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라스, X자 십자가와 사도 안드레의 순교이야기

2022. 12. 14. 21:48세상의 모든 풍경/Gr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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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의 유적지 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이탈리아 로마를 향해 해로와 육로로 이동하기 위해 파트라스(Patras)로 향했다. 파트라스에서 배를 타고 이탈리아 반도 남부 바리(Bari) 항으로 가면 거기서부터 나폴리를 거쳐 로마까지 육로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린도항에서 배를 타지 않고 파트라스까지 간 이유는 그곳이 바로 사도 안드레의 순교성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린도에서 파트라스까지는 약 120km 거리로서 버스로 약 1시간 반 남짓 소요된다. 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 몇 장을 소개하며 함께 파트라스로 떠나보자!
 

아크로코린트 언덕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아담한 정교회 예배당.

고린도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해변도로와 주변 풍경이 경쾌하고 여유롭다.

흐린 날씨의 바다 빛깔이 차분하고 평온하다.
 

파트라스에 가까워오면서 천천히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파트라스시와 주변지역을 합친 인구가 약 22만명이라고 한다. 붐비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것은 다 있을 것 같은 아담하고 정겨운 도시이다.

파트라 항구 근처의 풍경... 지중해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이곳이 바로 사도 안드레의 순교지에 세워진 안드레 순교기념교회이다. 물론 그리스정교회 소속이다. 건물의 상태나 양식을 볼 때 비교적 최근인 20세기 후반에 지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안드레 순교기념교회를 정면에서 좀 더 크게 담아보았다.

안드레 순교기념교회 앞 도로를 가로질러 걸려있는 X자형 십자가

예수님의 열 두 사도 중 한 사람인 안드레는 형제 시몬 베드로와 함께 갈릴리 호수 북쪽 벳새다 출신으로서 가버나움에 살던 어부였다. 헬라식 이름인 안드레는 '남자다운'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마태, 마가, 누가 등 공관복음서의 기록에 따르면, 고기를 잡던 베드로와 안드레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따라나섰다.  따라서 안드레는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들 그룹에 속했을 것이다. 

안드레는 한때 세례 요한의 제자였다가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고, 형제 베드로를 자신이 메시아로 깨달은 예수님께 인도하였다. 복음서에서는 안드레가 예수님 곁에서 개인적으로 중개 역할을 하거나 개입하는 모습을 소개해 준다. 즉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셨을 때 , 그리스인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 , 예수님께 종말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등으로 미루어 보면 예수님의 옆에서 예수님께 사람을 소개하고, 상황을 정돈하는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성경에 묘사된 안드레는 영적 진리를 인지하는 통찰력과 지혜를 갖고 있었고, 예수님께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하겠다. 또한 열정적으로 자신이 맡은 사명을 수행했으며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는 열린 마음을 갖고 다가갔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 비잔티움 전승에서는 안드레를 프로토클레토스('맨 먼저 부름을 받은 사람')라 부른다. 안드레는 흑해 주변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했다고 전해지며,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외경에는 〈안드레 행전, Acts of Andrew〉·〈안드레와 맛디아 행전, Acts of Andrew and Matthias〉·〈베드로와 안드레 행전, Acts of Peter and Andrew〉 등이 있다.

4세기의 이야기에 따르면 안드레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고 하며, 중세 말기에 첨가된 이야기에는 그가 X자형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고 한다. 성화에서 안드레는 X자형 십자가로 상징된다(예, 스코틀랜드 국기). 교부 제롬은 안드레의 유물들이 357년 황제 콘스탄티누스 2세의 명령으로 파트라스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다고 기록했다. 1208년 그의 시신은 그곳에서 이탈리아 아말피(산 안드레아 성당)로 옮겨졌고, 15세기에는 그의 머리를 로마(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로 옮겼다. 1964년 9월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리스 정교회에 선의를 표현하기 위해 안드레아의 머리를 파트라스로 돌려보냈다.

사도 안드레는 시리아, 러시아를 거쳐 그리스의 아카이아 지방에 있는 파트라스에서 6개월 정도 복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마 네로 황제때 총독 에게아스에 의해  '크리스토스'(XPISTOS)의 그리스어 첫 글자 X자형 십자가에 달려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독 에게아스가 로마에 볼일이 있어 가면서 동생 폴리클리토스에게 다스리는 권한을 위임하고 떠난다. 안드레 복음서도 전해지지만, 안드레 사도의 전교로 그곳에서 기적이 많이 일어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눈먼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며 죽었던 소녀가 소생한다.

바로 총독이 로마를 간 사이에 총독 부인 막시밀리아도 체험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동생 폴리클리토스도 예수님을 영접한다. 로마에서 돌아온 총독은 자신의 눈앞에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으므로 그들에게 배교와 우상숭배를 강요한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열받은 총독은 드디어 안드레 사도를 붙잡아 심문하고  X자형 십자가에 못박아 처형하게 된다. 안드레 사도는 십자가를 보자 "너 십자가야~ 어서 나에게로 와 나를 인도하여 천국에로 데려가 다오!"라고 말한다.

이틀간 십자가에 못박혀 매달린 채로 십자가 위에서 설교하는 안드레 사도에게 파트라스 사람들이 달려와 모이고, 설교를 듣고 감동하며 추종자들이 된다. 총독은 그 십자가 아래 모여든 사람들이 성난 군중으로 바뀔까봐 근심한다. 그 때 하늘에서 강한 빛이 내려와 안드레 사도를 데려가고 마침내 순교하게 된다.

이 교회에는 안드레가 순교했다고 하는 십자가의 남은 조각들이 X자형 십자가에 포함되어 전시되어 있다.

돔과 샹들리에의 아름다운 조화...
 

이 안드레 순교기념교회에는 사도 안드레의 유골(머리)이 보관되어 있다.

X자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당하는 사도 안드레의 모습을 담은 섬세하게 조각된 부조.  

안드레 순교기념교회의 예배실 전면 모습.

사도 안드레의 초상을 담은 모자이크화.

예수님께서 순교자들을 무덤에서 손을 잡아 일으키시는 모습을 담은 성화가 인상적이다.

글로 전할 수 있는 메시지도 있지만, 성화는 신자들에게 훨씬 더 강렬하고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신앙심을 고양시켜 준다.

조지아 정교회의 예배당에서는 의자를 전혀 볼 수가 없었는데, 그리스 정교회의 예배실에는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정교하고 세밀한 창문 장식... 건축할 때 유리창을 보호하기 위해 쇠창살 감옥처럼 만드는 것보다 이렇게 만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파트라스항에서 우리를 태우고 이탈리아 남부 바리항으로 향하게 될 여객선.

우리가 타는 배보다 훨씬 고급스런 여객선이 옆에 정박되어 있다.

여객선에서 바라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파트라 항구의 모습... 

구름이 짙게 깔려 있는 서쪽 하늘....

서비스로 위키피디아에서 퍼온 파트라항의 파노라마입니다.

발칸반도와 이탈리아반도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지도. 파트라스에서 출발하는 여객선들은 아테네와 바리, 앙코나 등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그리스 성지순례 이야기를 연재하였습니다.
때로는 늦은 밤에, 때로는 이른 새벽에
열심히 작업해서 올렸습니다만
미흡한 부분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양해해 주시고, 좋은 조언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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