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이야기/인도여행다큐(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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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그 경계선에서 사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이중주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 바라나시에 가면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는 곳, 바로 갠지스 강변에 자리잡은 화장터이다. 갠지스 강변에서 시신을 화장하여 그 재를 강물에 뿌리면 생전의 모든 죄업를 씻고 가장 높은 까르마를 쌓아 다음 세상에서 더 좋은 삶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매일 인도 전역에서 수도 없이 시신들이 밀려들어온다. 바라나시에 처음 방문하던 날, 나는 화장터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화장터인 마니까르니까 가트로 가는 좁은 길목에 있었고 나는 그곳의 2층,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방을 얻어 이틀을 묵었다. 화장터까지 가는 길은 좁디 좁은 골목길이어서 차량으로는 어림도 없고 오직 가족과 친척들이 망자의 시신을 어..
2015.04.18 -
바라나시 - 갠지스 강변의 새벽연가
|| 바라나시 - 갠지스 강변의 새벽연가 Varanasi - A Love Song of the Riverside on Ganges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갠지스 강도 기지개를 켠다. 밤새 이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강변의 가트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남인도와 북인도, 동인도와 서인도에서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이 강가에 찾아온 것일까.... 신성한 천계의 강, 강가(Ganges). 그 강이 시바의 도움으로 지상에 내려와 흐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히말라야에서 발원하여 인도대륙을 뚫고 흘러 뱅골만으로 합쳐지는 강가, 즉 갠지스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 강가에 몸을 담그고 그 강가에 기도를 바치며 그 강가에서..
2015.04.16 -
바라나시 - 강가(Gangga)의 저녁노을
갠지스에 황혼이 찾아든다. 하늘도 물들고, 강물도 물들고, 건물들도, 새들도, 짐승들도 그리고 사람들도 모두 황금 빛으로 물들어간다. 노을은 모두를 꿈꾸게 한다. 마치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처럼 사람들은 그 황홀한 꿈의 한 복판에 머물고 싶어한다. 짧은 그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가고자 마음의 소원을 담아 흐르는 강물 위에 띄워 보낸다. 인생은 때때로 강을 건너는 일. 차안과 피안의 경계, 그 어디메쯤에서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만족하고, 때로는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갠지스에 물든 노을은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의 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조용히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피안(彼岸)의 언덕에 이르는 날, 차안(此岸)에서 수고하며..
2015.04.16 -
바라나시 - 아침마다 울리는 거리의 변주곡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오늘도 아침 해는 떠오른다. 동녘하늘이 뿌옇게 밝아오면 오늘도 어제처럼 닭이 울고 개가 짖으며 하루는 시작된다. 희뿌연 연무에 쌓인 거리도, 하나 둘 씩 셔터를 올리는 가게들도, 분주히 오가는 릭샤왈라들과 섭지왈라들도 어제와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라나시의 아침은 날마다 새롭다. 그 도시가 연주하는 아침 멜로디는 마치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처럼 날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지 하룻밤 머물러가는 나그네는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그 변주들이 있기에 도시는 아침마다 생명력을 회복하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달려간다. 찰나의 순간에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을 것을 알기나 했던 것처럼 당연한 표정으..
2015.04.15 -
고리강가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가족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값진 이름, 그것은 바로 가족입니다. 우린 그 이름으로 세상에 태어났고 그리고, 그 이름으로 거친 세상을 살아갑니다. 가족의 사랑을 먹으며 자라고, 가족의 위로와 격려로 고비들을 뛰어넘습니다. 때로는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지만 때로는 마음이 갈리고 나뉘어 흩어집니다. 그것 때문에 서로에게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 곁에 남아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은 가족입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서운해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눈물 짓고 돌아서서 다 내 잘못이었노라고 손잡아주는 가족. 실패와 좌절로 눈물지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숨고만 싶을 때 나를 보듬어주고 다시 일으켜주는 것도 바로 가족입니다. 고리강가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내가..
2015.04.14 -
우리들의 잃어버린 고향 - 고리강가의 저녁이야기
고리 강가(Gauri Ganga). 우타르 쁘라데시 주의 이타와 현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깡촌 중의 깡촌, 오지 시골마을.... 내게는 참으로 많은 추억과 가슴시린 아픔이 함께 서려있는 곳이다. 그곳을 방문한 것만 다섯 차례.... 두 번은 거의 일주일씩 머물렀고 나머지는 1박2일 또는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변변한 여관이나 게스트 하우스도 없고, 제대로 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식당도 없다. 계란을 넣어 라면을 끓여주는 간이식당을 찾는 데는 한 시간이 필요했다. 마을 전체에 냉장고는 아예 없고, TV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루의 절반 정도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나 가전제품을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다. 지하수 펌프 하나로 30명이 씻고 빨래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어..
2015.04.12 -
바라나시 - 골목길..골목길..골목길....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곳에서 도시를 이루고 살았는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그러나 수천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가정을 이루고 죽어갔다. 이곳의 좁은 골목길들은 그렇게 태어나고 죽어간 이름모를 이들이 만들어 온 그 수 천 년의 이야기들이 벽돌 하나, 기왓장 하나마다 스며들어 있다. 미로같은 인생길... 길을 묻고, 길을 찾고, 길을 걷는다. 그 길에서 때로는 멈취서고, 때로는 여유롭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행복하다. 지금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삶을 이어가고 그 길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기억해주는 이 없겠지만 동방의 해 뜨는 나라에서 온 어느 한 사람도 그 기나긴 이야기들의 짧은 한 토막이 되었다. 2012년 12월 어느 날, 바라나시의 골목길을 헤메다..
2015.04.10 -
바라나시의 아이들 - 함께 있어 우린 즐겁다!
인도는 젊은 나라다. 20대 이하 인구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그 만큼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큰 나라라는 말이다. 도시든 시골이든, 심지어는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가도 아이들은 어디든 넘쳐난다. 한 때 인구통제를 하지 않는 인도를 보며 많은 선진국들이 비웃었다. 산아제한을 하지 않는 한 인도의 발전과 가난에서의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충고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그 나라들이 젊은이들이 많은 인도를 부러워하고 있다. 빈곤해결과 양질의 교육이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출산율 세계 꼴찌를 다투는 나라 백성으로서 젊은이들과 아이들로 북적대는 인도를 보노라면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수 년 째 아기울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촌마을들이 많은..
2015.04.09 -
4월은 추수철 - 우타르칸드 산골마을에서...
데라둔에 잠시 다녀오는 길에 담은 북인도의 추수철 풍경이다. 북인도는 게훙이라고 부르는 호밀로 만든 빵(로띠)이 주식이다. 그래서 해마다 4월이 되면 들판에 온통 황금빛 호밀밭이 펼쳐지게 된다.. 당연히 이 때는 농부들에게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바쁜 시기다. 하물며 우리 속담에도 추수철에는 송장도 일어나 손을 거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펀잡이나 갠지스강 유역처럼 대규모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트랙터에 콤바인을 장착하여 순식간에 추수를 해치우지만 가난한 산골마을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온 식구가 둘러앉아 낫질을 하고, 다발을 묶고, 타작까지 함께 한다. 물론 일당을 주거나 품앗이를 해서 이웃들을 부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가족단위로 농사일을 하게 된다. 워낙 바쁜 때라 데라둔 시내에 나가 살고 있..
2015.04.07 -
인도대륙의 최북단 - 뚜르툭 마을 이야기(Memories of Turtuk)
인도대륙의 최북단 영토인 라다크지역. 라닥의 중심도시 레에서 북동쪽으로 여섯시간을 달려가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누브라밸리가 펼쳐진다. 그 계곡에는 일곱개의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골짜기 가장 깊은 곳,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 위치한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이 바로 뚜르툭이다. 중간지점인 훈두르 마을에서 세 시간 가량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 마을의 앞쪽은 카라코람 산맥이요, 뒤쪽은 히말라야 산맥이어서 두 산맥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뚜르툭. 마을 뒤 우뚝 솟은 산에 올라가면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K2봉이 선명히 보인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빙하수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오고 마을을 뒤덮은 살구나무에서 달콤한 살구향기가 가득한 마을. 라닥지역 인구의 90% 이상이 ..
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