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도솔천에서 단풍과 만나다

2022. 11. 1. 08:25아름다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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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 인도로 떠나기 전 늦가을에 찾았던 선운사 도솔천은 붉은 빛으로 눈이 멀 정도로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단풍이 길가에, 물 위에, 산자락에 가득차 있었다. 그 때 담았던 도솔천의 아름다운 반영과 녹차밭의 낭만적인 풍경은 아직도 내 추억의 사진첩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10여년, 인도에 머무는 동안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고, 선운사의 단풍은 늘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채 고국의 가을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었다.

이제 내년에 다시 고국을 떠나야 하기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늦가을 선운사의 단풍만큼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월요일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구름이 덮인 하늘 사이사이로 여명이 붉게 물들고, 그 때와 달리 많은 새로운 건물과 도로가 생겨났지만 선운사길의 호젓함은 변함없이 이런 저런 일들로 분주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년 여름, 서남해안 지역에 가뭄이 워낙 심했기에 단풍빛이 예전같지 못했다. 나뭇잎이 충분히 물들지 못하고 말라버리거나 아예 물들지도 못하고 갈색으로 변해 낙엽으로 떨어져 쌓여버린 것인다. 황홀한 반영으로 유명한 도솔천 개울은 온통 그런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솔천 주변에는 이곳 저곳에 숨겨진 아름다움들이 사진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극락교 아래로 흐르는 물에 비친 단풍과 폭포라기에는 민망한 작은 물줄기가 그나마 사진의 좋은 소재가 되어 주었다. 선운사 경내는 과거에 몇 차례 가본 경험이 있어 시간이 부족했던 이번 출사에서는 생략하고 나오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을 몇 컷 담아왔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본 글을 응용하여 소개해 본다. 하나님이 천국에서 어느 목사님을 만나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하나님은 “그래 수고했다”고 하면서 “그런데 너는 고창 선운산 도솔천의 단풍은 보고 왔니?”라고 물었다. “아뇨, 목회하느라 너무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라고 목사님이 답했다. 그때 하나님은 “아니, 내가 거기에다 가장 멋진 걸 만들어 주었는데 너는 그것을 보지도 않았느냐?”라고 반문하셨다. 너무 바빠서 멋진 단풍조차 구경할 여유가 없거나, 단풍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현대인의 메마른 감성에 대한 질책이리라. 이번 가을에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한 번 느껴보시는게 어떨까. 




2022. 10월의 마지막 날
선운산 도솔천에서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시편 8:1)


오늘도 행복하고 은혜로 가득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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