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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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그 경계선에서 사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이중주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 바라나시에 가면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는 곳, 바로 갠지스 강변에 자리잡은 화장터이다. 갠지스 강변에서 시신을 화장하여 그 재를 강물에 뿌리면 생전의 모든 죄업를 씻고 가장 높은 까르마를 쌓아 다음 세상에서 더 좋은 삶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매일 인도 전역에서 수도 없이 시신들이 밀려들어온다. 바라나시에 처음 방문하던 날, 나는 화장터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화장터인 마니까르니까 가트로 가는 좁은 길목에 있었고 나는 그곳의 2층,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방을 얻어 이틀을 묵었다. 화장터까지 가는 길은 좁디 좁은 골목길이어서 차량으로는 어림도 없고 오직 가족과 친척들이 망자의 시신을 어..
2015.04.18 -
바라나시 - 갠지스 강변의 새벽연가
|| 바라나시 - 갠지스 강변의 새벽연가 Varanasi - A Love Song of the Riverside on Ganges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갠지스 강도 기지개를 켠다. 밤새 이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강변의 가트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남인도와 북인도, 동인도와 서인도에서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이 강가에 찾아온 것일까.... 신성한 천계의 강, 강가(Ganges). 그 강이 시바의 도움으로 지상에 내려와 흐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히말라야에서 발원하여 인도대륙을 뚫고 흘러 뱅골만으로 합쳐지는 강가, 즉 갠지스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 강가에 몸을 담그고 그 강가에 기도를 바치며 그 강가에서..
2015.04.16 -
바라나시 - 강가(Gangga)의 저녁노을
갠지스에 황혼이 찾아든다. 하늘도 물들고, 강물도 물들고, 건물들도, 새들도, 짐승들도 그리고 사람들도 모두 황금 빛으로 물들어간다. 노을은 모두를 꿈꾸게 한다. 마치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처럼 사람들은 그 황홀한 꿈의 한 복판에 머물고 싶어한다. 짧은 그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가고자 마음의 소원을 담아 흐르는 강물 위에 띄워 보낸다. 인생은 때때로 강을 건너는 일. 차안과 피안의 경계, 그 어디메쯤에서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만족하고, 때로는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갠지스에 물든 노을은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의 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조용히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피안(彼岸)의 언덕에 이르는 날, 차안(此岸)에서 수고하며..
2015.04.16 -
바라나시 - 아침마다 울리는 거리의 변주곡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오늘도 아침 해는 떠오른다. 동녘하늘이 뿌옇게 밝아오면 오늘도 어제처럼 닭이 울고 개가 짖으며 하루는 시작된다. 희뿌연 연무에 쌓인 거리도, 하나 둘 씩 셔터를 올리는 가게들도, 분주히 오가는 릭샤왈라들과 섭지왈라들도 어제와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라나시의 아침은 날마다 새롭다. 그 도시가 연주하는 아침 멜로디는 마치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처럼 날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지 하룻밤 머물러가는 나그네는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그 변주들이 있기에 도시는 아침마다 생명력을 회복하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달려간다. 찰나의 순간에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마치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을 것을 알기나 했던 것처럼 당연한 표정으..
2015.04.15 -
고리강가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가족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값진 이름, 그것은 바로 가족입니다. 우린 그 이름으로 세상에 태어났고 그리고, 그 이름으로 거친 세상을 살아갑니다. 가족의 사랑을 먹으며 자라고, 가족의 위로와 격려로 고비들을 뛰어넘습니다. 때로는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지만 때로는 마음이 갈리고 나뉘어 흩어집니다. 그것 때문에 서로에게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 곁에 남아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은 가족입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서운해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눈물 짓고 돌아서서 다 내 잘못이었노라고 손잡아주는 가족. 실패와 좌절로 눈물지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숨고만 싶을 때 나를 보듬어주고 다시 일으켜주는 것도 바로 가족입니다. 고리강가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내가..
2015.04.14 -
고리강가 사람들 - 그들의 미소가 그립다...
피부색과 생김새가 전혀 다른 낯선 이방인을 보고서도 그들은 경계심을 품지 않고 반가워한다. 인사를 받고 그냥 외면하며 지나치는 법이 없다.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경계한다. 자칫 자신의 치부와 약한 부분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리라. 사람에 대한 믿음,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리강가의 사람들은 상대가 나에게 해를 깨치지 않는 한 일단 그를 환영해주고 믿어주며,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을 내보인다. 그리고 반가움으로 손님을 자신의 삶의 복판에 맞아들인다. 나마스떼...! 문득 두 손을 모으고 미소짓는 그들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2012년 12월에 UP의 깡촌 고리강가 마을에서....
2015.04.14 -
자이살메르 - 사막이 노을에 물들 때...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는데도 사막은 날마다 이 황홀한 장관을 연출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노을이 지고 모래 언덕을 붉게 물들이며 해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사막 한 복판에서 해지는 것을 보노라면 어디선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 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 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되면 이미 나는 불안해지고 안절부절 못하게 될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거야.... " "언젠가 하루는 해가 지는 것을 44번 보았어.... "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뒤에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아저씨, 몹시 외롭고 쓸쓸할 때에..
2015.04.14 -
사막에는 정말 여우가 살고 있을까..?
인도는 그냥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대륙이다. 다양한 기후와 천차만별의 자연환경, 수많은 종족과 문화가 어우러져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사는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신기한 나라이다. 맹수가 우글거리는 열대우림과 사바나의 초원, 험준한 산악과 눈덮인 설산, 그리고 아름다운 호수. 데칸고원을 둘러싸고 펼쳐진 5천 킬로미터가 넘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갠지스와 인더스, 크고 작은 강과 하천들, 그리고 메마르고 황량한 광야와 사막.... 대륙은 이 모든 것들을 자신의 품 안에 품고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생명들이 조화를 이루고 살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모든 자양분을 내어 놓는다. 인도의 서쪽 끝, 파키스탄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라자스탄. 라자스탄 주에서도 서쪽 끝단에 위치하고 있는 아름다운 성을 가진 도시 자이살메르...
2015.04.13 -
우리들의 잃어버린 고향 - 고리강가의 저녁이야기
고리 강가(Gauri Ganga). 우타르 쁘라데시 주의 이타와 현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깡촌 중의 깡촌, 오지 시골마을.... 내게는 참으로 많은 추억과 가슴시린 아픔이 함께 서려있는 곳이다. 그곳을 방문한 것만 다섯 차례.... 두 번은 거의 일주일씩 머물렀고 나머지는 1박2일 또는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변변한 여관이나 게스트 하우스도 없고, 제대로 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식당도 없다. 계란을 넣어 라면을 끓여주는 간이식당을 찾는 데는 한 시간이 필요했다. 마을 전체에 냉장고는 아예 없고, TV를 가지고 있는 가정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루의 절반 정도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나 가전제품을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다. 지하수 펌프 하나로 30명이 씻고 빨래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어..
2015.04.12 -
바라나시 - 감추인 보화을 찾아서
수천년의 고도 바라나시.... 유구한 그 역사의 한 복판을 흐르는 갠지스 강. 그 강에 얽혀있는 사연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바라나시의 지나온 세월의 날 수 만큼, 그리고 그 강에 몸을 담궈보았던 사람들의 수 만큼, 그 강에서 노를 젓고 물건을 팔며 뿌자를 드리는 사람들의 수 만큼일게다. 이 사진의 사나이는 왜 저렇게 갠지스 강물을 열심히 퍼내어 붓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은 그의 생업이자 비즈니스이다. 그는 지금 시체를 화장하고 난 잿더미와 잔해들 속에서 가끔씩 고인의 저승길에 노자로 쓰도록 넣어둔 금붙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금붙이를 발견하는 날은 한 달에 한 두 번에 불과하지만 그는 날마다 이 일을 멈출수가 없다. 금붙이 하나면 자신이 한 달 노동해서 번 것보다 더 큰 재화를 만질 수 있으니 말이다..
2015.04.11