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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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에서 만난 겨울왕국
설연휴를 맞아 월요일 새벽에 광주를 떠나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동생들과 함께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님을 뵙고 함께 점심식사를 나누고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차도 마시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외출을 마치고 요양원의 저녁식사 시간에 맞추어 아버님을 모셔다 드렸는데, 장남인 나를 향해 연신 머리를 숙이시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시는 아버님을 보며 참 애잔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총명하시던 분이 치매가 심해지셔서 가끔씩 저와 아내를 못 알아보시고, 손자손녀들 이름도 기억을 못하시니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그래도 아픈데 없이 음식도 잘 드시고, 요양원 생활을 잘 하고 계셔서 감사했습니다. 화요일에는 평소에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신 은퇴목사님과 몽골에서 오신 선교사님을 뵙고 점심식사를 하며 정담을 나누..
2023.01.25 -
순교지에 세워진 호남 최초의 서양식 건물, 전주 전동성당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경기전과 더불어 반드시 보고와야 할 명소가 전동성당입니다. 경기전의 맞은 편, 그리고 풍남문의 옆에 자리잡고 있는 전동성당은 호남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차치하고도, 그리고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건물 그 자체의 규모와 아름다움, 그리고 역사성만으로도 찾아 보아야 할 이유가 충분한 곳입니다. 저도 전주에 방문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다른 일정들 때문에 전동성당을 차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 오전, 한 나절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한옥마을과 경기전, 전동성당, 그리고 풍남문까지 모두 돌아보며 사진을 담아올 수 있어습니다. 다만 내부는 기도하기 위한 목적 외에는 일반 관광객이 들어가 사진을 촬영해서는 안되었기에 필자가 직..
2023.01.21 -
조선왕조의 뿌리, 전주 경기전(慶基殿)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전주에 방문했지만, 경기전 안에 들어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한옥마을과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시간에 쫓겨 정문 앞을 지나쳐 갔을 뿐이었죠. 이번에는 작심하고 티켓을 구입하고 경기전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습니다. 물론 봄이나 가을풍경을 담았으면 더 생동감있고 아름다웠겠지만, 겨울의 나목들과 어울린 경기전 역시 건물 그 자체가 가진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대부분의 사진은 라이카 M마운트 수동렌즈인 보이그랜더 녹턴 클래식 40mm f1.4와 50mm f1.2 렌즈를 이용해 담았고, 광각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Nikkor AF-S 20mm f1.8N 렌즈가 제몫을 다했습니다. 경기전은 국보 제317호인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 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한 ..
2023.01.20 -
전통의 미(美), 수동렌즈로 담은 전주 한옥마을 풍경
일요일 밤을 전주에서 보낸 후, 월요일 아침에는 한옥마을을 돌아보며 풍경을 담았습니다. 얼마전 중고로 구입한 수동렌즈들인 보이그랜더 녹턴 클래식 40mm f1.4 렌즈와 녹턴 50mm f.1.2렌즈로 대부분의 사진을 담았고, 일부 풍경은 망원 줌렌즈를 사용하여 담았습니다. 깨끗한 라이카 M 마운트 렌즈를 아주 저렴하게 구입하여 수동 아답터를 이용해 저의 니콘 미러리스에 장착했는데,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불편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역시 클래식 렌즈들답게 사진에서 과거 필름느낌이 물씬 나고, 조리개 개방시에는 비네팅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안이 온 후부터 사실 수동렌즈들을 쓰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요즘 카메라들은 초점피킹이라는 기능을 제공하여 초점을 좀 더 쉽..
2023.01.19 -
오리, 날다
고창군 성내면 동림저수지에는 따뜻한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서 해마다 가창오리떼가 찾아옵니다.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수면을 까맣게 뒤덮는 장면도 장관이고, 일제히 박차고 날아오르는 장면도 정말 환상적이지요. 특히 수만 마리의 오리들이 마치 한 몸인 것처럼 군무를 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 전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는 길에 가창오리떼를 만나기 위해 잠시 동림저수지에 들렀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관람대가 폐쇄되어 촬영이 쉽지 않았지만 저수지 근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가창오리들의 모습을 담아왔습니다. 다만 수만 마리가 석양을 배경으로 일제히 군무를 하는 장면은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초망원렌즈로 물에서 날아오르는 장면을 더 생동감있게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구요. 그럼..
2023.01.17 -
황룡강변의 겨울연가 (feat. 겨울연가 OST)
장성군 북상면 백암산과 남창계곡에서 발원하여 임곡을 거쳐 광산구의 용진산과 어등산 사이를 지나 송정리와 평동까지 흘러 영상강과 합류하는 황룡강. 황룡강은 백양사와 더불어 장성의 상징과도 같은 강이다. 장성에 있는 각급 학교마다 교가에 황룡강이 언급되지 않은 학교가 없을 정도다. 나의 모교인 장성중학교 교가에도 "밝메의 한 줄기 길이 뻗어 장성의 갈재, 은하의 맑은 구비 용솟음 친다 황룡강"이라는 구절이 들어있다. 장성출신인 나에게 황룡강은 마치 어머니 젖줄과 같은 강이다.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날,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황룡강 기산리 다리 아래 보에 놀러가 멱을 감고, 물고기도 잡고, 다슬기(대사리)도 주웠다. 겨울에 황룡강이 꽁꽁 얼면 신나게 썰매도 타고 팽이돌리기도 했던 추억이 서려있기도 하다..
2022.12.27 -
칠산대교의 저녁노을
영광군 염산면 옥실리와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 항을 잇는 칠산대교... 과거에는 염산면에서 해제면으로 가려면 향화도 선착장에서 차를 도선하여 도리포 항으로 이동하거나 아니면 손불면과 현경면을 거쳐 무안 해제면을 돌아 거의 70km를 달려야 했으니 이 다리가 건설된 이후에 누리게 된 주민들의 편의는 너무나 크다고 하겠다. 칠산대교의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여 마침 월요일 오후 일몰 시간에 맞춰 잠시 다녀왔다. 사실은 영광까지 간 김에 옥실리 해변의 장노출 사진을 담고 싶었으나, 눈이 내리고 얼어붙은 길을 차를 몰고 들어갈 자신이 없기도 하고, 갯펄로 내려가는 길을 찾을수도 없어서 포기하고 그 옆에 있는 칠산대교의 노을을 담아온 것이다. 배가 들어오는 선착장에서 담았는데 나중에 좀 더 높은 곳에서도 한 번 시도해..
2022.12.22 -
내소사의 겨울, 그 청명함과 순백의 미에 대하여
30여년 전, 대학시절 처음 찾은 변산반도. 광주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친구들과 함께 찾았던 그 시절 나는 채석강의 풍경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때 이후로 이런저런 일로, 때로는 촬영을 위해 최소한 열 번 이상은 변산반도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소사를 한 번도 찾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소사의 울창한 전나무 길과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에 대해 듣긴 했으나 어쩐 일인지 한 번도 찾아보지 못했다.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사찰을 방문하는 일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토요일 밤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주일 저녁에도 눈이 예보되어 있어 월요일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설경을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러던 중에 문득 생각난 곳이 내소사였다. 작년 겨울 설경을 담은 백양..
2022.12.20 -
쏠비치의 아침, 그 시간의 흐름을 담다
은은한 여명과 강렬한 일출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버티고 선 바위들. 사진이란 시간을 담는 예술이다. 그 시간의 길고 짧음에 차이가 있을 뿐. 바닷가의 풍경, 특히 해가 수평선으로 뜨고 지는 일출과 일몰을 긴 노출로 담아내는 일은 사진가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때로는 30초, 때로는 10초나 5초, 2초.... 그 짧은 기다림은 설레임의 시간이다. 가끔씩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세상을, 광대무변한 우주를, 정말 긴 호흡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어떨까, 5년, 10년, 100년, 1000년씩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면 거기에 담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담아내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몇 시간 이내일 뿐. 하나님의 ..
2022.11.23 -
양양 쏠비치에서 본 환상적인 오메가 일출
거의 6년 여 만에 찾은 동해안. 양양 쏠비치에서 맞은 동해의 일출은 말 그대로 황홀함 자체였다. 광나루 신학교 시절 동기들을 27년만에 만나는 감동을 안고 밤을 보낸 후 여명이 밝아오는 해변으로 나갔다. 탁 트인 수평선 위에 붉게 물들어 오는 동녁 하늘 말갛게 개인 수평선 위로 수줍은 해가 빼꼼 고개를 내민 순간 내 입에선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일몰 오메가는 몇 번 담아본 적 있지만 이런 멋진 일출 오메가는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날 아침의 감동이 사진으로 다 전해지기야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고 사진을 감당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2022년 11월 어느 날 전능하신 이 여호와 하나님께서 말씀하사 해..
202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