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맞은 크리스마스의 추억들

2015. 12. 23. 17:47인도이야기/인도 문화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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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크리스마스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별이다.
대림절이 시작되고 성탄절이 가까워오면 기독교인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대문앞에 큰 별을 장식한다.
요즘에는 얼마나 별이 다양하고 아름다운지... 


기독교인구가 20% 정도 되는 깨랄라 주에 갔을 때 상가에 장식된 별의 모습...
안에 전구를 넣어 설치하면 밤에 무척 아름답게 빛난다.


밤에 불이 들어올 때 담아본 상점의 별들이다.
이 별들이 기독교인들의 대문에 아름답게 장식된다.


께랄라 주의 주도인 트리밴드룸에서 깐야꾸마리로 가는 길에 만난 남인도교회의 아름다운 성탄장식.
밤에 불이 켜지면 훨씬 더 화려하고 멋질 것 같다.


뱅갈로르에 살 때에 우리 앞집에 CSI 교회 성도가 살고 있었는데, 성탄이 되면 늘 집 앞을 멋지게 장식했다.
삼각대로 좀 잘 찍어둘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을 떠올린다.


뱅갈로르에서 살던 첫 해, 우리는 뱅갈로의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하여 성탄 및 송년 한인음악회를 개최했다.
음악을 좋아하고 합창을 사랑하는 우리 부부가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당시에 한국에서 음악교사이셨던 선교사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이 뱅갈로의 한인 자녀들에게 
아주 저렴한 레슨비를 받고 바이올린과 첼로를 가르쳐주었다.
우리 예랑이도 그 분에게서 잠시나마 바이올린을 배웠다.
송년음악회 때 그 선생님과 제자들이 현악팀을 구성하여 클래식 현악곡들을 몇 곡 연주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이다.


제1회 송년음악회 장면이다. 
약 20여명의 소규모 합창단이었지만 아름다운 성탄 캐롤들과 우리 가곡,
그리고 민요를 연습하여 선보였다.


다음 해에 열린 두 번째 송년음악회는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
총영사를 비롯하여 현대자동차 법인장, 각 회사의 주재원 등이 참석했고, 한인들의 축제가 되었다.
"Oh Holy Night"과 "향수"을 비롯한 여러 곡의 합창곡을 연주했고, 
남성중창, 각종 악기 연주 및 현악합주 등으로 풍성한 무대가 마련되었다.


남성중창단이 구성되어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과 "Vivela Compagnie"를 노래했다.


아내는 플룻 중주를 했고, 하형이는 베이스기타로 반주를 맡았다.

제1회 성탄 및 송년음악회 때의 플륫 사중주 장면.


내가 살던 꼬따누르 마을에 있던 CSI교회에서 열린 캐롤의 밤에 참석했다.
교회에 속해 있는 기관과 구역 별로 약 20여 팀이 나와서 약 10가지 언어로 캐롤을 불렀다.
힌디, 말라얄람, 깐나다, 따밀, 뗄루구, 마라띠, 영어를 비롯하여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로된 다양한 캐롤들...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된 캐롤에만 익숙해져 있던 내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 일이 인도교회와 문화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캐롤의 밤 마지막 순서는 촛불의식이었다.
촛불을 들고 강단 앞으로 나아가는 성도들의 모습이 참 경건하고 아름다웠다.


CSI와 CNI교회의 목회자들이 예전을 집례할 때 입는 가운은
흰색무명천으로 된 통옷의 가운데를 띠로 묶는 형태로 되어 있다.
목회자로부터 불을 나누어 받는 성도들....


뱅갈로르 시절에 우리가 섬기던 어린이집 아이들을 위해
한국의 한 집사님이 성탄선물을 보내주셨다.
그 집사님의 선물을 받고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하던지....
평생 처음 선물을 받아본 아이들은 아마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을게다.


아내는 아이들을 돌보는 글로리 사모에게 예쁜 핸드백을 선물했다.


아가페 어린이 집에서 성탄축하 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후에는
전체 아이들과 목사님 내외분을
뱅갈로르의 깨끗한 중국음식점에 초대하여 풍성한 만찬을 나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주님의 말씀이 마음 깊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북인도 찬디가르로 올라온 후에도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참 감사했다.
2012년도 성탄절에는 헨델의 할렐루야가 포함된 성탄칸타타를 현지인들과 함께 연주했다.
아무래도 기독교인들이 많은 북동인도 출신 청년들이 합창을 연주해본 경험이 많아 대거 참여했다.
북동인도 사람들은 인도 본토인들과는 피부색이 완전히 달라서 우리 한국사람들과 무척 비슷하다.
문제는 인도에서는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음악과목 수업이 없고
음악을 가르치더라도 주로 전통음악 위주로 가르치기 때문에 악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을 듣고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 어려운 4부합창 곡들을 무난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한국사람들 몇 몇이 각 파트에 들어가 음을 잡아주고 가르치는 것은 필수이다.


칸타타의 각 장면마다 성경의 스토리들을 분장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연출했다.
좀 어려보이는 요셉과 마리아... 당시 마리아의 나이가 16세 쯤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비슷하지 않을까...


가브리엘 천사와 수호천사들, 요셉과 마리아, 아기예수, 그리고 목동들과 양까지...
실감나게 분장이 잘 되었다. 특히 양으로 분장한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찬디가르 YMCA 주최로 열린 첫 번째 합창연주회는 대 성황을 이루었다.


이 때 마침 한국에서 사진활동을 함께 했던 지인들이 방문하여
전체 행사의 스틸사진은 물론 비디오까지 만들어 주어 참 감사했다.


찬디가르 44섹터의 성스데반 스쿨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합창연주회는 서양음악을 거의 접하기 어려운 인도에서
매우 특별한 행사였기에 기독교 기관들은 물론 다양한 언론매체와 방송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마지막 할렐루야를 합창할 때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전체가 기립하여 감동을 나누었다.


합창단의 의상은 한국의 희성교회 성가대가 새로운 가운으로 교체하면서
기존에 쓰던 가운을 보내주어 사용할 수 있었다.
행사의 마지막에 담은 기념사진.


빠티얄라 은혜교회의 성탄절 행사.
예수 탄생장면을 재현하는 연극이다.


이른바 '방글라'라고 부르는 펀자비 댄스.
인도 음악중에서도 가장 흥겹고 역동적이며 화려한 군무가 특징이다.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에 보면 양념처럼 들어가는 군무가 대체로 방글라라고 할 수 있다.


성탄절이 되면 교회마다 크고 작은 규모로 실내, 혹은 야외에서 성탄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 때는 아이들과 청소년, 청년과 각종 공연단들이
다양한 순서들을 준비하여 선보이는데 가장 흔한 것이 흥겨운 찬양에 맞춰 추는 춤이다.


펀잡 전통의상을 입고 방글라를 추는 빠띠얄라의 청년들.


소박하지만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케익 절단순서..!


가난한 슬럼 마을에서 열린 성탄축하 잔치...
튜션센터의 아이들이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춤과 노래실력, 성경암송, 연극 등을 선보였다.


좁은 튜션센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학부모들은 밖에 빙 둘러서서 관람한다.


가난하고 어두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동심만큼은 결코 가난하거나 어둡지 않다.


아이들이 벌이는 흥겨운 한마당...
평생 처음 듣는 예수탄생이야기와 처음 맞는 성탄축하잔치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성탄의 즐거움에 스스럼없이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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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삭막해져가는 성탄문화...
특히 한국에서는 성탄절에 거리마다 울려퍼지는 캐롤송도 사라진지 오래라고 한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성탄절의 추억을 갖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 모두 아기예수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성탄의 오밀조밀한 추억들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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