 더 숭배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기형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데,
장차 투자한 가격의 몇 십배를 벌어다주는
보물이기 때문이라니 거참...^^


사진을 찍으라고 포즈까지 취해줘서 감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델료(?)를 요구했다. 
결국 나도 50루피를 기형송아지에게 헌금한 셈이 되고 말았다..ㅠ.ㅠ


어디서 나타났는지 부인도 와서 함께 포즈를 취해 주었다.


매연이 없는 깨끗하고 청명한 햇살 덕에
여인들이 입은사리의 고운 빛깔이 더 화려하게 느껴진다.


150여년 전만 해도 여인들은 오직
하나의 천으로 된 사리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인도를 통치하던 영국 총독부에서
가슴을 다 내놓고 다니는 여인들의 모습이 민망하여
일종의 탱크탑과 같은 상의를 만들어 보급하는데 5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도 그 배후에는 다른 이유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인도의 면화를 헐값에 가져다가
산업혁명을 통해 엄청난 양의 직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영국 상공업자들이
그것을 당시 최대의 시장이었던 인도에 되팔기 위해
만들어낸 정책이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인도에서 구걸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할머니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정당한 직업(?)이자 돈벌이 수단이다.
그래서 돈을 적선하고도 그들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라자스탄 지역의 도시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가죽제품들을 파는 가게이다.
라자스탄의 가죽제품들은 주로 낙타와 양의 가죽으로 만든 것들로서 세련된 맛은 없어도
저렴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기념으로 하나씩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도사람들이 즐기는 전통 아이스크림인 쿨피를 먹으며 길을 걷는 여인....


사진에 담긴 이들이 모두 뒷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없기에 모두들 앞모습만을 치장하는데 열심이 아닐까.
뒷모습도, 그리고 지나간 흔적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푸쉬카르의 대표적 상징 중의 하나인 브라흐마 사원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푸쉬카르에만 존재하는 브라흐마 사원!
다른 게시물에서 힌두교의 창조신인 브라흐마에 대해서는 소개했으니 참고하시고....
카메라와 모든 소지품을 맡겨놓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안에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다양한 조리기구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막에서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최고다.
라자스탄의 사막지역에서 주로 먹는 고올로띠를 빚는 여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아이들에게 선물할 장난감을 고르는 여인들...


인도에는 정말 다양한 후식이나 간식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달고 맛있는 간식이 바로 절레비(Jalebi)이다.
처음에는 너무 달아서 못먹을 것 같은데
한 번 맛보면 자꾸 먹고 싶어지는게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살찌기 쉬운 음식 Top 10 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로 쉽게 손이가지 않았다.
우리와 함께 동행했던 벤과 자넷에게 이 절레비를 맛보여 주니
3개월째 인도를 여행하면서 처음 먹어본다고 좋아했다.


길거리에서 장신구를 파는 여인들....


카멜 그라운드에서 서커스 공연을 벌이는 일가족...^^
이제 여덟 살이나 아홉 살 되었을까 싶은 딸이
정말 다양한 묘기들을 선보였다.
몸을 공처럼 말아서 공중에서 빙빙돌리는데
그 유연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에 온 후로 8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먹거리가 있다면 바로 이 사탕수수 주스이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만드는 과정이 너무 불결해 보여서
도저히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래도 좀 깨끗해 보이는 기계를 만나서
처음으로 주문하여 마셔보았다..
쥬스는 그런데로 먹을만한데 갈아서 넣어주는 얼음이
과연 얼마나 위생적일까 의구심이 생겼다.
위장이 민감하시는 분들에게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메뉴!


푸쉬카르 골목길에서 만난 한 단란한 가정의 정겨운 풍경...


무슨 왕궁인 줄 알았더니 이곳도 쉬바신을 모신 신전이란다...^^


화려한 장식물들이 사진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푸쉬카르의 흔한(?) 골목길 풍경...^^


가트로 내려가는 입구마다 사원들이 자리잡고 있고,
난디를 비롯한 신상들이 자신의 숭배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상에 절을 하고 돈을 바치는 이들은 정말 신을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바램이 신을 통해 이루어지길 기대하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뭔지 모를 두려움 때문일까....
종교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는 이 할아버지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가트에서 올라오는 순례객들....


수줍음이 많은 라자스탄 모자...


요즘에는 오토바이들도 가끔씩 바자르 안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에게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파라펠(롤링난) 집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와 베지버거...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열량을 제공한다.


이게 바로 푸쉬카르의 대표음식 롤링난(Faraffel)이다.
보기보다는 상당히 맛있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길거리의 사두들....


우리가 도착하기 며칠 전,
길거리의 쓰레기장에 기거하는 돼지가 새끼를 낳았다.
어미가 벌러덩 드러누우면 새끼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젖을 빨기 시작한다.
힘이 약한 한 녀석은 젖꼭지를 차지하지 못한 채 안타깝게 주변을 배회한다.


쓰레기 더미를 뒹구는 돼지들도
자신의 핏줄에게 보이는 모성애는 사람과 다를바 없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사원입구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 할머니....


주황색은 힌두교의 수행자들을 대표하는 색이다.


저 여인은 무슨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일까....


한국말도 몇 마디 할 줄아는 길거리 식당의 파라펠 조리사...
인도의 길거리 음식을 먹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보고나면 담대해진다...^^


다양한 인간군상들 속에서 빈부귀천은 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인가...


신의 축복을 사고 파는 일은 사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길거리가 여인들의 화려한 사리 빛깔로 물들었다.
아내의 볼도 그렇게 물들어 있다.


유명한 소니 주스가게에서 만난 라자스탄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가수 내외...
간단한 조율을 마친 가수는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부부가 함께 부르는 청아한 노래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노래를 마치고 활짝 웃는 남편,
그러나 아내의 모습에는 어딘지 그늘이 보인다.


우리가 대접한 짜이 한 잔을 고마워하며 건배를 외친다.


짜이를 마시고 난 후 자신들의 노래를 녹음하여 CD를 만들었다며
우리에게 하나 사달라고 간청하였다.
CD의 가격은 150루피(2700원)란다.
CD를 구입해 주자 우리를 위해 앵콜 곡을 하나 더 불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그의 아내의 얼굴에서 미소를 보았다. 



푸쉬카르 길 위의 풍경들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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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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