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① - 빠슈빠티나트 사원과 화장터 이야기

2023. 1. 7. 10:11세상의 모든 풍경/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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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슈빠티사원의 전경 (구글검색이미지)

인도에 바라나시와 갠지스강이 있다면 네팔에는 빠슈빠티사원과 바그마티 강이 있다. 네팔에서 힌두교의 가장 신성한 장소 중 하나인 빠슈빠티나트(Pashupatinath) 사원은 카트만두의 바그마티 강둑에 자리잡고 있다. 이 사원은 파괴의 신이자 생성과 소멸의 신인 시바에게 헌정된 사원으로서, 빠슈빠티라는 말은 시바가 지닌 수많은 이름 중 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빠슈"는 동물을 가리키며 "빠티"는 보호자를, "나트"는 주인을 의미한다. 따라서 빠슈빠티나트라는 말은 "모든 동물의 수호자이자 주"라는 의미이다. 힌두교에서 시바는 모든 짐승과 신, 인간과 거인족의 절대자(the Lord)이다. 

빠슈빠티 사원은 매년 수 백만의 순례자를 끌어들이는 네팔의 수호신이자, 네팔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유명해졌다. 네팔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윤회(Samsara)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빠슈빠티에서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힌두교의 전설(Purans)에서 이곳은 수천번의 순례를 떠나는 것보다 더 큰 영적인 힘을 가진 신성한 곳으로 숭배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빠슈빠티 숭배는 기원전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힌두교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보면 "빠슈빠티뿌리"라는 곳이 있다. 빠슈빠티 또는 데오빠탄은 마하바라타 시대 당시에도 유명한 소도시였다. 

빠슈빠티나트는 금박을 입힌 지붕을 가진 2층 탑 형태의 사원이다. 신전의 성소로 통하는 네 개의 주요 문은 금과 은으로 도금되어 있다.  각각 은빛으로 광택이 나는 팀파눔(박공지붕 윗부분의 벽)을 가지고 있다.  서쪽 문에는 황금으로 장식된 거대한 황소 난디 동상이 있는데, 난디는 시바신이 말 대신 타고다닌 황소로서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동물이다. 

빠슈빠티사원의 서문에서 바라본 난디 동상 (구글검색)

받침대 위에 앉아 있는 금박을 입힌 난디의 거대한 모습을 보려면 신자들은 서문에서 입장해야 한다. 난디는 시바 신이 타는 신화 속의 황소로서, 힌두들은 시바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난디를 마주보는 것을 불길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힌두들은 빠슈빠티나트의 꼭대기를 바라보면서 들어온다고 한다. 베다의 가르침은 신자들에게 빠슈빠티나트의 다르샨 앞에 있는 사원을 시계 방향으로 돌도록 지시하고, 바수키나트의 사원으로 가는 왼쪽 길을 택한다. 바수키나트 다르샨이 먼저 완성되지 않는 한 빠슈빠티나트로 가는 사람의 순례는 완성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빠슈빠티나트는 탁 트인 공간과 각종 기념물,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동쪽에는 트리부반 국제공항, 서쪽에는 넓은 초원, 남쪽으로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옥, 북쪽으로는 카일라쉬 산이 자리잡고 있다. 

외부 언덕에서 바라본 사원의 풍경이다.
 

사원 안에는 곳곳에 자칭 사두들이 온갖 분장을 하고 관광객들의 모델이 되어 시주를 받는다...^^

시바신의 성기와 부인 빠르바띠의 성기가 결합된 형태의 시바링감은 풍요와 다산, 생성의 힘을 가져다 주는 상징으로서 힌두교 사원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빠슈빠티나트의 주요 지역은 힌두교도들만 접근할 수 있다. 힌두교도가 아닌 우리에게는 서쪽 문까지만 입장이 허용되며, 바그마티 강 건너 사원 뒤쪽 끝의 인접한 언덕에서 사원의 경내를 바라볼 수 있다.

바그마티강을 건너서 바라본 빠슈빠티사원의 전경이다. 마침 하누만 복장을 한 힌두교도가 좋은 모델이 되어 주었다.


지금부터는 빠슈빠티나트의 화장터 풍경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바그마티강의 서쪽 강변으로 화장장들이 대략 열 다섯 곳 정도 연이어 있다.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준비된 장작과 화목. 시신의 입에 넣어주는 양식과 색실이 놓여 있다.

강변에는 브라만들이 힌두신자들을 위해 각종 의식을 집전해 주는데, 통상 브라만들은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으로 흰색 삼줄을 드리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알아볼 수 있다.

바그마티강 맞은편에서 바라본 화장장의 모습. 

망자의 시신이 도착하여 바그마티강에서의 의식을 마치게 되면 이렇게 장작더미 위로 올라오게 된다.

망자의 시신은 장작더미 주변을 몇 차례 돈 후에 장작더미 위에 올려진다.

화장장 주변에는 고인의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몰려들어 엄숙한 화장예식에 함께 하고 있다.

시신이 장작더미에 안치되는 동안 상주와 아들들은 동행한 이발사는 동네에 고인의 사망사실을 전파하는 카바르(소식전달자)일 뿐 아니라, 장례의 모든 정결예식을 담당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화장의 주요 절차는 바라나시의 화장터와 거의 유사했다.

이제 화장목 위에 시신안치가 끝나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는 순간이 되었다.

준비해 놓은 짚단으로 장작더미에 불을 붙인다.

반대쪽에서는 또다른 망자의 시신이 도착하여 마그마티 강가에서 성스러운 의식이 시작되었다. 망자의 부인이 손으로 강물을 떠 망자의 입에 넣어주고 있다. 힌두교도들은 이 강물이 망자의 모든 죄를 씻고, 윤회의 사슬을 끊어 그를 천계로 이끌어 줄 것으로 믿는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강물을 손으로 담아 망자의 입에 넣어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누구나 다 고통스럽고 슬프다. 비록 망자가 윤회의 사슬을 끊고 천계로 옮겨진다고 할지라도...^^

병에 담은 강물을 입에 넣어주는 행위는 유족들이 고인을 위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자, 최고의 선물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유족들 모두에게 이 순간은 무척 엄숙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빠슈빠티나트는 네팔 최고의 성지답게 늘 사두와 수행자, 순례자들로 붐빈다. 



힌두교의 세계관과 장례문화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은 인도 바라나시의 화장터에 관한 저의 과거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링크로 들어오세요~

 

 

삶과 죽음, 그 경계선에서 사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이중주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 바라나시에 가면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는 곳, 바로 갠지스 강변에 자리잡은 화장터이다. 갠지스 강변에서 시신을 화장하여 그 재를 강물에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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