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힐전망대에서 만나는 안나푸르나의 장관

2023. 2. 6. 14:22세상의 모든 풍경/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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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서 내려온 우리는 다음 날 드디어 본격적인 히말라야 트레킹을 출발했다. 안나푸르나의 주봉(8,091m)과 남봉(7,219m),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높은 다울라기리봉(8,167m), 그리고 마차뿌차레(6,997m)와 히운출리(6441m) 등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푼힐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평소에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의 경우 통상 3박 4일로 다녀와야 하는 코스인데, 우리는 이 코스를 2박3일에 다녀오느라 마지막 날에는 완전 캄캄한 밤길을 걸어내려와 9시 반이 넘어서야 트레킹 출발 지점에 도착했다. 

평소에 동네 마실 정도만 다니고 가끔씩 카메라 들고 가벼운 산책을 다닐 정도의 운동만 했던 내게 2박3일의 푼힐 코스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사실 세 명의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포함된 우리 일행 모두에게 이 산행은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날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으로 희미한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캄캄한 산길을 걸어 내려올 때는 과연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이제 좀더 용기를 내어 ABC 코스에 도전해 볼 기회가 있다면 더 늙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이번 포스팅은 트레킹 출발지점부터 푼힐 전망대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또 그곳에서 출발지점으로 내려오는 여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약 100여 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정말 긴 포스팅이다. 따라서 함께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차분히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Nayapul Trekking Starting Point · Baglung Rajmarg, Salyan 33400 네팔

★★★★☆ · 하이킹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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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n Hill · Histan Mandali 33200 네팔

★★★★★ · 산봉우리

www.google.co.kr

 


 

나야풀 마을 트레킹 출발지점에서 완주의 결의를 다지며....

어제까지 내리던 비도 그치고 적당한 기온에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 모두 보무도 당당히 출발했다.

갈렙팀 사모님과 담소를 나누며 걷는 아내...

중간 중간 자리잡은 휴게소와 대피소에 필요한 물자들의 운반은 모두 이런 노새와 당나귀들의 몫이다.

나야풀 마을 한 가운데로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옆으로 빙하에서 발원한 모디강이 곳곳에 작은 폭포를 이루며 힘차게 흐른다.

삼각대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속에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다.

인도에서 온 여행객들이다. 갓난 아이를 저렇게 포대기로 안고 산에 오른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짐을 메고 힘든 산길을 올라 일을 마치고 가볍게 내려오는 노새들.... 말과 당나귀의 교배종인 노새는 힘이 좋고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르는 소중한 가축이다.

노새만 짐을 지고 오르는게 아니다. 숄과 옷감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아저씨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나야풀 마을에서 자기 가게까지 짐을 직접 지고 오른다.

맑은 시내를 건너면서는 다들 신을 벗고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갔다.

성스러운 안나푸르나의 힌두사원을 방문하고 내려오는 힌두교도를 만났다.

히말라야 산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가옥구조이다. 돌로 벽을 쌓고 안을 흙으로 마감한 다음, 지붕 위에는 얇은 돌판을 얹는다.

아자아자! 우리 초등학생 친구들도 결의를 다진다.

짐을 최소화하긴 했어도 카메라 가방의 무게는 항상 부담이 된다. 그래도 사진담기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숙명처럼 짊어지고 다닌다. 나는 니콘 D700을, 아내는 가벼운 파나소닉 루믹스 LX5를 가져왔다.

마치 강원도 산골마을에 온듯한 느낌... 노랗게 익은 옥수수를 수확해 겨울 식량으로 건조시키고 있다.

루믹스로 담은 사진과 D700으로 담은 사진이 섞여 있어 화질이 고르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 

우리가 하룻밤을 묵어갈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 6시. 이름이 가물가물한 이 숙소는 이렇게 옆방과 합판으로 나뉘어져 있다. 방음이 전혀 안 되어서 속삭이며 대화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다시 출발! 출렁출렁 구름다리를 건너고....

그리고 지금부터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들...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은 스틱도 없이 잘 올라간다. 나 역시 카메라를 휴대하고 있어 스틱은 하나만 사용했다.

수없는 계단을 올라 울레리(Ulleri) 휴게소에 도착했다.

울레리까지 오느라고 다들 고생했어요~ 이제 맛있는 식사와 잠깐의 휴식이 기다린다.


울레리는 전망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코스모스들이 피어 있고~

코스모스 앞에서 나도 한 컷...^^

울레리에서 꿀맛같은 휴식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푼힐전망대에서 보이는 히말라야의 주요 봉우리와 등산로를 표시한 지도이다. 푼힐에서 가장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안나푸르나 남봉(7,219m)이고, 맨 왼쪽에 있는 다울라기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안나푸르나 주봉과 연결된 봉우리들이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다가 지쳐서 잠시 휴식... 다들 표정이 왜그래요?

올라오다가 다리가 풀려 도저히 못가는 이들을 위한 특별 택시서비스! 노새에 몸을 맡기고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노새 한 번 타려면 최소 100불 이상 지불해야 하니 가난한 우리는 힘들더라도 버티면서 올라가야지!

낭게탄티 강가의 레스토랑... 

짐을 나르는 네팔 젊은이들, 이중에는 대학생들도 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몇 달간 아르바이트로 한다고 했다.

어제에 비해서 다들 컨디션이 한결 좋다. 우리의 가이드를 맡은 네팔친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역시나 수백년 이상된 고목 앞에는 미니 사원이 자리잡았다. 옆에 있는 시누대는 우리 숲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

푼힐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하룻밤을 묵어갈 고레빠니(Ghode Pani)에 도착하기전 잠시 쉬어간 마을에서 만난 천진스런 오누이의 표정...^^ 지금쯤 이 아이들은 스물 가까운 청년들이 되어 있겠지.

오누이의 표정이 너무 순수하고 좋아 몇 컷을 더 담았다.

두 아이의 엄마 아빠도 한 컷...^^ 그렇게 우리는 뿐힐 전망대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도착지점인 고레빠니 마을에 도착하여 고된 몸을 쉴 수 있었다. 뿐힐 전망대까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해가 뜨기 전 일찍 출발해서 올라가야 하고, 전망대에서 내려온 다음에는 트레킹 출발지점까지 이틀동안 올라온 길을 하루만에 내려가야 하니 충분한 수면이 필수였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세째날 이른 새벽,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겨 숙소에 두고 뿐힐에 올랐다. 전망대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안개에 쌓인 채 이제 막 신비로운 여명이 물들기 시작하는 전망을 파노라마로 담았다. 세로로 촬영한 일곱장을 합성하여 왜곡을 최소화했다.  전날 비가 내린 바람에 아침에 안개가 자욱해 일출을 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딱 필요한 만큼의 장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만큼 날이 개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다울라기리 봉에 여명이 밝아온다.
 

가장 먼저 다울라기리 1봉에 붉은 여명이 물들기 시작한다.

만일 다시 이곳에 방문한다면 일출장면을 타임랩스 동영상과 드론촬영으로도 담아보고 싶다. 10여년 전에는 일단 무거운 장비를 그곳까지 가지고 가는 것만도 벅찬 일이었으니 이정도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꺼운 안개 너머로 안나뿌르나의 주요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봉은 아직도 구름에 가려져 있고 좌측 멀리 1봉과 맨 오른쪽의 마차뿌차레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마차뿌차레 봉의 동쪽으로 일출이 시작된다.

점점 더 안개가 피어올라 촬영이 어려워진다. 그래도 여명에 물든 다울라기리봉은 정말 아름답다.

최대망원으로 마차뿌차레봉을 담았다. 여명에 물든 구름빛이 예술이다.

안나뿌르나 남봉과 주봉이 가려져 있어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마차뿌차례 동쪽으로 떠오르는 일출장면은 너무 멋졌다.

안개가 뿌옇게 피어올라 다울라기리봉이 선명하지 않지만 따스한 아침 햇살이 감싸는 그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색온도를 약간 낮춰서 담아보았다. 이제 정상의 붉은 빛이 점점 약해져간다.

안개 때문에 장엄한 일출을 보진 못했지만 고생해서 올라온 보람은 충분하다.

정상에서 마시는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은 정말 최고였다.

전망대 계단에서 단체사진... 인도와 네팔에서 온 많은 친구들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이틀 동안 그 힘든 길을 걸어올라와 3,210미터의 뿐힐 정상에 섰으니 충분히 그 감격을 누릴 자격이 있다.

내려가기 전에 잠깐 뿐힐 정상의 야생화를 담았다. 마크로 렌즈를 안가져갔으니 그냥 표준렌즈로...^^

이름모를 야생화 하나까지 뿐힐의 추억은 소중하다.

아침 이슬에 젖은 소박한 야생화들와 잡초들도 히말라야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내려오면서 날씨가 개인다.. 드디어 안나푸르나 남봉의 장엄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점점 또렷이 보이는 해발 7,219m의 안나푸르나 남봉.

만년설로 뒤덮인 저 산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가. 인간이 최초로 오른 8천미터 봉우리가 안나푸르나 1봉이라고 한다. 

다시 숙소에 도착할 무렵 안개 사이로 드러나는 안나푸르나 남봉의 웅장한 자태. 근처의 높은 옥상으로 뛰어가 담은 사진이다. 

망원으로 당겨보니 정상에 오르는 빙벽과 빙하가 더 선명하게 보이고, 장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울라기리봉도 그 장엄한 자태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다울라기리가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깝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다울라기리의 정상부분을 클로즈업해서 담았다. 구름과 어울린 봉우리가 장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층과 층으로 이어지는 선명한 색의 대조... 감사하게도 다울라기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본 것 같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확트여 안나뿌르나 남봉의 장엄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담을 수 있었다.

이제 내려가는 길... 올라오면서 보았던 원시림 같은 터널을 다시 만났다.

잠시 멈춰 히말라야 산에 핀 노랑현호색을 담았다.

습하고 응달진 곳에 자라는 이끼와 양치류 식물의 초록빛이 너무나 싱그럽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쓸 닭을 짊어지고 올라오는 꿀리(짐꾼). 죽여 잡아와도 될텐데, 저렇게 살아있는 닭은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이곳의 전기사정이 여의치 않아 냉장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닭을 짊어진 친구가 잠시 내 옆에 쉬며 휴식을 취한다.

산에서 나는 각종 과일과 열매들을 따스한 햇살에 건조시키고 있다.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리라. 

길가의 작은 오두막 입구. 일가족이 여기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밖에 테이블과 벤치만 만들면 어디서나 식당이 된다.

9월의 따스한 햇살에 콩 종류를 말리고 있다.

고된 일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가는 노새들...

잠시 쉬어 음료 한잔을 마시고 간 길가 휴게소 테이블에 예쁜 꽃병이 있어 한 컷 담아왔다.

아름다운 장면은 언제나 한 컷 더....

이제 다시 출발을 준비한다.

귀여운 모자와 목도리가 만들어낸 화려한 색감과 구성미...^^

계곡에는 빙하에서 흘러온 많은 물이 힘차게 흐른다.

처마밑을 아름답게 장식한 옥수수와 빨래... 이들의 삶의 현장이 아름답다.

내려가는 길에 메밀밭 비슷한 곳을 만나서 한 컷 담았다.

이름모를 야생화와 가냘프게 선 나무,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비탈 마을...

잠시 쉬고 있는데 함께 동행하는 목사님이 내 모습을 담아 주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LX5로 담았는데 구도가 제법 근사하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십자가가 있는 교회가 보인다. 비제이교회, 영어로 Victory Church다. 반가웠다. 이곳에서도 예수님을 믿는 이들이 있어 예배를 드린다니 감격스럽기도 하다. 네팔인 꼬이 목사님이 포즈를 취했다.

Merry Christ Mas 2011이란 페인트 글씨가 인상적이다. 이곳의 성도들을 향해서 메리 크리스마스 2023을 외쳐주고 싶다.

노새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걸어내려오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불편해 보이는 건 왜일까...ㅋㅋ

아직 걸음마도 채 하지 못하는 아이가 길에 앉아 놀고 있다. 훌륭한 모델이다.

히말라야의 이름모를 풀꽃 하나도 다 이렇게 제각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에 따라 변함없이 삶을 이어간다. 창조의 원리를 따라 살면 언제나 평화로울텐데, 그 원리를 거스르는 존재들이 항상 문제다.

인도에서는 님부라고 부르는 레몬 즙을 짜 음료로 파는 쥬스가게다. 전기도, 기계도 필요없는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인 쥬스가게. 심지어 위 아래 노니는 닭들까지 자연스럽다.

방과후 돌아온 아이들이 모여 배구시합을 한다. 네트가 무슨 필요 있는가? 그저 막대기 하나 걸치면 그만이다. 토스와 스파이크가 제법이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드디어 넓은 길로 나왔다. 이 사진이 밝을 때 담은 마지막 사진이다. 지금부터는 급격히 어두워질 것이다. 앞으로도 트레킹 출발지점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서너 시간은 더 가야 한다. 어둡기 전에 최대한 많이 내려가기 위해 우리는 저녁식사도 거르고 부지런히 내려갔다. 미리 예상했더라면 랜턴이라도 가져왔을텐데..., 배터리가 두칸 밖에 남지 않은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깊은 산속의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무사히 네 시간을 내려온 것은 정말 하나님의 보호하심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에 있던 우릴 부부를 네팔에 초청해 주시고, 또 이렇게 평생 한 번 경험할까 말까한 트레킹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갈렙공동체의 모든 식구들에게 10년이 지났지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엄청나게 긴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된 한 주간, 즐거운 일들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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