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풍경(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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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의 굴곡진 역사와 더불어 - 아흐파트 수도원
아르메니아 북부 로리(Lori) 지역 알라베르디 마을 근처에 있는 아흐파트 수도원(Հաղպատավանք, Haghpatavank)은 직전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린 사나힌 수도원과 함께 아르메니아 북부지역의 중세 기독교 문화의 꽃을 피워낸 요람으로서 데베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언덕 위에 건축되었습니다. 이 아흐파트 수도원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나힌 수도원과 함께 비잔틴의 건축양식과 코카서스 및 아르메니아의 전통양식이 잘 조화되었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흐파트가 1996년에 먼저 등재되었고, 이어 2002년에 사나힌은 수도원까지 확장하여 등재가 이루어졌지요. 아흐파트수도원, 즉 아흐파트방크는 바그라티드 왕국의 아쇼트 3세(Ashot III) 시절인 976년에 그의 아내인 호스로..
2021.03.24 -
비잔틴 예술과 아르메니아 전통의 만남 - 사나힌 수도원
성 요한교회에서의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의 예배에 참예한 뒤 우리는 선교사님 내외분과 작별하고 아르메니아의 북부지역에 위치한 알라베르디로 떠났습니다. 조지아에 메스티아가 있다면 아르메니아에는 알라베르디와 딜리잔이 있다고 할 정도로 숲이 무성하고 아름다운 산악지역인데요, 저희가 이 지역에 가야 했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아르메니아의 수도원들 가운데서 독특하게 비잔틴 건축양식과 아르메니아 전통양식이 만나 탄생한 사나힌 수도원(The Sanahin Monastery Complex)과 아흐파트(The Haghpat Monastery Complex)를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나힌 수도원은 아르메니아 북부 로리(Lori) 지방에 있는 사나힌 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에 속한 수도원입니다. 사나힌..
2021.03.23 -
사도교회의 예배에 참여하다 - 성 요한교회 + 호반나방크
아르타샤트의 선교사님 댁에 머물던 우리는 주일이 되어 예배할 곳을 찾았는데요, 근처에 아르메니아 사도교회가 있다고 하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오래된 수도원이 아니지만, 아르타샤트 지역민들이 예배드리는 지역교회로서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의 실제 예배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리가 예배드리러 간 성 요한 교회(Saint John Church)는 2002년도에 아르메니아 전통양식에 따라 건축된 교회로서, 2.5 헥타의 넓은 부지에 깔끔한 건물과 잘 조성된 정원을 가진 교회였습니다.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의 예전은 크게 성례전과 주일예배로 나뉜다는 점에서 로마 가톨릭교회나 개신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례전의 경우 로마 가톨릭교회와 같이 일곱가지 성사, 즉 세례, 견진, 고..
2021.03.22 -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병사의 창 - 게하르트 수도원
게하르트 수도원의 아카펠라 합창단의 찬송 아르메니아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수도원은 어디일까요?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알 수 있겠지요? 바로 오늘 소개하는 게하르트 수도원(Geghard Monastery Complex)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게하르트 수도원이 지닌 위상과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고, 가까운 곳에 이교도 신전 유적으로서 그리스의 파르테논과 유사한 형태를 지닌 가르니신전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계 최대의 주상절리대가 있어서 한꺼번에 세 곳을 돌아볼 수 있다는 잇점도 무시할 수 없지요. 이 수도원은 A.D. 4세기에 트리다테스 3세와 함께 기독교를 아르메니아의 국교로 선포한 조명자 성 그레고리(St. Gre..
2021.03.21 -
붉은 사암이 석양에 물들 때 - 노라방크(Noravank) 수도원
배가 많이 고팠던 우리는 타테브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늘의 두 번째 여정인 노라방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타테브에서 노라방크까지는 약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운전을 천천히 하시는 분은 아마도 세 시간 정도는 잡아야겠지요. 노라방크를 담고 시간이 허락되면 가까운 곳에 있는 동굴교회를 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라방크 수도원이 지닌 아름다움에 붙들린 우리는 다음 여정을 생각할 수 없었고, 결국 그곳에서 황혼빛에 물든 노라방크를 담고 나서야 우리의 숙소가 있는 아르타샤트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지요..^^ 예레반에서 이곳을 찾을 경우 약 85km의 거리로서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됩니다. 13세기에 아마구 강 옆 협곡에 세워진 노라방크 수도원은 붉은 사암으로 된 절벽..
2021.03.20 -
아르메니아 민족혼의 심장 - 타테브 수도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지은 수도원. 멀리서 바라보는 타테브 수도원과 그 일대의 풍경은 신비롭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하지만 타테브 수도원이 유명한 것은 단순히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는 풍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서 남동쪽으로 거의 네 시간을 달려가야 도착하는 타테브는 수천년 이어져온 아르메니아인들의 정신과 민족혼이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짐을 챙겨 타테브로 출발하였습니다. 중간에 길가에서 복숭아와 사과를 구입해 먹으면서 열심히 달려 타테브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가 넘었네요. 2010년도에 할리브조르에서 타테브까지 이어주는 "타테브의 날개"(The Wings of Tatev)란 별명을 가진 케이블카가 완공되어 운영되고 있는데요,..
2021.03.19 -
아라랏산을 향한 염원 - 코르비랍 수도원
예레반 남쪽 아르타샤트에 있는 감리교 선교사님 댁에서 아르메니아에서의 첫밤을 보내고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거기서 가까운 코르비랍 수도원이었습니다. 아르메니아 민족의 뿌리이자, 노아의 홍수 이후 인류 역사가 시작된 아라랏산을 먼저 가까이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선교사님의 사역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소형 차량을 렌트했고, 모든 일정을 얀덱스 앱과 함께 네비게이션으로 찾아다니면서 소화하였습니다. 유태인들을 제외하고 세계 역사 속에서 아르메니아인들만큼 고난의 역사를 가진 민족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라랏산은 아르메니아인들의 뿌리일 뿐 아니라 그 긴 고난의 역사 가운데서 민족을 하나로 묶어준 구심점이기도 했습니다. 아르메니아인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
2021.03.17 -
마테나다란 고문서 박물관 (Armenia Matenadaran)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 같은 기독교 국가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나라로서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337년보다 36년이나 빠른 A.D. 301년에 기독교 국가가 되었습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와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사이를 오가는 택시를 타고 국경 검문소와 출입국사무소를 지나면 쉽게 두 나라를 오갈 수 있지요. 대한민국 여권은 두 나라 모두 별도의 비자가 필요없이 입국이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승합택시를 타고 조지아 국경을 지나 아르메니아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하는데 스탬프를 찍어주는 젊은 친구가 제가 내미는 한국여권을 보더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K-Pop과 한국드라마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더군..
2021.03.16 -
하늘 아래 첫 동네 - 우쉬굴리, 쉬카라 빙하
메스티아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우리는 '조지아의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별명을 가진 우쉬굴리(Ushiguli)로 향했습니다. 메스티아에서 약 45km 정도 떨어진 이 마을에 이르는 길은 30km 정도는 비록 좁은 도로지만 포장이 되어 있고, 그 이후에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합니다. 비가 오거나 하면 길이 막히기 일쑤고, 곳곳이 심하게 패여 물이 고이거나 진흙탕이기 때문에 운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쉬굴리 마을까지는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는데, 가는 길 곳곳에서 코시키(Koshiki)라고 불리는 스반타워들을 가진 작은 마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쉬굴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여장을 푼 후 쉬카라 빙하까지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
2021.03.13 -
조지아에도 알프스가 있다 - 메스티아 풍경들
해발 4710미터 높이의 우쉬바 산(Mt. Ushba)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빙하와 협곡, 그리고 평원... 스테판츠민다 지역과 더불어 코카서스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메스티아는 조지아의 북서부의 스바네티(Svaneti) 지역에 속해 있으며, 우쉬바산 주변의 크고작은 132개의 마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이곳은 살인적인 스위스의 물가에 견디기 어려운 저처럼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알프스라고 알려져 있죠...^^ 과거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잦았던 이곳에 살던 스반족들은 비록 숫자는 적지만 침략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마을 곳곳에 집과 연결된 돌로만든 방어탑을 세웠습니다. 이 탑을 스반타워라고 부르는데, 평상시에는 주로 창고로 사용하지만 외부의 침략자들이 있을 때는 ..
202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